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8
2025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시책을 우려하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 지연·회피 강경대응 환심사기 등 몇가지 대응양태가 주목되는 가운데 일본의 이시바 수상은 2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환심을 사고 미일동맹의 신뢰기반을 확인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특유의 총력외교가 보인다. 미일동맹은 일본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사활이 걸린 핵심이익이다.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일동맹 유지·강화를 위해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많은 공을 들인다. 하물며 동맹 때리기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본의 조바심과 대응노력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트럼프 2기에 대한 일본의 대비는 미국 대선기간 중 시작됐다. 아소 전 수상은 작년 4월 뉴욕에서 트럼프 후보와 만나 일본의 방위예산 배증계획을 설명했고 트럼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1기 때 친분이 깊었던 고 아
03.21
3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이다. 유엔이 발표한 ‘2024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전세계 143개국 중 52위로 일본(51위)과 필리핀(53위) 사이에 있다. 그런데 행복감은 오래 건강하게 살고(건강기대수명, 3위) 경제적으로 윤택(경제력, 25위)하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사회적 지원, 83위), 사회 양극화와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한 자신의 결정권(선택의 자유, 99위)의 유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노인(60세 이상)의 행복도(59위)가 청년(30세 이하)의 행복도(52위)보다 떨어지는 나라로 나타났다. 비록 한국의 행복점수가 필리핀의 행복점수보다 한 단계 높고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롭지만 실제 필리핀의 행복지수가 한국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 말 필리핀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에 특강을 위해 방문했는데 대학생들은 물론
03.14
북아프리카 알제리 지중해안에 위치한 로마유적지 티파자 언덕 위에는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에게 봉헌된 시비(詩碑)가 서 있다. 티파자의 풍경과 사랑을 예찬한 ‘티파자에서의 결혼’에 나오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말미의 카뮈 이름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 독립을 반대했던 카뮈에 대한 알제리인들의 분풀이다. 카뮈는 프랑스와 알제리가 오랜 세월 함께한 공동체로 알제리는 프랑스와 알제리 두 민족 공동의 조국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사에서 비롯된 그의 주장은 정치세력에 악용되어 많은 비난을 받았고 알제리인들에게는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유럽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겪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세기부터 아프리카 북부 및 중서부를 중심으로 전체 아프리카 대륙의 40%를 차지했던 프랑스는 민족자결 인식 확산으로 이들이 차례로 독립하고 식민시대가 완전히 종결된 후에도 친프랑스 엘리트 세력의 집권을 지
03.07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후 470일간의 가자전쟁으로 주민 4만8000여명이 죽고 가자지역은 초토화됐다. 이스라엘은 저항의 축인 이란 헤즈볼라 후티도 폭격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까지 나서서 확전 자제를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듣지 않았다. 이스라엘 규탄 목소리는 가자 주민을 형제로 여기는 아랍국가에서 가장 크게 나왔지만 외교적 수사와 인도적 지원 약속, 시민 항의에 그쳤다. 국제유가를 4배 상승시킨 1973년 오일 엠바고(석유금수조치)와 같은 물리적 행동도, 이스라엘에 대한 집단적 외교제재도 없었다. 범아랍주의와 범이슬람주의의 후퇴다. 현재 아랍의 최대 관심은 국내 경제발전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그들은 산업 다각화를 핵심으로 하는 장기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사회·문화·교육개혁도 추진하고 외교 목표도 발전의 기여에 맞춰져 있다. 현재 아랍사회는 대 변화과정에 있고 중동정세는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됐다. 그들의 절박성은 2010년대 일
02.28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지구촌 내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 신행정부가 취할 대외정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다른 핵심세력인 중국에 대한 대처 역시 큰 관심사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수 있는 유동적인 상황에서 우리의 좌표 정립은 어려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때에 우리와 유사하게 미중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지키고자 분투해온 싱가포르의 대외정책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대미외교에서 실용을 추구하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 1990년 필리핀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 해군기지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을 때 싱가포르는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측에 자국 내 기지를 이용토록 제안해 오늘날까지 긴밀한 군사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정책이 자국의 가치나 입장에 반할 때는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1983년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 시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한 유엔 결의에 적극 찬성했고 1988년 싱가포르 국내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미국대사관 1등 서
