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8
2024
‘블루존(Blue Zones)’이라는 용어가 있다. 2000년 벨기에 루뱅대학의 인구학자 미쉘 쁠랭이 동료학자들과 이례적으로 장수하는 마을을 조사해 지도상에 푸른색 펜으로 표식을 해나간 것에서 비롯된 용어다. 그들은 이태리 사르데냐 섬의 누오로 지역(Nuoro Province)에 100세 이상 남자 노인의 인구가 집중돼 있고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점에 착안해 이곳을 블루존이라고 지칭했다. 이후 미국의 작가이자 탐험가인 댄 뷰트너가 쁠랭 교수 등과 협업해 내셔널지오그래픽지에 ‘장수의 비결’을 발표한 후 100세 이상 장수마을에 대한 탐사와 홍보를 진행해 나가면서 블루존은 전세계적으로 유행어가 됐다. 2008년 뷰트너는 ‘블루존: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책자를 출간해 일본의 오키나와, 이태리의 사르데냐, 그리스의 이카리아 섬,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공동체 등 5곳을 블루존으로 선정했다. 이들
06.21
국제정치에서 탈냉전 이후 잊혀 가던 글로벌 사우스가 되살아나고 있다. 구소련의 붕괴로 글로벌 이스트(제2세계)가 해체되고 글로벌 웨스트로 대변되는 제1세계의 주도세가 굳어지면서 두 세계의 사이에 있던 제3세계, 즉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도 약화됐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탈냉전의 화해무드가 급속히 냉각되고 양 진영 간 대립양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국제정치는 과거의 3분 세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을 신냉전으로 규정한다. 미국 주도의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진영 간의 경쟁 양상이 냉전 시기 동서 각축의 부활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상이하기 때문에 신냉전으로 규정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동서 대리전 희생양에서 구애의 각축장으로 첫째, 탈냉전 이후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에 따라 높아진 경제적 상호의존도다. 냉전시기 동서 양진영의 경제와 교역은 거의 분리돼 움직였지만 현재는 매우 높
06.14
반도체 경쟁이라고 하면 흔히 미중경쟁(chip war)을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쟁도 유의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분야가 다양하고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하며, 생성형AI와 같이 기술발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또한 성공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위험이 많아서 한 나라만의 힘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그 때문인지 동아시아 지역은 반도체 열기 속에서 상호경쟁하면서 지역협력 분위기도 높다. 일본의 재기, 중국의 굴기에 주목 필자는 지난해부터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을 방문하며 지역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중국 아세안의 반도체 열기가 주목된다. 한국과 대만이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에 도달해 선두주자다. 일본은 40나노 수준이고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나노 기술을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1980년대 반도체 강국이었으나 지금은 선진기술에 10년 뒤처졌음
06.07
6월 4일 발표된 인도의 총선 개표 결과 현 집권 여당연합(NDA)이 승리해 모디 총리의 제3기 정권이 출범하게 됐다. 당초 선거 직전 여론조사는 물론 6월 1일의 마지막 투표일에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도 NDA가 총 543석 중 350석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이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293석을 얻는데 그쳤다. 특히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BJP)은 2014년, 2019년 선거 때와는 달리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는 4일 저녁 자신이 속한 인도인민당 당사를 방문해 승리를 선언했지만 선거기간 중 제시했던 400석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에 승리의 축제 분위기는 없었다. 예상대로의 압승은 아니지만 NDA가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모디 총리는 인도 초대 총리인 네루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3연임하는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인도의 유권자들이 모디정권을 또 다시 선택한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네루 이어 두번째 3연임 총리 첫째는 인도
05.31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일정으로 5월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년간 40여회, 평균 매년 두 차례씩 만나 각별한 친밀감을 과시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과 공동선언을 통해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를 재확인하며 국제무대에서 안정을 촉진해나간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러중은 정상회담에서 작년처럼 다양하게 협력관계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강화될 분야도 제시했다. 첫째, 양측은 미국과 동맹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다극화 세계와 경제 세계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공동비전을 제시했다. 둘째, 양측 핵심 이익관련 러시아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토 주권을 재확인하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러시아의 안보 이해를 존중한다고 했다. 셋째, 군사 분야 협력이다. 러중은 그간 합동 해상훈련과 전략폭격기 공동순찰을 해왔다. 이제는 미사일방어와 조기경보시스템 훈련, 군사기술 공동개발까지 약속했고 중국의 대만작전을
