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선고 하루전

국민의힘 “승복하라” 민주당 “마은혁 임명 왜 불복하나”

2025-04-03 13:00:05 게재

권성동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 승복 건의엔 사실상 거절

“피해자가 무슨 승복…이재명 2심 판결, 승복했나” 반박도

“형사재판 앞둔 윤 대통령 승복 안하고 세력 규합 나설 듯”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12.3 내란사태에 대한 탄핵소추 선고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두 공개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로 결론날 경우 사형 선고까지 나올 수 있는 형사재판을 앞두고 ‘인용’될 경우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나서야 하므로 ‘승복’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피해자에게 재판 결과에서 패소(탄핵 기각)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그동안 위헌행위를 두둔해왔고 윤 대통령에게는 건의조차 거부하면서 이 대표에게만 ‘승복’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이거나 초점을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제주특별자치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의 헌재 선고 승복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가해자고 국민과 야당, 국회는 피해자”라며 “피해자들한테 재판 결과에 대해서 승복을 요구하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했다. “재판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결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승복 주장을 하지만 헌재의 모든 결정을 승복하는 것도 아니다”며 “마은혁 재판관 임명은 왜 불복하고 있나. 선택적 승복이 승복이냐”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 임명을 반대해 왔고 한덕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요구할 때마다 민주당을 향해 ‘부당한 압력행사’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2심 선고 전에도 국민의힘은 승복을 요구했는데 정작 결과가 무죄로 나오니까 자신들은 불복한 것 아니냐”며 “헌재 선고에 대한 승복 요구는 정치적 수사로 가해자들의 진정성 없는 코스프레”라고 했다.

민주당 모 재선의원은 “헌재 선고 승복을 말하려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위헌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현재도 위헌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에 대해 지적하고 이 위헌상태를 극복하라고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에게만 승복 요구 =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승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저와 국민의힘은 판결에 승복할 것이며 탄핵 심판 이후를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대오각성과 승복 선언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전날엔 “국민의힘은 결과가 어떻든 헌법기관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민주당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헌정 질서를 지키고 헌재 판단을 온전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윤 대통령이 ‘승복’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은 헌재 심판과정에서 변호인단을 통해 승복한다고 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선고 결과 수용’을 변호인단의 전언으로 갈음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선고에 대한 승복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는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승복 메시지를 내달라고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헌재 결정이 나면 그 결정에 승복하는 게 대한민국 헌법 질서”라며 “(승복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미리 (승복 메시지를) ‘내라’, ‘내지 말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는 승복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승복이 중요한 게 아니다 =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선고는 단심제로 곧바로 효력을 발생해 불복이냐 승복이냐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지 ‘헌정 질서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핵심 가해자인 윤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은 기각을 원하고 있는데다 인용이 나게 되면 형사재판 등을 준비해야 하므로 지지층들을 결집시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헌재 판결을 승복하는 메시지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승복메시지를 내고 이재명 대표에 요구한다면 모를까 윤 대통령도 조용히 있는데 아무런 영향력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말한다고 이 대표가 승복을 언급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전날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로 풀이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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