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우리가 놓친 공화당 전당대회에 관한 몇 가지 사실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미국 선거 지형은 급격하게 큰 변화를 겪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고, 4일간 진행된 공화당 전국 전당대회(Republican National Convention)에서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라는 정치신인이 발탁되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까지 이어졌다.
필자가 매달 미국 선거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면서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지난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트럼프 후보에 무게추가 다소 기울어진 상황이다. 물론 미국 사회에 정치 양극화가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트럼프 후보가 완벽한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여유가 있는 공화당 선거 진영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많은 것들을 다시 결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버렸다.
2년 전 이미 전당대회 장소 결정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는 이번 전당대회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각 정당의 전당대회를 운영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emocratic National Committee)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한다. 이들은 각각 전당대회와 약자마저도 똑같아 가끔 서로 혼동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각각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두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을 대표하고 관리하는 조직이다. 전국단위의 정당 조정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전국위원회는 미국 전역의 주와 지역에 있는 각 산하 조직의 대의원들로 구성된다. 각 당은 대의원의 구성과 수, 대의원 선출 절차에 관한 자체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의원 중에서 의장과 부의장, 총무 등 당 지도부의 고위직을 선출한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임무는 선거에 합당한 후보를 찾아서 연구, 여론조사, 선거운동 자금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4년마다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초점, 목표,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즉 당을 발전시키고 가능한 한 많은 당원을 선출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다.
이들이 유치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전당대회다. 이 행사에서 정강·정책이 공식적으로 채택되고 대의원들이 당의 대통령 후보에 투표한 후 전국의 유권자들에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이는 당이 무엇을 믿고 지지하는지, 그리고 향후 4년 동안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강령은 일반적으로 전당대회 직전에 열리는 회의에서 작성되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가 강령의 내용에 대해 상당한 발언권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전당대회는 각 주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참석하는 행사다. 그리고 이들은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서약’을 한 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한다. 물론 전당대회에 대의원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를 하거나 정당에서 운영하는 관련 프로그램의 일원이 되면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공화당은 ‘RNC 인턴십 프로그램’이, 민주당은 전국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미국대학민주당(College Dems of America)’이 있다. 만 36세 미만의 민주당원들로 구성된 DNC 청년위원회와 주별 청년 협의회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나 조직은 향후 공직에 출마할 청년들에게 당의 운영 방식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각 정당의 지역 사무실을 방문하면 비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경합주’ 선택 고려한 밀워키 전당대회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모여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당들은 인터넷 생중계로 전당대회를 진행해야 했다. 공화당원들이 한데 어울려 제대로 된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거의 8년 만이다. 이런 큰 행사를 개최하게 된 곳은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 밀워키다. 2022년 1월 전당대회를 위한 4개 도시(밀워키 피츠버그 내슈빌 솔트레이크시티)가 후보로 선정되었고, 다수의 회의를 통해 2022년 8월 밀워키로 확정되었다. 2년 전부터 이미 전당대회 장소가 확정되었던 것이다.
코로나로 대폭 축소된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 장소 역시 밀워키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략적 요충지로서 이곳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는 지난달 기고한 ‘경합주’의 중요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 위스콘신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와 함께 11월 선거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경합지역 중 하나다. 지난 4번의 대선에서 위스콘신에서의 승리는 선거에서의 최종 승리로 직결됐다. 이곳에서 2016년에는 트럼프가 승리했고, 2020년에는 바이든이 약 2만1000표, 1%p도 안되는 차이로 승리했다. 그래서 올해도 위스콘신 승리를 위한 양당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애초 밀워키 도시 자체는 공화당에 호의적인 장소가 아니다. 위스콘신의 교외 지역 대부분은 백인 중심의 공화당 텃밭이지만, 교육 수준이 높은 백인들과 학생, 흑인이 다수 거주하는 밀워키와 매디슨은 민주당 강세다. 그래서 2021년 선출된 밀워키 시장도 마흔이 채 되지 않은 민주당 출신의 카발리에 존슨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전당대회 개최지로 선정한 것은 공화당이 그만큼 위스콘신을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화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전국 약 5만명의 공화당원들이 밀워키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사람이 며칠 동안이나 한 지역에 모이는 만큼 분명히 밀워키의 경제 발전에 큰 이바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들은 적어도 2억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끝난 지금, 예상만큼 큰 경제적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로 행사장 주변 통제가 심해졌고 교통체증을 피하고자 도심에 방문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아 자영업자들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수익을 체감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물론 주말까지 밀워키 및 주변 도시에 머물 방문객들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로 인한 파생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공화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지지자들의 시위도 있었다. 밀워키 경찰은 일주일간의 충돌과 시위에 대비해 외부 주 및 지방 정부 부서에서 4000명 이상의 경찰을 지원받았다.
16일 화요일에는 컨벤션 구역에서 약 1마일 떨어진 곳에서 칼을 휘두른 남성이 경찰관 5명에게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주민들의 거센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한 촛불집회가 열렸고 큰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수요일(17일)에는 몇몇 소규모 시위대가 행사장 입구 근처에서 소리를 질렀고, 목요일(18일)에는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약 100명의 사람이 평화적으로 행진하다가 되돌아갔다. 밀워키 경찰청에 따르면 목요일 오후까지 행사장 구역에서 체포된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
민주당 전대 개최지는 1시간 거리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밀워키와 불과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카고에서 열린다. 두 정당의 전당대회가 모두 마이애미에서 개최되었던 1972년 이후, 이렇게 가까운 장소에서 개최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경합 지역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와 가까운 지역에서 개최하려는 민주당의 정치적 전략이다.
앞으로 남은 한달 동안 민주당은 현재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발표될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지 모른다. 한달 뒤의 시카고에는 지금 그 누구도 알기 어렵지만 미국 정치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