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
2024
기록적인 폭염으로 힘겨웠던 이번 여름, 기후변화가 아프리카에 남긴 상처는 참담했다. 유엔에 따르면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남부는 올 초부터 해수가 따뜻해지는 엘니뇨현상 때문에 수십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식량이 고갈되자 정부는 코끼리 얼룩말 등 대형 야생동물을 잡아 주민들에게 먹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차드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 아프리카 중서부는 홍수피해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모로코는 사하라사막이 침수되는 등 극단의 양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아프리카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작음에도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유엔세계기상기구는 사하라 이남에서 극한기후 적응에만 매년 300억~500억달러의 비용이 들며 2030년까지 1억2000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 경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변화는 인간과 환경 간 상호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오늘날 세계 발전은 환경파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달성한 위험한
12.13
시리아 아사드정권이 54년 만에 종말을 고하면서 중동정세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치욕적 패배로 숙청대상이 되었던 하페즈 알아사드 국방장관은 1970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후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후 30년 동안 알라위파 중심 소수 정권의 철권통치 끝에 2000년 둘째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었다. 집권 초기 정치적 민주주의 도입과 사회주의 경제 개편을 추진해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바샤르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인한 내전 발발 후 화학무기 사용 등 ‘잔혹한 독재자’로 변모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의 지원을 받은 다수 수니파 반군의 공세로 빈사상태에 빠진 아사드정권은 러시아·이란·헤즈볼라의 지원으로 전세를 역전한 후 2023년 사우디와 외교관계 재개 및 아랍연맹 복귀 등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기력이 소진하고 헤즈볼라가 이
12.06
현장에서 외교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싱가포르 외교관들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양국 간의 업무를 다루는 양자외교나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외교에서 싱가포르의 의제 선도 능력은 발군이다. 아세안 국가 간 회의는 물론이고 유엔 무대에서도 싱가포르는 소위 ‘펜대를 잡고’ 회의를 주도하는데 빠지지 않는다. 유엔문제에 관한 소국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소국포럼(Forum of Small States)을 창설하고 G20 국가들에 대한 압력을 위해 30개 유사입장국으로 구성된 국제통치그룹(Global Governance Group)도 주도한다. 자신들의 국명을 명기한 ‘조정에 관한 싱가포르 협약(Singapore Covention on Mediation)’이라는 유엔협정도 이끌어냈다. 학문 분야에서도 싱가포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들이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세계 대학랭킹에서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공과대학은 이미 아시아지역 소재 대학교 중 최선두 자리에 올라섰으며
11.29
박빙이 예상되던 미국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트럼프의 귀환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고심으로 세계 주요국가와 국제기구의 많은 지도자들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결정적 패인은 인플레로 인한 체감경기 악화와 바이든행정부에 대한 실망을 차단하지 못한 데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미국민의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같은 동전의 뒷면인 글로벌 리더십의 후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귀환은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에 전임이었던 트럼프에 대해 했듯이 ‘바이든 지우기(ABB, Anything But Biden)’를 의미한다. 그 첫번째 희생양은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선언으로 시작될 다자주의 훼손일 가능성이 크다. 캠페인 기간 공언했던 관세인상과 보복조치의 악순환으로 자유주의적 통상질서의 약화도 뒤따르고 보편적 다자주의의 상징인 유엔의 무기력 현상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다자주의의 시련은 이미 트럼프 이전에 시작돼
11.22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압승했고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했다. 세계는 트럼프의 귀환으로 불확실성의 장래로 빠져들었다. 아세안 또한 남중국해 문제 등 정치 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을 우려하지만 최대 관심은 경제다.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60%, 다른 나라에 대해 10~20% 관세인상을 선언하고 중국에 관한 기술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선거공약이 정부 정책으로 이행될지 두고 보아야 하지만 아세안은 제2기 트럼프행정부의 경제·통상 및 반도체 정책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세안은 미국 및 서구의 반도체 투자 유입에 힘입어 대외무역이 매년 신장해왔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아세안(10개국)은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9110억달러)이고 미국의 제4위 무역상대(5000억달러)로 성장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2000억달러 흑자를 보았다. 중국 또는 제3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거나 동남아를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
