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허가제 뭐길래, 집값 들썩이나

2025-03-14 13:00:23 게재

잠실 일대 재지정 검토 ‘오락가락’…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지만 단기처방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잠실 지역을 중심으로는 가격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시가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한달 만에 집값이 급등하자 다시 규제를 검토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기처방인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규제하는 획일적 방안에서 벗어나 금리조정과 대체공급 등을 통한 시장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첫째·둘째주 0.02% 상승에서 셋째주 0.06%, 넷째주 0.11%, 3월 들어 첫째주 0.14%로 상승폭이 늘어나고 있다.

송파구는 토허제 해제 최대 수혜지역으로 손꼽히는 잠실동 위주로 가격이 급등하며 전주 대비 0.72% 상승했다. 2018년 2월 첫째주(0.76% 상승)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잠실 가격 상승은 인근 강남구까지 견인 효과를 내고 있다. 강남구도 2018년 1월 넷째주(0.93%) 이후 가장 높은 0.6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초구도 2018년 1월 다섯째주(0.69%) 이후 가장 높은 0.62%의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 3구가 줄줄이 7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셈이다.

이같은 가격 상승은 서울시가 지난 2월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이후 눈에 띄게 뚜렷해졌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국내 부동산 규제 중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가장 강력한 제도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아파트 등 주택은 구입주택이 최종 1주택, 허가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잔금, 잔금일로부터 6개월 이내 입주, 입주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허가가 나온다.

구입주택이 최종 1주택이어야 하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다. 강력한 제도인만큼 해제한 이후 가격 급등은 예상된 수순이다. 서울시가 다시 잠실 일대를 토허제 구역으로 재지정할 경우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반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규제당국이 토허제 지정과 해

제를 반복할 경우 앞으로 집값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허제는 단기간 효과가 큰 극약처방이다. 장기 방치할 경우 부동산시장이 이를 피해 새로운 거래방식을 만들어내는 왜곡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팀장은 “이미 해당지역 전세매물 품귀현상에 따른 가격 상승, 인근 지역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토허제 구역 재지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열된 곳에 대한 규제 효과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저조한 곳을 지원해 수요가 분산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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