05.24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과 일본’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북한과 일본 사이에서 협상과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일 간 물밑협상이 진전되고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40여년 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북일교섭이 이번에는 종착역을 향해 본격 가동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기시다 수상은 2022년 취임 이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이 중요하다며 방북 의사를 밝혀왔다. 2월에는 북한이 납치문제가 해결됐다는 전제하에 기시다 수상의 방북도 있을 수 있다고 반응, 북일 비밀접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납치문제 관련 양측 간 논박이 거듭돼 북일접촉은 다시 잠수했지만 기시다 수상은 4월 방미 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내는 등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견지했다. 일본이 북일 관계개선을 본격 추진한 계기는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이다. 한국이 남북 대결외교를 지양하고 일본과
05.17
필리핀은 2014년에 1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인구대국’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일본 등에 이어 13번째로 ‘1억 클럽’에 가입했다. 2023년 1월 기준 필리핀 인구는 1억1645만명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1000만명 이상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게다가 필리핀은 고학력 노동력이 풍부하며 대부분 영어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유엔 인구국(UNDP)에 따르면 필리핀의 중위연령은 24.2세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국가다. 필리핀의 노동시장은 국제경영개발원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61개국 중 4위에 오르는 등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생률로 인해 인구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기준 5182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2050년에는 약 4578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미래성장동력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학력 노동력이 풍부
05.10
미얀마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해 정부 없이 국가가 표류하기 시작한지 3년이 경과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물론 미얀마 군부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합법정부를 세우려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불과 10년 전 세계 최고의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미얀마는 이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잊혀져가고 있다. 미얀마 국민의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미얀마 내부정세는 점차 무정부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1962년 네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지난 60여년 간 군부가 미얀마의 질서와 통합을 보장해 온 유일한 세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이후 5년간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연맹이 집권하던 시기에도 사회의 안정을 담보하는 세력은 군부였다. 그토록 공고했던 군부의 지배권이 최근 ‘시민 방위군(PDF)’과 15여개 반군들의 공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작년 말 미얀마 동북부 중국 접경지역에서 중국 범죄조직을 소탕해달라는 중국정부의 요구를 군부가 잘 이행하지 못했다. 그러자 중국은 접경지역을
05.03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일관되게 표방하는 대외정책은 ‘우방국과의 동맹 강화’다. 그만큼 우리에게 동맹은 언제나 중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특히 한미관계는 안보동맹에서 출발해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그 범위와 깊이가 크게 발전했다. 동맹이 군사안보적 배경의 비중이 큰 개념인데 비해 비동맹은 다분히 실용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교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반식민주의 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1955년 처음 구상되어 196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창립된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은 냉전시대를 관통하며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냉전 종식 이후 뚜렷한 노선이나 구속력 없이 ‘글로벌 사우스’나 제3세계 협력의 틀에서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동맹운동 회원국으로 전쟁리스크를 배척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대아프리카 정책의 기초로 삼을 만하다. 이들은 교역 투자 원조 등 경제 분야 뿐 아니라 안보 면에서도 서방 중국 러시아 등 강대
04.26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이 그동안 금기처럼 지켜온 ‘그림자 전쟁’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벗어나 상대방 영토를 공습하는 ‘직접 충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상호 절제된 대응으로 일단 극단적 상황은 피하고 소강상태에 들어갔으나 지금까지의 교전 방식이 바뀐 획기적 사건으로서 향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은 더 커졌다. 양국의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추어 정세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게 되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세력과의 연정을 통해 개인 비리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사법부 개혁 추진과 하마스와의 전쟁 과정에서 인질 구출 실패와 인도적 재앙 초래로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전시내각 지속을 통한 정권 유지를 도모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의 강경 보수파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제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월 1일 시행된 의회와 최고지도자 선