11.15
우리 국내 언론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최근 인도와 캐나다 간 외교분쟁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인도의 소수민족 문제와 그로 인한 외교적 긴장의 복잡성을 재조명하게 했다. 이번 분쟁은 시크교 운동가이자 캐나다 국민인 하디프 싱 니자르가 2023년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피살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캐나다정부는 니자르의 피살 배후에 인도정부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인도는 강하게 반발하며 외교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니자르는 시크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칼리스탄운동’의 활동가였다. 칼리스탄운동은 인도 북부 펀자브주를 중심으로 시크교도들 사이에서 형성된 독립운동으로 1980년대에 특히 강하게 확산됐다. 이 운동은 무장투쟁과 폭력사태로 이어지면서 인도정부로부터 강경한 진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며 오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인도 내 시크교도 중 일부는 칼리스탄운동을 지지하지만
11.08
트럼프는 당초 초방빅 선거라는 예상과 달리 경합주에서 승리하며 개표 하루 만에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의 국내 뿐 아니라 대외정책의 큰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이 될 전망이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는 유세 때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내 우크라이나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했고 “승패 관점이 아니라 문제해결 관점에서 종전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가 내세워온 미국 우선주의 비전과 거래주의 방식 하에서 세계분쟁에 대한 개입과 부담을 축소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그러나 종전을 단시일 내 성사시키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푸틴과 젤렌스키 간에 영토나 우크라이나 지위 등에 관해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어서 트럼프는 단순히 무기지원 압박을 넘어서 합의가능한 종전 조건과 시기 제시 등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가 성급히 군사지원 중단이나 전쟁 재발을 막는 안전보장 없이 키이우를 포기한
11.01
하마스의 기습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이 벌써 1년을 넘어섰다. 비로소 휴전의 기회가 왔다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인질의 귀환과 더 이상의 민간인 희생을 방지하고자하는 국제사회의 염원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강공! 강공!”을 외친다. 이스라엘 극우세력은 지금이야말로 ‘저항의 축’을 분쇄하고 나아가 그 축의 중심인 이란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 대선 전에 중동의 판세를 뒤집어 자국에게 유리하게 굳히는 전략인 듯싶다. 이스라엘 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첫째, 정보기관의 역량은 전쟁 방지와 수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는 당초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정보실패로 전설적인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 그러나 테헤란과 베이루트 등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최고 지휘관들이 차례차례 표적암살당하고 기상천외한 작전이 성공을 거두자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이스라엘은 묵묵부답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모사드
10.25
‘중남미는 유망한 신시장.’ 이것은 필자가 외교부에서 중남미와 인연을 맺은 1980년대 초에 들었던 말이다.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남미가 ‘유망한 신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간 꾸준한 노력이 있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 그렇지만 이제는 중남미 지역과의 협력이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좌우를 넘나드는 정치상황, 경제의 불안정성, 조직범죄 등 어수선한 사회상이 언론 매체를 통해 여과없이 전달되기 때문에 중남미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중남미가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다당제에 기초한 선거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산층이 증가했고 불평등 감소 및 빈곤퇴치 등에서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보건과 교육 분야를 포함해 신흥국 중 인간 개발 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10.18
2010년대 후반부터 격화된 미중대립은 트럼프행정부 하에서 관세전쟁으로 시작되어 중국 중심의 글로벌공급망(Global Supply Chain) 재편을 촉진하게 되었다. 또한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러시아 지원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 및 군사안보협력강화를 본격화하면서 세계는 진영대립 구도로 전개된다. 일본정부는 군사안보 분야에서 미국 유럽 및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함께 대중국 억제 협력을 앞장서 강화했다. 중국시장의 주요 투자자였던 일본 기업들은 중국경제의 내적 위험으로 철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미중대립에도 중국시장의 기회와 매력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3만여개다. 이들 현지법인의 설비투자는 지난 2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침체는 일본계 자동차기업의 부진 영향이 크다. BYD 등 전기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져 일본계 기업은 현상을
