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BYD 헝가리공장 ‘보조금 조사'

2025-03-21 13:00:01 게재

중국정부의 역외 보조금 지급 여부 조사 … “헝가리 중국 밀착에 민감 조치”

지난 2023년 9월 독일 뮌헨에 열린 IAA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중국산 BYD ATTO 3를 살펴보고 있다. AP 자료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 헝가리 공장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YD가 중국 정부로부터 불공정한 ‘특혜성 보조금’을 받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조사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 두명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BYD의 헝가리 내 전기자동차 공장을 대상으로 역외 보조금 관련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23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BYD는 헝가리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합의했다. 현재 10월 가동을 목표로 남부 세게드에 짓고 있는 공장은 BYD가 유럽에 세우는 첫 생산기지로 연간 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EU는 2023년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금리 우대, 세금 감면, 투자, 계약 등 직·간접 혜택을 받은 업체에 대해 광범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역외보조금규정(FSR)을 도입했다. 조사 결과 BYD가 중국 정부로부터 불공정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판단되면 EU는 자산 매각, 생산량 축소, 보조금 반환 등을 명령하거나 나아가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FT는 이번 조치가 EU와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고 있는 헝가리가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착하는 가운데 내려진 민감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EU와 중국간 무역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EU와 특히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재집권하자마자 경제발전을 위해 중국과 협력 강화에 나섰다. 2015년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했고, 2022년에는 중국 CATL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자국내에 건설키로 했다. EU와 미국은 이런 행보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 보조금 문제 및 국가안보 리스크를 이유로 각종 조사 및 규제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작년 부다페스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최근 몇 년간 유럽으로 유입된 중국 투자의 4분의 1을 헝가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BYD 세게드 공장도 총 40억유로(약 5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최대 1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EU 관계자들은 해당 공장이 중국 노동력을 활용해 건설되었으며, 배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EU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EU의 FSR 규제는 2023년 도입 이후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몇 차례 적용된 바 있다고 FT는 전했다. 집행위는 이미 지난해 진행한 무역 조사에서 BYD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보조금을 받았다고 결론 내렸고, 이에 따라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 BYD의 경우, 국가 지원을 받았다고 판정돼 17%의 관세가 부과됐다.

BYD는 최근 홍콩 증시에서 56억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후 유럽과 기타 국제 시장으로의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헝가리 외에도 터키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추가로 한 곳을 더 선정할 예정이다.

워렌 버핏의 투자를 받은 BYD는 해외생산 확대 계획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감시도 받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BYD의 멕시코 공장 건설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데, 이는 BYD가 개발한 스마트카 기술이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체리는 스페인에 투자했고, 지리는 폴란드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여러 중국 배터리 업체가 EU 내 공장을 짓고 있으며, CATL은 헝가리 동부에 70억유로(약 10조원) 이상을 들여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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