04.19
5월 15일 싱가포르에는 새로운 총리가 탄생한다. 리센룽 현 총리는 4월 15일 성명을 통해 다음달 15일 총리직을 사임하고 같은 날 로렌스 웡(Lawrence Wong) 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4세대 지도체제가 출범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자치정부 시절인 1959년부터 총리직에서 물러난 1990년까지를 1세대 지도체제, 고촉통 전 총리가 재임한 기간(1990~2004)을 2세대, 현 리센룽 총리의 재임기간(2004~2024)을 3세대, 그리고 그 뒤를 이을 총리 체제를 4세대 지도체제로 일컫는다. 올해까지 20년을 집권한 리센룽 현 총리와 31년을 집권한 부친 리콴유 전 총리의 재임기간을 모두 합치면 부자가 반세기 이상을 한 국가 총리로 재직했다. 그 사이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965년 독립당시 517달러에서 2022년 기준 8만2807달러로 160배 이상 증가했다. 리센룽 총리의
04.12
인류의 생존적 위협인 핵무기 확산의 속도와 폭이 심상치 않다. 이제는 지구의 공간을 넘어서 우주까지 확대될 기세다.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직접 대화는 물론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과 인도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러시아는 부인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부각된 인공위성 활용의 열세를 상쇄하려는 전략일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우주에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지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1967)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되고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평화적 공간이어야 할 우주가 군사화되는 기폭제가 될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위험이 우주에 국한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강대국 간 패권경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는 반면 위험을 줄이기 위한 통제 규범 마련에 필요한 글로벌 리더십의 적자는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적
04.05
동남아 언론에서 한국에 관한 뉴스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연예인 자살, 의료계 파업,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부정적인 뉴스가 태반이다. 이러한 보도 경향은 한국-아세안 관계가 뒷걸음질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첫째, 한-아세안 정상외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국제회의 개최지 두 나라를 포함해 아세안 10개국 중 3개국을 방문했다. 미국을 5차례, 유럽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중국은 방문하지 않았다. 아세안 정상 중 지난해 방한한 이는 한명도 없다. 미국 위주의 ‘가치외교’ 성향이자 결과다. 둘째, 한-아세안 경제교류가 정체상태다. 아세안은 미국 중국과 함께 우리 경제의 3대 파트너이지만 인적교류와 건설진출이 크게 감소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선호하던 투자(FDI) 지역인 아세안에 대한 투자도 제자리걸음이다. 무역만 유일하게 상승했다. 이는 대중국 무역의 퇴조를 아세안에서 만회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건설 진출 부진이 특히 안타깝다
03.29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전세계 74개국에서 선거가 실시돼 세계 80억 인구 중 40억명이 선거에 참여한다. 가히 ‘지구촌 선거의 해’라 할만하다. 1월에는 대만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이달 중순에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11월에는 지구촌 전체의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벌써부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상 최대의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인도에서도 다음달 5년마다 치러지는 총선거가 있다. 2014년 처음 집권해 2019년 연임에 성공한 모디 총리의 3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인도의 총선거는 첫 투표일인 다음달 19일부터 마지막 투표일인 6월 1일까지 약 6주간 진행된다. 그 이유는 광활한 국토와 엄청난 규모의 유권자에 대한 선거관리를 위해 지역별로 7
03.22
3월 15일부터 3일간 진행된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87.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2030년까지 6년을 더 통치하게 되면 소련 스탈린 서기장에 버금가는 최장기 집권 지도자가 된다. 이번 대선으로 러시아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는 달리 권위주의적 ‘관리 민주주의’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이번의 높은 득표율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과 투쟁과 전쟁 중에 국민을 단합시키고 국가를 수호한다는 메시지를 통제된 언론을 통해 널리 확산시켰다. 크렘린에 정치적으로 도전하지 않는 야당 후보들만 내세워 유권자들 선택을 제한했으며, 전시경제인데도 재정을 대폭 풀어 경제호황을 유지하면서 일부 투표거부 활동을 통제했다. 앞으로 6년 간 푸틴은 우크라이나전쟁 등 자신의 정책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이 3.18 압승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러시아의 현재 상황이 국
03.15