10.11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는 4000m의 험준한 산들이 동서를 가로지른다. 이러한 코카서스 산맥 이북에는 러시아가 있고 이남에는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3국이 있다. 3개국 인구를 다 합쳐도 1500만 남짓한 소국들이다. 1991년 소련 붕괴로 탄생한 3국은 독립 후 20년 동안 각자의 행로를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10년은 국제정세의 부침 속에서 각자 선택한 행로가 예상과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러시아와 접경한 조지아는 러시아를 버리고 미국을 선택했다. 과거 소련의 일원이며 절대적 권력자 스탈린을 배출하고 많은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했지만 인구 300만의 소국 조지아는 2008년 미국과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국의 군사기지 허용 가능성도 고무시켰다.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으로 안전을 보장받고자 했다. 그런데 러시아는 구소련의 일부였던 이들 국가의 NATO 가입은 절대 불가하다고 천명했다. 조지아를 지나 러시아와 연결되는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군사동맹
10.04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확보, 특히 인공지능과 전기차 확대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국가들이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필리핀도 그중 한 나라다. 필리핀정부는 에너지 수요 증가와 국제 유가의 불안전성에 대비해 1980년대에 바탄지역에 원전 2기를 건설했지만 1986년 체르노빌 사태로 인한 안전성 문제와 함께 당시 정부에서 각종 부패 사건이 터지며 원전 운영 방침을 중단했다. 그후 필리핀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원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로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2050년까지의 필리핀 에너지 계획에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한국과 필리핀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 2023년 9월 인도네시아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 방산 분야뿐만 아니라 바탄원전 건설 재개 등 원전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필리핀 측은 바탄원전 건설 재개 관련 기술 타당성
09.27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지 3년 반을 경과한 미얀마의 내부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60년간 미얀마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오던 미얀마 군부의 지배력은 흔들리지 않는 아성처럼 보였다. 그렇게 공고했던 미얀마 군부의 지배력이 작년 말 북부지역 3개 반군의 연합공격을 시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군부가 해당 지휘관 처벌을 시작한 뒤 일부 지휘관들이 이탈하면서 군의 동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미얀마는 사실상 통치주체가 없는 실패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중남부 내륙지방만 통치하고 있고 말발굽처럼 생긴 국경지대와 북부지역은 반군들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반군들이 중남부로 진출하면서 옛 수도이자 제2 도시인 만달레이마저도 군부 지배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과 유통망이 단절되면서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국가가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파편화 현상이 발생했다. 서방의 제재로 현
09.20
축구팬이 아니어도 프랑스의 축구선수 지단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켜 프랑스 축구를 ‘아트사커’로 칭송받게 만든 인물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성화 봉송에 나선 지단에 대한 호응은 여전히 뜨거웠다. 지단이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00 유로컵 우승을 이끌며 국민적 영웅이 된지 25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프랑스를 열광시키는 선수가 음바페다. 프랑스 축구의 상징 지단과 음바페, 이들의 공통점은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프랑스팀 선수 15명이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었다. 메시와 음바페의 대결로 떠들썩했던 결승전 직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SNS에 프랑스팀 사진을 올리며 ‘아프리카팀의 멋진 경기’라고 비꼬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팀 대다수도 이민자출신이었다. 미국 시사비평가 칼레드 베이둔 교수는 ‘아프리카인과 무슬림들이 프랑스에 월드컵을 바쳤으니 이들에게 정의를 찾아주어야
09.13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인 이란의 대외정책은 헷갈리기 쉽다.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파흘라비 절대 군주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수립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외정책의 바탕에 혁명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보수주의와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한 실용주의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7월 개혁파인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개방 행보를 취함과 동시에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대량공급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추가 제재에 직면해있다. 또한 7월 31일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폭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했으나 직접 공격을 자제하면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혁명 직후 인접한 군주정국가로 혁명 이데올로기 확산을 추구했던 보수주의 정책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적대정책으로 전환되었고 실용주
