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의대생 복귀 물고 트였지만 정상화는 미지수

2025-03-28 13:00:02 게재

서울대·연세대 등록 후 투쟁으로 전환 … ‘수업 참여’ 조건 정부와 갈등 가능성 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했던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중심으로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1년 넘게 중단된 의대 교육이 제적과 모집 인원 카드로 강공에 나선 정부 의도대로 정상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8일 의료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생 단체가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각 대학에서는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하지만 복귀 움직임이 제적 압박에 따른 일시적 전략적 후퇴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학생들은 등록 마감일인 27일 일제히 1학기 등록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올해 신입생과 군입대 휴학생을 제외한 재학생 대부분이 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등록을 마감한 연세대 의대생들도 추가 등록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려대 학생들도 전체의 80% 이상이 복학 상담에서 등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는 제적 통보를 미루고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이들 3개 대학의 움직임이 다른 대학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8일이 등록 마감인 가톨릭대의 경우 휴학생 절반 이상이 복귀 의사를 대학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함께 이날 등록·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한 이화여대, 부산대, 경상국립대, 영남대, 동국대, 한림대, 제주대는 구체적인 복귀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지 강경한 대학생 단체 =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 의대생들은 여전히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

의과대학 학생들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 공동성명서’를 통해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서울대와 연세대 일부 동요가 있었지만 나머지 38개 단위는 여전히 미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대와 연세대가 동맹휴학 기조에서 이탈하면서 각 대학에서는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학교가 ‘학칙 준수’ 원칙에서 물러날 기미가 없는 상황이어서 등록하지 않으면 제적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각 대학들도 마지막까지 의대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28일이 복귀 마감인 경희대 의대와 27일 밤 12시까지 복학 신청을 받은 동국대 의대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비대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의 등록 마감일인 27일 서울대 의대 모습.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투쟁 방식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66%가량이 등록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적 위험을 감수하며 등록을 거부하는 대신 일단 등록을 한 후 휴학이나 수업 거부 등의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강의실에 나올지는 장담 못해 =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는 의대생들이 다수 복귀하더라도 이들이 강의실에 실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이날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개별 학생들에게 “미등록 휴학으로 투쟁을 이어 나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등록 후 투쟁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전날 연세대 의대 학생 비상시국대응위원회도 투쟁방식을 ‘등록 거부’에서 ‘등록 후 휴학’으로 전환한다고 공지했다.

이들이 예고한 것처럼 ‘등록 휴학’이나 ‘등록 후 수업 거부’ 등의 투쟁 방식이 이어질 경우 의정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정부와 전국 40개 의대는 이달 내 ‘전원’ 복귀를 조건으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말 전국 의대 복귀율을 취합할 예정이다.

이때 전원의 기준은 100%가 아닌 ‘의미 있는 수업’이 이뤄질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전원에 준하는 인원이 복귀했다고 해서 3058명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학점을 이수하는 것까지를 복귀로 본다는 게 교육부측 입장이다.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 학생회가 예고한 대로 다수 의대생의 등록 후 ‘수업에 나타나지 않는’ 투쟁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내건 조건은 무효가 되고, 내년 의대 정원은 애초 계획인 5058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국 의대생들에게 서한을 보내 “복귀를 망설이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강의실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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