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MBK파트너스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 확인에 집중
MBK파트너스에 이어 홈플러스 자금부 직원들도 조사
기관경고 이상 제재시 국민연금 위탁운용 선정 취소도
국민연금, RCPS 상환조건 변경 관련 “법률 검토 중”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확인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 기간을 2주 연장한데 이어 홈플러스 자금부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금감원 검사는 금융회사에 국한돼 있지만,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된 조사는 대상이 제한돼 있지 않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를 구성한 금감원은 불공정거래조사반, 검사반, 회계감리반, 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반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불공정거래조사반을 중심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과 회생 신청 계획 시기를 확인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 준비를 언제부터 했는지, 회생신청의 필요성을 언제 인지했는지 등이 조사의 핵심이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이후에도 82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다가 이달 13일 입장을 바꿔 “지난달 25일 오후에야 신용등급이 하락할 거 같다는 예비 평가 결과를 전달 받았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다음날인 26일 바로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직원들은 금감원 검사에서 “재심의 신청을 통해 등급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고 등급 하락을 가정한 적이 없다”며 등급 강등 사전 인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용평가사 등에서는 재심의 신청으로 신용등급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측이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도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한 검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홈플러스에 대한 회계심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은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될 경우 감리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감리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회계 부정의 고의성 여부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홈플러스에서 지급받은 배당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최종 사용처도 확인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공단의 이익침해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RCPS 5826억원, 보통주 295억원 등 6121억원을 투자했다.
RCPS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했다. 투자자는 우선주 형태로 발행되는 RCPS에 대해 일정 기간 후 상환권이나 보통주로 전환하는 권리를 갖는다. 회계상 투자자에게 상환권이 있으면 부채로, 상환권이 없는 경우 자본으로 분류된다.
한국리테일투자는 지난달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기면서 RCPS는 회계상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됐고, 그 결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대폭 개선됐다.
상환권 양도에 따라 국민연금의 경우 RCPS가 회계상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향후 기업회생 절차에서 변제순서가 후순위로 밀려 손실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RCPS 상환조건 변경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RCPS 상환권 행사와 관련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법률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조건 변경에 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사모펀드 구조상 SPC를 통해 투자한 투자자산의 주요 의사결정 관련 사항은 펀드 투자자의 동의 사항이 아니다”라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 조건은 투자 당시와 비교해 변경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통상적으로 홈플러스와 같은 투자 거래의 회수는 지분 매각시에 이뤄지며, 본래 RCPS 상환을 위해서는 RCPS 대비 변제우선권을 갖는 선순위 차입금 등의 인수금융 전액 상환이 완료돼야 한다”며 “홈플러스 투자 역시 인수금융이 전액 상환 완료돼야 RCPS 상환이 가능하도록 계약이 체결됐고, 지난달 말 기준 선순위 차입금이 남아있어 한국리테일 투자가 발행한 RCPS의 상환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기준에는 법령 위반에 따른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 등을 받는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 중단이나 취소가 가능하다고 돼있다.
현재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사 결과에 따라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가 나올 경우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MBK파트너스 등 4개사를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최종 선정했다. 지난달 21일에는 MBK파트너스가 새로 결성한 6호 블라인드펀드에 약 300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이경기·김규철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