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년간 1조 가까이 손실…연체율 9년 만에 최고치
부동산 대출 부실, 시장 침체 … 작년 기업대출 9.5조 줄어
상호금융권 순이익 반토막 … 연체율·부실채권비율 증가
저축은행이 최근 2년간 1조원에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상호금융권도 순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은 397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전년도 손실액 5758억원을 고려하면 최근 2년간 97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연체율은 8.52%로 전년말(6.55%) 대비 1.97%p 상승했으며 2015년말 9.2%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53%로 전년말(5.01%) 대비 0.48%p 하락한 반면, 기업대출은 12.81%로 전년말(8.02%) 대비 4.79%p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부동산PF를 포함한 부동산·건설업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부실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비율)은 10.66%로 전년말(7.75%) 대비 2.91%p 상승했다. 부실채권비율은 2022년말 4.08%에서 2023년말 7.75%, 지난해 10.66%로 계속 늘고 있다.
저축은행의 지난해말 총자산은 120조9000억원으로 대출과 예적금 감소에 따라 전년말(126조6000억원) 대비 5조7000억원 줄었다. 자기자본은 14조5000억원으로 적자 지속 등에 따라 전년말(14조7000억원) 대비 2000억원 줄었다.
이자수익은 9조5959억원으로 전년(10조7497억원) 대비 1조1538억원(10.7%) 감소했고, 이자비용도 4조1372억원으로 전년(5조3508억원) 대비 1조2136억원(22.7%) 줄었다.
기업대출이 9조5000억원(16.1%) 감소하면서 이자수익이 줄었고, 예적금도 4조9000억원(4.6%) 감소하면서 이자비용도 줄어 든 것이다.

다만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5.02%로 전년말(14.35%) 대비 0.67%p 상승했다. 금감원은 “순손실로 인한 자기자본 감소에도 대출 감소 등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감소한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보수적 여신운용 및 적극적인 매각·상각 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감소와 증자 등의 자본확충으로 당기순손실 발생에도 불구하고 BIS비율은 2023년말 대비 상승해 법정기준 대비 2배 수준을 유지했다”며 “일부 저축은행의 경영개선권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영안정성은 이상 없는 상황이고, 특히 예금인출에 대한 대외적 우려와는 달리 보유자금의 변동성이 거의 없고 유동성비율도 182%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과 달리 농협·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은 지난해 1조5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2조382억원의 순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적자 폭이 줄어들면서 턴어라운드 하는 것과 다르게 상호금융권은 순익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사업부문(금융) 순이익은 4조7312억원으로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전년(5조6646억원) 대비 9334억원(16.5%) 감소했다. 경제사업부문 적자는 3조6756억원으로 전년(3조6264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농협의 당기순이익은 1조6464억원으로 전년(2조357억원) 대비 3893억원(19.1%) 감소했다. 신협은 34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전년(211억원) 대비 손실이 3630억원(1720%) 증가했다.
수협도 272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전년(575억원 적자) 대비 손실이 2150억원 늘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상호금융업권 전체 연체율은 4.54%로 전년말(2.97%) 대비 1.57%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91%로 전년말(1.53%) 대비 0.38%p 늘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6.75%로 전년말(4.31%) 대비 2.44%p 상승했다. 수협과 신협 연체율이 각각 6.74%, 6.02%로 높게 나타났고, 농협은 3.88%를 기록했다.
상호금융업권 전체 부실채권비율은 5.26%로 전년말(3.41%) 대비 1.85%p 증가했다. 수협과 신협이 각각 7.20%, 7.08%, 농협은 4.53%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상호금융) 연체율은 경기회복 지연,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며 “다만, 연체정리 노력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연체율 상승세가 다소 완화된 가운데 자본비율 등 손실흡수능력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지속 등에 대비해 경·공매, 자율 매각 등 부실자산 정리를 통한 건전성 제고를 유도하는 한편, 충분한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 및 자본확충, 선제적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지속 제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