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경기부진에 조세부담률 OECD 31위로 7계단 하락

2025-03-31 13:00:04 게재

법인세 급감에 OECD 평균과 격차 6.3%p로 커져

근로소득세 비중은 늘어 … 3년째 세수펑크 우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법인세 급감 여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1위 수준으로 낮아졌다. 부자감세와 법인세 감소 등에 따른 연이은 세수 펑크로 세입 기반이 약화하고 재정 여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집계한 OECD 자료를 보면 2023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0%로 집계됐다. 37개 회원국(공식통계 없는 호주 제외) 중 상위 31위에 해당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 장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2023년 급감한 조세부담률 = 조세부담률은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기여금을 제외한 총조세 비중을 뜻한다.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건 국민과 기업이 낸 세금이 적다는 말이다. 그만큼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 자원이 줄어든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5년 16.6%에서 2016~2017년에는 17%대, 2018~2020년 18%대로 점차 상승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초과 세수 영향으로 각각 20.6%, 22.1%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전년보다 3.1%p 급감했다. 부자감세 여파에 기업 경기 악화로 법인세 수입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따라 OECD 회원국에서 한국 순위도 2022년 24위에서 2023년 31위로 대폭 낮아졌다.

2023년 기준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43.4%), 노르웨이(41.4%), 스웨덴(36.3%) 등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이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로는 미국·아일랜드(18.9%), 체코(18.5%), 튀르키예(17.1%), 코스타리카(15.7%), 멕시코(15.3%)가 이름을 올렸다.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023년 25.3%로,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6.3%p에 달했다. 2022년 격차(3.5%p)와 비교하면 1.8배로 확대된 셈이다. 계속된 세수 결손에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7.7%로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근로소득세 비중은 계속 늘어 = 조세부담률 하락 추세에도 근로소득세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명목 GDP 대비 국세 비중을 세목별로 살펴보면 법인세 비중은 2.5%로 집계됐다.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5년 2.6%에서 2022년 4.5%까지 확대했다가 2023년 3.3%로 줄었고 작년에는 더 감소해 2%대를 기록했다.

반면 근로소득세 비중은 2015년 1.6%에서 2022년과 2023년 2.5%, 지난해 2.4%로 커졌다. GDP 대비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비중은 거의 유사한 수준이 됐다.

임광현 의원은 “정부의 세입 확보 능력이 저하되는 추세가 조세부담률의 급격한 감소로 나타나고 있으며 주원인은 법인세 세수의 급격한 감소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심각한 세수 부족 상황을 월급쟁이들의 소득세 부담으로 떠받치고 있는 조세 부담의 심각한 편중 상황에서 성장을 회복하고 근로소득세 과세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3년 연속 세수결손 우려 = 조세부담률이 최근 2년 연속 급락하면서 세수기반 약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계속된 내수 부진, 경기 악화에 더해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3과 2024년의 경우, 감세정책과 반도체 불황으로 법인세가 전년보다 각각 23조2000억원, 17조9000억원 줄면서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을 작년 세수 재추계치보다 약 44조원 더 많은 382조400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란사태 장기화와 미국 무역장벽 등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경기 전망은 여전히 잿빛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래 매달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조세부담률도 정부 전망치(18.9%)에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쏟아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개편, 조세지출 확대 등 감세 정책이 향후 조세부담률을 더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발표대로 상속세가 유산취득세로 개편되면 기존의 누진 구조가 크게 완화되면서 2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걷지 못하는 세수는 3년간 4조여원으로 추산됐다. 부동산 세제 완화에 공시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2023년 귀속분 개인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상은 1년 만에 99.5%(48만3000명→2597명)나 감소하기도 했다. 비과세·세액공제 등 국세 감면도 매년 늘어 올해 역대 최대인 7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투자·소비 물꼬를 트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감세 정책이 대기업·고소득자의 세 부담만 낮춰 세수 기반 위축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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