02.21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챗GPT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의 요지는 이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관점에서 나왔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틀렸다는 답을 회피하는 챗GPT답게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답이었다. 호모사피엔스가 문명을 이루어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후에 인간은 다음 세가지 오만에 사로잡혀 왔다. 그 첫째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믿음이었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물의 가장 위에 있는 존재이자 유일하게 생각하는 고등지능을 갖추었다는 우월적 의식은 신의 형상으로 태어났다는 종교적 신화로까지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45억년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역사를 1년으로 계산하면 12월 31일 자정 5초 전에 불과하다. 문명을 이룬 1만년 전으로 계산하면 훨씬
02.14
매년 겨울이면 인도 델리는 극심한 스모그로 뒤덮인다. 이번 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기질지수(AQI)가 400을 넘어 ‘심각’ 단계에 진입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1000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기준치를 수십배 초과하는 수치다. 델리의 공기오염은 계절적 요인과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 겨울이 되면 찬 공기가 도시 위에 머물면서 오염물질이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펀자브 하리아나 등 인근 주 농부들이 추수를 마친 뒤 논밭의 잔여물을 태우는 관행이 더해져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차량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먼지, 공장 배출가스 등이 대기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심각한 오염은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인도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2부제로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02.07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그는 대선 당시 “24시간 내 전쟁 종결”을 공언했고 불필요한 전쟁의 조기 종식의 중재자, 해결사가 되고자 한다. 트럼프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동의를 얻어내고 푸틴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각도의 압박과 함께 핵 군축 협상 의향도 언급했다. 백악관 종전협상 계획의 첫 단계인 미러 정상 간 통화로 종전 추진에 대한 시동이 걸리게 된다. 3년간 이어진 전쟁을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해 항구적 평화를 이루려면 상당한 결단과 조율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중재가 성공하려면 균형잡힌 합의 결과와 지속가능한 평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군 전력 강화 지원, 서방의 안전보장과 재건 협력, 우크라이나 주권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행정부는 추가 군사 지원이나 유럽과의 협의에 소극적이며 대외 원조를 3개
01.31
1991년 소련 붕괴로 부활한 지정학적 공간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영향력과 중국의 공세적 접근에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모든 관심국에 문을 개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역사·문화적 유대를 공유하는 튀르키예와 투르크국가기구(OTS)를 결성하고 이란이 주도하는 경제협력기구(ECO)에 참여하는 한편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한국 등과 ‘C5+1’ 형식의 대화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전방위 대외정책(Multi-Vector Foreign Policy)’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포함해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과 안보위협 해소에 이바지할 수 있는 파트너는 모두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병참선 구축, 튀르키예의 투르크권 연대 결성, 이란의 이슬람 연대 구상, EU와 일본 등의 개발협력 시도는 중앙아시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귀환과 중국의 부상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한번 지정
01.24
마침내 가자지구에서 총성이 멈췄다. 그런데 지난 15개월간 전쟁으로 인해 중동의 판세가 완전히 변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이들의 뒤를 봐주던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몇차례 공방에서 취약점을 노출했다. ‘저항의 축’이 휘청거리는 틈을 타 시리아 반군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53년간 군림해 온 아사드정권을 무너뜨렸다. 이로써 과거 이스라엘, 아랍, 그리고 이란 이렇게 3자간에 유지되어 왔던 중동지역 내 세력균형이 깨져버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중동외교도 변해야 한다. 첫째, 시리아와의 수교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자.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우리가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나라는 시리아가 유일하다. 또한 시리아도 웬만한 국가와는 이미 수교했지만 북한과 특수관계 때문에 한국과 수교는 예외로 남겨놓았다. 양국 모두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화시켜야 할 시점이다. 시리아 과도정부가 온건화와 포용정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서방국가들도 이의 이
01.17
