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임기근 조달청장

상 복 터진 조달청…1200개 중소기업 판로개척 도왔다

2025-03-21 13:00:01 게재

초보 중소기업에 1대1 컨설팅서비스 … 100개 기업 조달시장 진출

조달청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정부업무평가 5개 전 분야 ‘우수’ 평가

입찰평가위원 이력관리시스템 도입 … 투명성 위해 유튜브 생중계

2024년 조달청은 말 그대로 상복(賞福)이 터진 한 해였다. 처음으로 정부업무평가 5개 전 분야에서 우수를 받았다. 공공기관 청렴도·적극행정 평가에서도 모두 최고등급을 받았다. 조달청이 제작한 홍보영상은 대한민국 디지털콘텐츠 대상 등 민간광고제에서 4관왕을 휩쓸었다.

조달청의 이런 약진 배경에는 임기근 조달청장이 있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임 청장은 거기서도 ‘전략가·꾀돌이 예산통’으로 통했다. 2023년 12월 조달청장에 부임한 그가 업무파악 뒤 처음 시작한 일이 ‘공공조달길잡이제’ 도입이었다. 중소기업에겐 조달청은 판로개척의 첫 출구다. 여기서 정부·공공기관에 자기 상품을 팔고, 이를 발판으로 수출 길을 트는 것이 일반경로다. 따라서 중소기업 대표에겐 판로의 관문인 조달청 진입이 큰 과제다.

임 청장은 이 과정을 돕고 투명하게 하는 게 조달청이 할 첫 숙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작년 3월부터 ‘공공조달 길잡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청과 전국 지방청에 상담실을 마련하고 맞춤형 1대1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한 것. 효과는 만점이었다.

1년도 안돼 100여개 초보기업이 조달시장 첫 진출에 성공했고 1200건의 맞춤형 컨설팅이 진행 중이다. 입찰심사는 전과정을 아예 유튜브로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입찰비리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다.

다음은 임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조달청장 취임 14개월째다

1993년 공무원을 처음 시작한 뒤 기관장은 처음이다. 색다르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한편으론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실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100여명의 조달청 직원들과 수많은 조달기업과 수요기관을 만나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지났다. 특히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기업 속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정책·제도개선 사항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공할 때 보람도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기업의 건의사항 중에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내용인 줄 모르고 개선을 건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요자 중심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제도가 바뀔 때 조달기업의 이메일로 주요 개선사항을 안내해봤다. 그래도 만나보면 대표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 회사로 간 메일내용을 담당자가 대표에게까지는 전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메일과 대표자메일 2군데로 보냈다. 그래도 모르는 경우가 있더라. 대표자가 60대 이상인 경우도 많은데 메일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달기업 대표에겐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도록 조치한 일이 있다. “서비스는 꼼꼼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느꼈다.

●2024년 성과가 컸다고 들었다

‘공공조달길잡이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200건의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100여 개 초보기업이 조달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중소기업이 조달청 진입을 할 때는 주위에 “조달청에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관례였다. 이를 아예 ‘공식적인 서비스와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부가가치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조달기업이 많아지고 영업이 잘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강해지는 것이고, 나라경제가 구조적으로 튼튼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돕는 게 조달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불필요한 규제도 싹 없앴다. ‘공공조달 킬러규제 혁신방안’을 마련해 102건의 규제를 혁파하고 연 980억원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였다.

●입찰심사 과정을 유튜브로 중계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입찰심사는 결국 경쟁이고 뒷말이 많게 되어 있다. 처음엔 입찰심사 모니터링단을 만들고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평가위원들의 이력관리시스템도 만들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입찰에서 떨어져야 하니 뒷말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아예 입찰심사를 생중계하기로 했다. 생중계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관계자들은 다 보게 되고 기록으로 남으니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2024년은 상이 넘쳐난 한해였다.

총리실이 주관하는 정부업무평가에서 주요정책 등 5개 전 부문에서 ‘우수’를 획득했다. 조달청은 처음이고, 작년의 경우 46개 정부부처 중 3개 기관만 해당될 정도다. 인지세 부과 대상을 절반으로 축소한 규제개선 성과가 ‘국민이 뽑은 적극행정 BEST 5’에 선정된 점도 기억난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와 적극행정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달성했다.

국립발레단과 협업한 홍보영상은 대한민국 디지털 콘텐츠 대상 등 각종 광고제에서 모두 4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공무원식 홍보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상의 전환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주체는 공무원이 아니고 국민과 기업이다. 홍보의 주체도 공무원이 아니고 국민과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명과 논리 중심이었던 ‘공무원식 홍보’에서 벗어나 발레를 소재로 국민들이 감성적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올해는 지난 1월 개통한 차세대 나라장터의 홍보동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양궁의 김우진, 태권도 이다빈, 역도 박혜정 등 국가대표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나라장터, 한계를 넘다’를 주제로 제작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4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20년 만에 전자조달시스템울 개편한다는데

2002년 최초 개통 이후 20여년이 지났다. 안정성과 보안성을 대폭 강화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편리성을 높였다. 기업부담을 가급적 줄이고 효율성도 높였다. 앞으로 25개 공공기관으로 흩어진 자체조달시스템은 나라장터로 단계적 통합된다. 이렇게 되면 60만여 조달기업의 편리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임기근 조달청장은 △ 1968년 전남 해남 출생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 1993년 36회 행정고시 합격 / 기획예산처 정책기획팀장 △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예산총괄과장 예산총괄심의관 재정심의관 역임 △ 2023년 12월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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