09.06
최근 경제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는 것에 상응해 주요국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법률이나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은 반도체 인공지능 분야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도 이에 뒤질세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다. 1월 싱가포르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자에 대해 이를 정부가 능동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중요투자검토법(Significant Investment Review Act)’을 의회에서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국가안보에 영향력이 매우 큰 중요업체에 대한 투자 관계를 면밀히 점검해 이 업체에 대한 지분 매입과 매각 시 통상산업부장관에게 사전신고 또는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 업체의 핵심 관리자를 임명하는 경우에도 장관의 허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규제대상이 되는 지정업체(designated entity)는 개별 업체이며 어떤 산업 부문 전체를 지정하는
08.30
지구가 온난화를 넘어 끓기 시작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열대야가 한달 넘게 계속돼 기록을 경신했고 찜통더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반도의 기상은 온대를 벗어나 점점 더 아열대 기후 특성을 보이고 있고 기온상승에 따른 작물과 어류의 서식지 북상도 계속된다. 극한적인 폭염과 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동시에 증가하는 이상현상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상측정이 시작된 이후의 각종 기록들이 연이어 경신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더 이상 기상이변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거라는 기대를 담은 이변이라는 표현은 이제 접어야 한다. 반복되는 이변이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면 극한적인 기상의 일상화를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극한기상의 뿌리에는 본격화되는 기후변화가 작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초 산업화 이전과 비교한 기온이 처음으로 일평균 1.
08.23
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결과 10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이 10년 임기(연임)를 마치고 대중적 인기 속에 물러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는 러닝메이트로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을 내세워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프라보워 당선자는 32년 장기 집권한 수하르트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군부장성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2014년, 2019년 대선에서 패하자 조코위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였던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프라보워 당선자의 전략적 외교 행보 프라보워 당선자는 조코위의 정책 승계를 공언했으나 벌써 외교부문, 수도(首都) 이전 문제에서 의견 차이를 보인다. 이 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외교에 중점을 두고 조용한 외교를 펼쳤으나 프라보워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난 3개월 동안 10개국을 방문했고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이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건너뛰었다. 두번째 여행지로 중동, 유럽, 러시아를
08.16
저는 2014년 총선에서 인도 국민당(BJP)이 승리하는 것을 현장에서 대사로서 지켜 본 이래 인도의 친구로서 총리의 리더십 하에서 인도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응원하면서 지켜봐 왔습니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 국민민주연합(NDA)이 승리해 세번째로 총리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방의 언론들은 총리가 집권 10년을 지나 3기에 접어들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과 같은 장기집권의 반열에 접어들었다고 비판의 뉘앙스가 담긴 논평을 했지만 인도의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총리를 민주적 절차가 의심되는 방식으로 장기집권 하고 있는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총리의 집권이 ‘장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파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폐단을 염려하는 것 또한 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총리께서 인도의 발전을 위한 확고한 비전과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여러 필요한 정
08.09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감자 맞교환이 이루어졌다. 미국 독일과 러시아가 1일 냉전 이래 최대 수감자 교환을 단행했다. 미국 및 유럽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자국민 보호 등의 정치적 목표 아래 1년이 넘는 복잡한 물밑협상을 거쳐 24명 수감자를 교환한 것이다. 미국 러시아 독일 정상은 수감자들이 자국 공항에 도착할 때 직접 맞이할 정도로 정치적 중요성을 부여했다. 미국은 자국 외 나토동맹의 4개국 독일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폴란드에서 수감 중인 러시아 형사범 8명을 모스크바로 돌려보냈다. 러시아는 자국과 벨라루스 내 수감자 16명을 석방했다. 서방으로 석방된 16명은 미국인 3명, 독일인 5명과 함께 러시아 반체제 인사 8명이 포함된 점이 특이하다. 협상은 2021년 6월 제네바 정상회담 당시 수감자 해결 채널가동 합의로 시작됐지만 우여곡절을 겪었다. 러시아는 2022년부터 첩보요원 이자 푸틴의 경호부서 소속원이었던 크라시코프를 교환대상으로 제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