2024년 들어 북한은 남북관계를 새롭게 규정했다. 이른바 1민족 2국가 개념에서 출발하면서도 ‘1민족’ 의미는 축소하고 ‘2국가’를 부각시켰다. 이미 1980년대 동독이 동서독 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한 바 있으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분단 당사자 간 경쟁이 한편의 일방적 우위로 기울어지는 경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독일은 자국의 패전으로 1민족 2국가로 전락했고 한반도는 일본의 패전으로 1민족 2국가로 독립했다. 1990년대 미소 관계의 전환기에 동서독은 하나가 됐으나 한반도는 그러지 못했다. 국제정세의 흐름과 분단 당사자의 대처에 따라 시작과 끝 모두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세계질서 전환과정에서 탄생한 유라시아의 투르크 1민족 5국가 사례도 맥을 같이 한다. 한반도 분단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있으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동서양 사이에서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던 투르크 민족은 18~19세기 청나라와 러시아의 점령으로 국가가 소멸한다. 1세기가 지난 무렵 소
03.08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3월 10일~4월 8일)이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개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써 여섯달째 접어들었고 사상자가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아직도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인질들이 무장단체 손에 억류돼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인도적 구호도 쉽지 않다. 전장은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홍해는 자유항해 위협,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다. 최근 도하 파리 카이로에서 연달아 협상이 열렸지만 인질석방과 휴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설령 성사된다 해도 임시방편일 뿐이고 종전까지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종전을 위해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처리 방안이 우선 제시돼야 하지만 이스라엘로서는 확실한 출구전략이 없는 듯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의한 가자지구 통치안을 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반대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통제권을 이스라엘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
02.23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열렸다. 154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8500여명이 참석한 최대 규모의 총회였다. 두바이 COP28은 2015년 파리협정의 이행정도를 점검하는 첫 총회로 주목받았다. 지구온도 상승을 1.5℃ 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COP28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폐기하고 신규 허가를 제한한다는 등의 ‘아랍에미리트 컨센서스’에 합의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이 공식 출범되는 등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 대규모 국제회의 성공의 또 다른 포인트인 행사 준비와 운영 측면에서 한국의 경험이 숨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두바이 COP28은 최대 규모의 행사였는데도 과거 어느 총회 때보다 혼란없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됐다. UAE정
02.16
드디어 한국과 쿠바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됐다. 14일 저녁 10시 한국과 쿠바 외교부는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주유엔 한국대사와 쿠바대사는 유엔본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에서 수교를 위한 외교공한을 교환했다. 이번 수교 후속조치로 조만간 서울과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개설하는 문제와 고위급 인사 교류 등을 위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다. 쿠바와의 전격 수교로 중남미 외교에서 큰 걸림돌이 치워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수교는 대중남미 외교뿐만 아니라 우리 외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쉽게 접근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그동안 이념과 체제를 넘어 세계 모든 국가와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원칙에 입각해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양국의 수교 관련 협의는 2016년 우리 외교부장관이 쿠바를 최초로 방문해 수교의사를 전달한 이후 물밑에서 이어져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가 성과를 낸 것이라 더욱
02.02
최첨단시대를 살면서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먼 곳이다. 그 이미지도 막연한 희망이나 잠재력 같은 상투적인 클리셰(표현)에 국한되어 있다. 전세계를 누비는 외교관들조차 소위 ‘험지’인 아프리카 발령을 피하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시화를 겪으며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는 유엔 미래인구전망을 토대로 2050년 아프리카 인구가 현재의 두배인 25억명으로 늘어나고 세계청소년인구의 1/3을 차지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가 보유한 자원에너지만이 아니라 인류 원동력으로서의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유엔회원국은 54개로 전체(193개)의 2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유엔 내에서 아프리카는 미약한 분담금과 여러 정치·경제적 문제들로 인해 제대로 된 권리행사를 못하는 상황이고, 때문에 약자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한 내적 연대가 강하다. 부산 엑스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국제박람회기구(B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