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우리는 알고 싶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2024-10-22 13:00:01 게재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지 밝혀질 날도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었으며 지금도 여러 여론조사 업체에서는 지속해서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 미국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는 2016년과 2020년 오류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당시 많은 여론조사가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후보의 강세를 과소평가했다.

2016년 선거 전문가들을 비롯한 언론 매체 대부분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했던 것을 기억해보자. 당시 트럼프의 승리는 선거 이전에 시행되었던 여론조사 결과로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이후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의 격차에 관한 다양한 해석과 함께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견했던 것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의 비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농업, 운전기사 등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시의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과의 인터뷰와 할당량을 확보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정치역학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했다. 2016년 갑자기 등장한 정치 신인이 오랫동안 대통령이 되기 위해 준비했던 힐러리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미국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다소 과격한 전략이 특정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가 자기 생각과 다르면 “잘못”

그러나 2020년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들은 실제 결과와 큰 격차를 보여주고 말았다. 선거 전 마지막 2주 동안 시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비교적 손쉽게 트럼프를 이겼어야 했다. 이 당시의 여론조사 결과들로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표 차이가 최종 개표 결과보다 거의 2배나 컸다. 2020년 미국 여론조사 협회는 선거 후 “2020년 여론조사는 큰 규모의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바이든의 승리를 점쳤던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2016년에는 당선인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갖은 조롱과 비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는 여론조사의 실질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접전이 벌어지는 선거에서 이제 더는 누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제 많은 미국인은 여론조사가 대중의 정치적 선호도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에 회의적이다. 이전 필자의 글에서 잠깐씩 소개되었듯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각 진영의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는 잘못된 결과라고 치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원하는 결과가 아닐 때는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잘못된 여론조사라고 낙인찍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누가 이길지 미리 알고 싶어 한다. 조금이라도 결과를 일찍 알고 싶거나 현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싶은 욕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여론조사 데이터를 집계해 각 후보의 당선 확률을 추정하는 통계모델은 최근 몇년 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모델들이 11월 일어날 일에 대한 편향되지 않은 예측을 제공하며 정치 전문가들의 임시방편적인 예측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ABC뉴스의 ‘538(FiveThirtyEight)’, 이코노미스트, 네이트 실버의 ‘실버 불레틴(Silver Bulletin)’ 등 현재 많은 매체에서 각자 고안한 모델을 사용해 주기적으로 후보자의 예상 선거인단 수와 당선 확률을 발표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누구든지 사이트에 방문하면 이들의 예측과 방법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투표 참여 예측에서부터 어려움 직면

선거예측은 이미 학문적으로 정치학에서 오랜 시간 다뤄왔던 영역이었지만 2008년과 2012년 선거에서 네이트 실버의 정확한 예측은 대중적으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선거예측과 관련해 네이트 실버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야구 통계분석과 온라인 포커게임이었고,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의 첫번째 저서인 ‘신호와 소음’(2012년)에서 밝혔듯이 결과를 결정하는 데 실제 의미있는 데이터(신호)와 산만하고 쓸모없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소음)를 분리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런데 실버의 선거 예측마저도 2008년 시작한 이래로 대선마다 적어도 한번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그의 논평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의 논란은 8월 말부터 실버의 예측모델이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 약간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발생했다. 2008년 그는 수많은 선거 전문가와 여론조사를 부정하는 공화당원들을 비판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보주의자, 민주당원들의 예측이나 의견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때 소셜미디어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교한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려는 모델들 역시 기존에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정교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현재 대중들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그 여론조사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이미 답을 정해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론조사가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가 투표할지 예측하는 것부터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는 일상적인 여론조사와는 달리 조사 대상자 중 누가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지 파악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엄청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중 약 1/3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미래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고, 투표하겠다고 말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기권할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거일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유권자가 누구일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젊은층이 평소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지, 특정 인종이 타 인종보다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따라서 여론조사원은 과거 데이터와 현재의 투표 열기에 대한 측정치를 혼합해 투표율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부분 사람의 미래 의향을 묻지 않는 일상적인 여론조사와는 매우 다르다.

여론조사가 잘할 수 있는 것 통찰 필요

견고하고 독립적인 여론조사는 민주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회복은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대중의 안녕과 주요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발표한다. 또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이 ‘국민이 원하는 것’에 대해 주장할 때 중요한 균형추 구실을 한다.

현재 여론조사가 직면한 어려움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수십, 수백개의 값싼 미디어 여론조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많은 돈을 들여 주기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하고, 할당량을 설정하는 등 제대로 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은 사실상 많지 않다. 또한 2024년 여름에는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등장한 정치신인 J.D.밴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새로운 민주당 후보로 등장한 해리스 등 미국 대선에 큰 변화를 가져온 특별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여론조사 기관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실질적인 지식과 통찰을 갖게 된다면 여론조사는 비로소 대중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그 누구도 현재 47대 미국 대통령이 누구일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김찬송 위스콘신대 정치학, 미국 선거·여론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