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지금이 필리핀에 투자를 확대해야 할 적기다

2024-07-26 13:00:07 게재

필리핀이 새로운 투자유망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필리핀은 그동안 관료주의, 낙후된 인프라, 정책 불확실성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뒤처져 있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 견제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우방 필리핀에 반도체와 니켈 정제 산업, 기반 시설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해외순방을 통해 투자를 유치해왔다. 앞으로 5~10년간 1000억달러(14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혁신의 걸림돌로 꼽히는 열악한 인프라 확충을 위해 5000억페소(약 11조9000억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창설했다. 사상 처음 개최된 미·일·필 3국정상회에서 수비크만과 클라크, 마닐라, 바탕가스를 잇는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 루손 경제회랑’을 출범시켰다.

필리핀은 2023년 5.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경제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 국가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필리핀의 빠른 경제성장세와 외국인 투자우호 정책, 풍부한 인적·물적자원으로 많은 외국 기업이 다투어 필리핀에 진출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월 18일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개발·운영사업’ 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최대 25년 동안 마닐라공항의 운영·유지보수를 전담하며 단계별로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 기간 예상되는 누적 매출액은 36조9000억원, 총사업비는 4조원(약 30억달러)에 달하는 등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수주한 해외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자원 재생에너지 해양 분야 등 협력 강화

안정적인 자원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원대국인 필리핀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필리핀은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이 각각 세계 2위, 4위이며 그 외에도 단위 지역당 매장량은 금이 세계 3위, 구리 4위, 크롬 6위다. 필리핀 정부는 광물 자원 매장 가치를 84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필리핀과 자원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중요한 협력분야다. 필리핀은 지열과 풍력, 태양광 부문에서의 자원 잠재력이 높은 편으로 그린 인프라 투자에 매우 적극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최대 바이오매스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지열발전소를 위해 그린 채권발행을 확대했다. 5000만달러 이상의 대형 지열발전 프로젝트는 외국인 지분을 최대 100%까지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한-필리핀 간 ‘재생에너지 협력 및 보급 협력 이행 약정’을 체결하는 등 협력 관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우리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해 필리핀 재생에너지 분야의 진출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2022년 11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필리핀 바탄원전 건설 재개 등 원전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2023년 11월 17일 미국과 필리핀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 미국이 필리핀에 원자력 기술과 자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 미국, 필리핀이 필리핀 원전을 위한 삼각 협력도 모색해 볼만 하다.

해양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필리핀 정부는 2023년 10월 필리핀 해양경제 분야가 약 22% 성장했으며 경제적 가치는 약 151억달러(약 20조83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필리핀과 연례 해양 대화를 개최하고 있는데 해양경제는 해양자원 공동개발로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므로 해양 분야 진출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FTA 비준으로 교역과 투자 확대해야

마지막으로 필리핀과의 산업협력 강화를 통해 제조업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필리핀의 전기기기와 반도체 등 제조업 부문의 주요 투자국이다. 특히 전기기기는 필리핀이 주요 생산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고 있다. 필리핀 경제가 빈곤감소와 고용창출을 통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부문에서의 산업협력을 통한 한국의 기여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와 필리핀은 작년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는 기반을 구축했으나 아직 국회에서 비준이 안되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조속히 비준돼 양국 교역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한동만

연세대 초빙교수

전 필리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