202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되는 해인 만큼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어온 한일관계가 좀 더 성숙되고 안정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올해는 한일관계를 되돌아보고 관계조정을 모색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일관계는 2011년 말 교토 한일정상회담에서의 위안부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2012년 여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일본의 통화스왑 종료 등으로 악화의 길을 걸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한일관계가 회복되는 듯했지만 2018년 문재인정부에서 합의이행이 거부된데 이어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원고)에 대한 일본기업들(피고)의 피해배상 판결을 확정하고 2019년 일본이 첨단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보복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상회동은 물론 각종 정부 간 대화채널까지 중단됐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와 가치외교를 강조하며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다. 2023년 3월 한국정부가 강제동원
01.10
2019년 3월 미주대화(Inter-American Dialogue)는 ‘지켜지지 않은 약속-중남미의 오늘’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 집필에 공동의장으로 참여한 라우라 친치야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은 “우리는 500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풀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서 중남미 지도자들에게 개발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불확실한 글로벌 상황에 직면한 올해 중남미가 약속의 열쇠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중남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많은 도전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정권 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선의의 방임정책을 취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는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영향권을 넓혀 나간다는 소위 먼로독트린의 부활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중남미 정책에 있어 대표적인 매파 정치인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지명되어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선기간 중 트럼프측이 제기한 중남미 관련 이슈는
01.0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고 그 후유증이 너무 크다. 정치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경제는 환율급등과 주식시장 폭락, 극심한 소비심리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비상계엄 조치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독재적인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왔고 대개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선포된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그리고 국가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 계엄령이 발생한 것에 세계가 의아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12월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우리의 경험을 공유했고 2023년 3월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 등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작년 3월에는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대주제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해 반권위주의 인권증진을 의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런 모범적인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사태에 미국을 비롯한
12.27
2024
12월 초 중국은 호주에 대한 마지막 경제보복 조치인 쇠고기 수입 금지를 해제했다. 2018년 말 호주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외국간섭금지법’을 공표하면서부터 시작된 약 6년간의 양국 간 외교갈등이 마침내 해소된 셈이다. 사실 처음에는 호주 자유당정부가 중국에 대해 날선 공세를 취하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됐다. 호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중국 화웨이 제품의 판매를 금지시켰고 중국 기업들의 인프라 사업 참여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때는 중국 우한에 국제조사단을 파견해 코로나19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의 격분을 샀다. 중국은 그 대가로 호주산 철광석 가스 등 원자재에서부터 쇠고기 와인 등 농수산품까지 수입을 막는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호주의 피해업체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왔다. 중국은 자국의 보복조치로 인해 호주 내부 여론에 균열이 생기며 정책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얼마 지나지 않
12.20
기록적인 폭염으로 힘겨웠던 이번 여름, 기후변화가 아프리카에 남긴 상처는 참담했다. 유엔에 따르면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남부는 올 초부터 해수가 따뜻해지는 엘니뇨현상 때문에 수십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식량이 고갈되자 정부는 코끼리 얼룩말 등 대형 야생동물을 잡아 주민들에게 먹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차드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 아프리카 중서부는 홍수피해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모로코는 사하라사막이 침수되는 등 극단의 양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아프리카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작음에도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유엔세계기상기구는 사하라 이남에서 극한기후 적응에만 매년 300억~500억달러의 비용이 들며 2030년까지 1억2000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 경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변화는 인간과 환경 간 상호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오늘날 세계 발전은 환경파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달성한 위험한
