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플라스틱 재활용은 사기?…CA, 엑손모빌 대상 소송전

2024-10-08 13:00:04 게재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인 롭 본타는 지난달 23일 엑손모빌이 지난 반세기 동안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대중들에게 홍보했지만 실제로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은 5~6%에 그쳐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초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주정부가 석유 대기업을 상대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안 도출이 예정된 가운데 이같은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엑손모빌은 시장가치 측면에서 세계 두번째로 큰 석유·가스 회사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식기, 음료수 병 및 포장재를 포함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성 요소로 사용되는 폴리머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이 소송의 핵심은 엑손모빌의 메시지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매하고 사용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회사가 허위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불공정 경쟁과 공공의 불편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고등법원에 제기된 이 소송은 엑손모빌이 환경과 대중을 위협하는 기만적인 관행을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다.

전세계 플라스틱 9%만 재활용

본타 법무장관은 플라스틱 오염이 “재활용 신화로 촉발되었으며, 그 신화를 영속시키려는 선두주자는 엑손모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는 엑손모빌이 홍보한 플라스틱이 재활용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장에서는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을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엑손모빌이 반세기 동안 매끄러운 마케팅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공개성명을 사용했다고 비난한다. 대표적 사례로 엑손모빌이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재활용 화살표 기호를 홍보해 구매자가 플라스틱 제품을 적절하게 폐기하면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보호단체 ‘비욘드 플라스틱’은 2021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에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5~6%만 재활용된다고 추정했다. 플라스틱이 버려질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매립 소각 또는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의 약 9%만 재활용된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엑손모빌이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한다고 주장하는 ‘고급 재활용’ 프로그램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의 고급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처리된 폐기물의 대부분은 연료로 사용되며, 신제품에는 실제로 재활용된 물질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소장은 지적한다. 기후보전센터는 ‘플라스틱 재활용의 사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화석 연료 및 기타 석유화학 회사들이 재활용이라는 거짓 약속으로 지난 60년 동안 플라스틱 생산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고 결론지었다.

수천종에 이르는 다양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동일 재질끼리 분류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 동일 재질끼리 분류하더라도 다른 화학 첨가제나 착색제가 포함돼 있으면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엑손모빌은 이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플라스틱을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속여왔다는 게 기후보전센터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또한 플라스틱 재활용이 기술적 경제적 한계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재활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새로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어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기후보전센터는 “엑손모빌이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거짓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플라스틱 제품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재활용되지 않았고 재활용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소장 역시 “엑손모빌이 플라스틱 폐기물 및 오염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급 재활용을 선전하면서 대중을 계속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첨단 또는 화학적 재활용은 많은 석유회사들이 홍보하는 기술이지만 목표달성 실패, 공장폐쇄, 화재 및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엑손모빌 “CA 재활용시스템 비효율”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 공무원들이 수십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재활용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엑손모빌은 성명서를 통해 “그들은 행동하지 못했고, 이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려고 한다”며 “우리를 고소하는 대신, 그들은 우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플라스틱이 매립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엑손모빌은 또 자사의 고급 재활용 프로그램이 효과적이었고 6000만파운드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사용 가능한 원료’로 처리해 매립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이어 “재활용은 효과가 있었다”며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재활용법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 및 에너지법을 전문으로 하는 브루스 후버 법대 교수는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 재활용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송은 공공 방해 법률의 모호한 성격 때문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소송 위해 2년 이상 조사

이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법무부가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위기에서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회사의 역할에 대해 2년 이상 조사한 끝에 제기된 것이다. 이 소송은 플라스틱이 환경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잠재적으로 식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인체 내부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증거를 발견했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는 “석유회사의 새로운 내부문서를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처럼 보였지만 기업은 소비자에게 그 반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엑슨모빌과 다른 플라스틱 회사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정부에게 수십년 동안 재활용 화살표 기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본타 법무장관은 소장에서 “플라스틱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 지구의 가장 높은 봉우리, 심지어 우리 몸 등 어디에나 존재하며,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의 환경과 잠재적으로 우리의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며 “엑손모빌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의 건강과 지구를 대가로 거짓말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70년대부터 엑손모빌 경영진들은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계속 거짓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석유기업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종이나 유리, 금속과 달리 플라스틱은 재활용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재활용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업계는 대중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그로 인해 초래된 지구의 위기를 이용해 이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본타 장관은 “사람들이 재활용의 한계를 알아야 하고, 수년 동안 재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물병과 쇼핑백 같은 품목을 재사용하는 데 더 중점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엑손모빌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대중을 재교육하기를 원한다. 본타 장관은 “모든 플라스틱의 대다수가 실제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쓰레기라는 것을 엑손모빌이 대중에게 설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