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기업인 열전 ④ 강승호 이온 대표
토종기술로 외산 UPS<무정전 전원장치> 밀어내…이제 세계시장 정조준
데이터센터 증가로 성장세, 올해 수주액 1200억원 규모
매년 매출 6% R&D투자, 국내 첫 ‘하이브리드 UPS’ 개발
복지에 진심 … 회사내부 카페 연상, 대졸 초임 4500만원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세계는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기업인들의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것에 능했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글로벌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삼성전자가 64K D램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찼다.
사회 첫발은 벤처기업의 연구소에서 시작했다. 연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창업했다. 전력·전자장비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대부분 외국산이 장악한 시장을 보고 품질 좋은 국산제품 필요성을 절감했다.
연구개발에 혼신을 다했다.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무정전전원장치(UPS)’를 개발했다. 회사 설립 6년만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이노비즈)을 획득했다. 장비는 물론 제어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한다. 특허등록된 장비와 소프트웨어만 32개에 이른다.
인공지능(AI) 바람으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회사 성장세도 빠르다. 지난해 매출액은 565억원이다. 올해 UPS 수주액만 1200억원 정도 예상된다. 대용량 전압보상기를 모듈형으로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해 2~3년 뒤 상장을 추진한다.
전력·전자장비 강조기업 이온(EON)의 발자취다.

◆중대형 UPS시장 강자 = 2002년 설립된 이온은 ‘끊김없는 전원’을 지향한다. 회사 영문명이 ‘EON’(Electric On)인 이유다. 주력제품도 UPS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설계부터 제조, 설치, 자문(컨설팅)까지 가능한 능력을 갖췄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글로벌기업 에머슨(EMERSON)의 한국대리점으로 UPS를 도입해 고객요구에 맞춰 제작해 납품했다. 2005년 부설연구소 설립 이후 R&D에 본격 투자하며 UPS 제품군을 꾸준히 출시했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UPS ‘마르쉐’(MARCHE)를 출시했다. 마르쉐는 ESS와 UPS를 통합했다. UPS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산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설비다. 마르쉐는 평상시에는 ESS 기능으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정전이 발생하면 UPS 기능으로 배터리 전력을 끊김없이 즉시 공급한다. UPS와 ESS를 각각 설치할 필요가 없어 설치면적은 물론 초기 투자비, 전력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마르쉐는 미국과 유럽, 중국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UPS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국내 UPS 업체들은 대다수가 300Kw 이하인 소용량 UPS를 제작하고 있어 중대형 UPS시장에서는 외산을 대체할만한 제품이 없었다. 마르쉐는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하고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돼 공공시장부터 국산화 바람을 일으켰다.
이온은 현재 300Kw 이상의 중대형 UPS시장에서 70~8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주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마르쉐 개발성공은 강승호 대표의 국산화 의지가 빚어낸 결과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처음에는 이렇게 어려운 기술을 너희가 어떻게 만들어라는 반응이었다”며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온의 목표는 민간시장이다. 여전히 외국산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를위해 모듈형 장비를 개발했다. 대표 모듈형 장비는 대용량 전압보상기다. 300kVA단위로 모듈화, 병렬화돼 있어 용량을 추가적으로 늘릴 수 있고 작동 끊김없이 수리·교체가 가능하다.
강 대표는 “모듈형은 민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모듈형으로 민간시장 공략 = 이온의 기술혁신 성과는 끊임없는 R&D에서 비롯됐다. 전체 직원은 1/4 이상이 R&D인력이다. 매년 매출의 6% 수준을 R&D에 투자한다. 2021년 우수기업연구소(ATC+)로 지정된바 있다. 이온은 3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65%가 UPS 관련 기술이다.
이온은 직원복지에 진심이다. 강 대표는 “회사 미래는 결국 인재에 달렸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내부는 카페를 연상시킨다. 직원연봉은 중견기업을 넘어선다. 박사급 인력의 초봉은 5500만원이고, 석사급은 5000만원, 학사는 4500만원선이다. 성과인센티브는 기본이고 자기개발을 지원한다.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 학자금을 지원한다. 직원들에겐 단체 상해, 질병보험 가입은 물론 매년 종합건강검진 혜택도 제공한다.
이온은 UPS로 동남아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시장에서 북미시장을 제외하고 동남아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첫 국가는 베트남이다. 생산량 증대와 제품시험을 위한 추가 사옥도 준비해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3년뒤 상장을 추진한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요건에 해당하는 기술평가등급 ’T3‘를 획득했다. 비상장사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등급이다.
강승호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혁신으로 세계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