12.13
시리아 아사드정권이 54년 만에 종말을 고하면서 중동정세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치욕적 패배로 숙청대상이 되었던 하페즈 알아사드 국방장관은 1970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후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후 30년 동안 알라위파 중심 소수 정권의 철권통치 끝에 2000년 둘째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었다. 집권 초기 정치적 민주주의 도입과 사회주의 경제 개편을 추진해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바샤르 대통령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인한 내전 발발 후 화학무기 사용 등 ‘잔혹한 독재자’로 변모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의 지원을 받은 다수 수니파 반군의 공세로 빈사상태에 빠진 아사드정권은 러시아·이란·헤즈볼라의 지원으로 전세를 역전한 후 2023년 사우디와 외교관계 재개 및 아랍연맹 복귀 등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기력이 소진하고 헤즈볼라가 이
12.06
현장에서 외교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싱가포르 외교관들의 뛰어난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양국 간의 업무를 다루는 양자외교나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외교에서 싱가포르의 의제 선도 능력은 발군이다. 아세안 국가 간 회의는 물론이고 유엔 무대에서도 싱가포르는 소위 ‘펜대를 잡고’ 회의를 주도하는데 빠지지 않는다. 유엔문제에 관한 소국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소국포럼(Forum of Small States)을 창설하고 G20 국가들에 대한 압력을 위해 30개 유사입장국으로 구성된 국제통치그룹(Global Governance Group)도 주도한다. 자신들의 국명을 명기한 ‘조정에 관한 싱가포르 협약(Singapore Covention on Mediation)’이라는 유엔협정도 이끌어냈다. 학문 분야에서도 싱가포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들이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세계 대학랭킹에서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공과대학은 이미 아시아지역 소재 대학교 중 최선두 자리에 올라섰으며
11.29
박빙이 예상되던 미국 대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트럼프의 귀환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고심으로 세계 주요국가와 국제기구의 많은 지도자들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결정적 패인은 인플레로 인한 체감경기 악화와 바이든행정부에 대한 실망을 차단하지 못한 데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이 미국민의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같은 동전의 뒷면인 글로벌 리더십의 후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귀환은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에 전임이었던 트럼프에 대해 했듯이 ‘바이든 지우기(ABB, Anything But Biden)’를 의미한다. 그 첫번째 희생양은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선언으로 시작될 다자주의 훼손일 가능성이 크다. 캠페인 기간 공언했던 관세인상과 보복조치의 악순환으로 자유주의적 통상질서의 약화도 뒤따르고 보편적 다자주의의 상징인 유엔의 무기력 현상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다자주의의 시련은 이미 트럼프 이전에 시작돼
11.22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압승했고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했다. 세계는 트럼프의 귀환으로 불확실성의 장래로 빠져들었다. 아세안 또한 남중국해 문제 등 정치 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을 우려하지만 최대 관심은 경제다.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60%, 다른 나라에 대해 10~20% 관세인상을 선언하고 중국에 관한 기술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선거공약이 정부 정책으로 이행될지 두고 보아야 하지만 아세안은 제2기 트럼프행정부의 경제·통상 및 반도체 정책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세안은 미국 및 서구의 반도체 투자 유입에 힘입어 대외무역이 매년 신장해왔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아세안(10개국)은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9110억달러)이고 미국의 제4위 무역상대(5000억달러)로 성장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2000억달러 흑자를 보았다. 중국 또는 제3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거나 동남아를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
11.15
우리 국내 언론에서는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최근 인도와 캐나다 간 외교분쟁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인도의 소수민족 문제와 그로 인한 외교적 긴장의 복잡성을 재조명하게 했다. 이번 분쟁은 시크교 운동가이자 캐나다 국민인 하디프 싱 니자르가 2023년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피살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캐나다정부는 니자르의 피살 배후에 인도정부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인도는 강하게 반발하며 외교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니자르는 시크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칼리스탄운동’의 활동가였다. 칼리스탄운동은 인도 북부 펀자브주를 중심으로 시크교도들 사이에서 형성된 독립운동으로 1980년대에 특히 강하게 확산됐다. 이 운동은 무장투쟁과 폭력사태로 이어지면서 인도정부로부터 강경한 진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며 오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인도 내 시크교도 중 일부는 칼리스탄운동을 지지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