김택환의 독일 톺아보기

독일, 이민국가 전환 박차…이민청을 최대 정부부처로

2024-07-18 13:00:07 게재

“독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의 전문인력에게 세금 특혜를 줘서라도 국내로 적극 유인해야 한다.”

최근 독일연방정부 경제부 로베르트 하벡 장관(녹색당)과 재정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장관(자민당)이 발표한 내용이다. 유수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혜택을 주는 것처럼 외국 전문인력에게도 혜택을 줘 적극 유치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정부부터 현재 올라프 숄츠 정부까지 경상북도 전체 인구에 맞먹는 약 250만명의 이주민과 난민을 받아들였다. 중동 난민과 동구권 이주민,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이 주를 이룬다.

독일 전체 인구가 늘고 있다. 1990년 통일 당시 7980만명 인구가 지난해 8450만명으로 늘었다. 영국의 6796만명, 프랑스 6488만명보다 약 2000만명 더 많다. 독일은 유럽 경제최강국으로 인구수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명목 GDP는 4조5000억달러로, 일본 4조2000억원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도약했다. 또한 세계최저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한국 출산율(0.7명)에 비해 독일은 약 2배인 1.56명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하이델베르크시 베스트팔씨는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높다”고 말한다.

이민국가로 전환하면서 인구도 증가

독일 인구증가는 숄츠 총리가 ‘이민국가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은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 이는 필자가 최근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일주일 동안 독일을 방문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아이들 소리가 넘쳐나고 사회전체가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보였다. 물론 수시로 이뤄지는 기차 연착과 극우의 준동 등 부작용도 있다.

독일이 난민·이주민들을 많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인권보호 차원도 있지만 노동력을 확보하고 국가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외즐렘 부부 역시 튀르키예 이민자 2세고, 한여름 축구축제 ‘유로2024’의 독일 국가대표팀 주장 일카이 권도안도 뉘른베르크에 살고 있는 튀르키예 이민자 출신이다.

독일은 순수혈통을 강조한 ‘아리안’의 단일민족에서 이민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법제 개편을 단행했다. 신호등 정권(사민당+녹색당+자민당)인 현 정부는 이민법을 개정해 독일 시민권을 쉽게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독일 영주권자는 3년 만에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중국적도 허용했다. 독일 축구국가대표팀 ‘신성’으로 부상한 자말 무시알라 선수도 영국과 독일 이중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독일을 선택했다.

독일의 이민난민국가 전환을 이해하려면 독일연방정부의 가장 큰 부처 ‘연방이민난민청(BAMF)’의 역사와 정책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BAMF는 수도 베를린이 아닌 남부 보수도시 바이에른주의 역사적인 도시 뉘른베르크에 본청을 두고 있다. 2024년 전체 근무자가 8000명이 넘고 전국 16곳에 지청을 두고 있다. 연 예산 7억6000만유로에다 통합을 위한 언어교육 등 추가로 10억유로를 사용하고 있다.

온전한 자치분권이 이뤄지는 연방국가 독일에서 대표적인 ‘탈중앙’ 부처가 BAMF다. BAMF에서 연구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악셀 클라인브릭크 박사는 뉘른베르크 본청에서 만난 필자와의 대화에서 “탈중앙의 의미는 권한이 한곳(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이주민과 난민을 받아들이는 가이드라인은 연방의회와 본청이 제시하지만 개별 이민 난민에 대한 결정은 전국 각 주청사무소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헌법에 규정된 독일의 ‘연방국가 의미’에 대해 “쾰른에 연방행정청, 뮌헨에 특허청, 라이프치히에 연방행정법원 등 국가권력기관을 전국에 골고루 분산시켜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칼수르에, 연방중앙은행은 프랑크푸르트, 제1공영방송 ARD는 함부르크, 제2공영방송 ZDF는 마인츠에 각각 있다. 우리로 치면 KBS가 목포에, MBC가 안동에 있는 격이다. 수많은 국가권력기관이 전국에 고루 분포하면서 헌법사항인 전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권 이슈로 이민청 설립을 내건 한동훈 전 법무장관도 지난해 BAMF를 방문했으나 별다른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보수우파가 적극 추진해온 이민정책

독일 이민난민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주무부서가 내무부(행정안전부)이고 외청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로 치면 농림부와 산림청에 비교할 수 있다. 이민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행안부)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라인브릭크 박사는 “이민청은 이주민의 지역사회에 대한 동화와 단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미국 이민청이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것과 달리 독일은 뉘른베르크에 본부를 두고 있다.

역사적 배경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쟁 난민수용소가 뉘른베르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전승국 미국은 전범재판과 더불어 난민수용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찰청 산하 20명의 인원으로 ‘난민인정서비스사무소’로 출발했다. 1965년 외국인법이 제정되면서 ‘연방외국난민인정청’으로 승격되었다.

1960년대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민주화운동, 1990년대 베를린장벽 및 동유럽사회주의 붕괴와 더불어 평화통일,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난민들이 물밀듯 독일로 몰려왔다. 이민청은 이같은 역사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또 1960~1970년 독일의 인구사회학적 변동인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줄어들면서 한국 간호원·광부 약 1만8000명이 ‘초대노동자(Gastarbeiter)’로 일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1973년 중단되면서 난민들을 받기 시작했다.

독일 이민자정책의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외국인출입국법’에 따라 중앙정부 개입 없이 ‘외국노동자–채용기업·기관–지자체 수용’으로 이어지는 채용절차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독일 인더스트리4.0을 선도하는 지멘스에 취업하려면 먼저 기업의 초청장을 받고, 이후 주한 독일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지멘스가 있는 바이에른주 뮌헨의 외국인사무소에서 체류허가를 받으면 된다.

독일 이민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보수우파가 이를 적극 추진했다는 점이다. 중도우파 기민당의 메르켈정부는 2015년 시리아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카니스탄 전쟁으로 인한 난민 150만명을 받아들였다. 극우 AFD의 부상도 있지만 우파가 포용력을 발휘하면서 국가경제발전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보수지역인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시에 있는 이민난민청과 연방정부노동청 본청에 각각 2000여명씩 총 4000명 이상이 근무하면서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클라인브링크 박사는 “이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외국노동자 수급 광역정부에 맡기자

인구소멸과 세계 최저출산율을 걱정하는 우리에게 독일 이민정책이 주는 시사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시급한 이민청 설립이다. 독일처럼 보수적인 남부지역에 본청을 두고 전국에 지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 안동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둘째로 이민청을 법무부 산하보다 행안부의 외청 형태로 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지방정부와 적극 협업을 해야 성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동국대 홍선기 법대 교수는 “국회·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처럼 외국노동자 및 전문인력 수급을 광역정부에 맡기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지사 등 광역지자체장들이 주장하는 광역비자제도 도입이 좋은 예다. 맞춤형 일자리 일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13위로 하락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이 떠오른다.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