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
“연금특위 구성보다 중요한 건 ‘합의 정신’”
‘반드시 합의’ 콘클라베 방식 절실
“합의 없는 개혁방안은 지속 불가능”
청년들도 숙의 거치며 ‘공동체’ 인식
지난해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27일 내일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2030세대 청년들의 국민연금 개혁방향에 대한 인식이 숙의 이전과 이후에 크게 달라졌고 그 핵심은 ‘공동체 의식’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숙의를 거치면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개인 부담을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개혁을 위해 새롭게 설치하는 국회 국민연금특위에서는 ‘반드시 합의하겠다’는 결심을 가진 의원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 합의에 실패한 이유로 ‘합의 정신의 부재’를 지목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특위에 젊은 국회의원들이 많이 들어가 2030세대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위 구성을 무슨 세대별로 한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합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교황선출방식과 같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들어가서는 반드시 합의를 해낸 후에야 나올 수 있는 것처럼 ‘합의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영화 ‘콘클라베’에서 나온 로렌스 추기경(랄프 파인즈) 대사처럼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이며, 포용의 치명적인 적”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이뤄진 여론조사를 보면 숙의 전과 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재정안정론을 중시하던 여론이 소득대체율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숙의에 참여했던 분들은 세대별로 골고루 대표성을 갖고 나왔던 분들이다. 처음에는 젊은 세대의 발언이 많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 층과 고령층, 장년층의 교감이 만들어지면서 젊은 층에서 고령층의 노후에 대해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1세대들이 국민연금 보장을 제대로 받기 힘든 데다 젊은 세대들은 노인들을 모시는 게 점차 줄어들고 있지 않나. 이런 팩트(사실)들이 소통을 하면서 광범위하게 수용됐다.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공부도 영향을 미쳤나.
국민연금을 처음 시작할 때는 소득대체율이 70%였는데 이게 40%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외국의 경우에는 평균 45%라는 것도 공유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40%는 너무 심하게 내려간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결국 40%에서 다소 올리는 게 적정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2030세대는 자신들의 삶이 어려우니 우선적으로 소득대체보다는 지속가능을 위한 재정안정을 선호했을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의 현재는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취업도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물가는 오르지만 봉급은 그대로인 생활이다. 국민연금은 일종의 공과금, 보험료니까 부담이 컸는데 사고의 범위를 넓혀 지금의 노인 세대가 내 부모들 세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내 부모를 보살피는 것을 사회가 공동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통해서 보호를 한다는 것은 나의 개인적 부담을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는구나 라는 걸 이해하게 된 거다. 공동체 의식이다. 이러한 공론의 장을 통해 이런 걸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소득대체율 40%라는 게 너무 낮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거다.
●국회 국민연금 특위에 청년 의원들이 많이 들어가 청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특위를 하든 뭘 하든 연금 개혁을 할 때는 첫 번째 중요한 것이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거다. 합의를 통해서 개혁을 해야지, 합의 없는 개혁은 성공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해놓고 난 뒤에 후유증이 심하다.
지금 재정 안정이 됐든 구조 개혁이 됐든 목표가 지속 가능성 아니냐. 지속 가능하게 하려는데 합의를 하지 않고 단시한적으로 뭘 바꿔 놓으면, 지속이 안 되면 그 원래 목표를 벗어나게 돼버린다. 그래서 합의를 해야 된다. 합의를 하려면 그 합의를 이끌어내는 구성원들(특위 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제일 먼저 ‘합의를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인식이 돼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엔 ‘내 의견이 아닌 반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내 의견이 아닌 상반된 의견을 어떻게 합의로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대비가 돼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준비 없이 특위 위원이 된다든가, 무슨 위원회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은 잘못 가는 거다. 특위 구성을 무슨 세대별로 한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합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된다는 말이다.
●특위의 세대구성보다는 합의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인가.
세대를 자꾸 강조하는 거는 별 중요한 게 아니다. 합의하기 위해서 모이는데 무슨 나이가 중요하냐. 전문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면서 합의성이 있는 사람이 가면 된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이미 국민들의 생각은 정리가 됐는데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외국의 사례 연구, 연금 제도에 대한 지식 등 걱정할 게 없다. 가장 걱정해야 할 게 바로 ‘합의 정신’이다. 합의를 하겠다는 결심이다. 로마 교황 뽑을 때 하는 방식을 한번 생각해 보라. 콘클라베 방식은 구성원들이 반드시 뽑아낸다는 생각으로 들어간다. 못 뽑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들어가면 안 된다. 특위 구성할 때도 반드시 이번에 합의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시작을 해야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