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도의 모디 총리께

2024-08-16 13:00:03 게재

저는 2014년 총선에서 인도 국민당(BJP)이 승리하는 것을 현장에서 대사로서 지켜 본 이래 인도의 친구로서 총리의 리더십 하에서 인도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응원하면서 지켜봐 왔습니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 국민민주연합(NDA)이 승리해 세번째로 총리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방의 언론들은 총리가 집권 10년을 지나 3기에 접어들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과 같은 장기집권의 반열에 접어들었다고 비판의 뉘앙스가 담긴 논평을 했지만 인도의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총리를 민주적 절차가 의심되는 방식으로 장기집권 하고 있는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총리의 집권이 ‘장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파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폐단을 염려하는 것 또한 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총리께서 인도의 발전을 위한 확고한 비전과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여러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한 사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선의가 때로는 독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야당이나 서방 언론이 ‘독재’ 운운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인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협의 정치를 추구할 필요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BJP에게 과반 의석을 주지 않은 것의 의미를 겸허하게 받아 들이셔야 됩니다. ‘모디 총리가 당분간 더 인도를 이끌어 주기를 원하지만 너무 과격하거나 일방적인 것은 곤란하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인도의 제 정당들이 국익이나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당파적, 지역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국정의 파트너로 들어와 있는 연립 정권 내의 정당들, 나아가서는 라훌 간디가 이끄는 국민회의를 비롯한 제 야당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소외된 계층, 소외된 지역에 대한 배려도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이슬람을 믿는 인도 국민들을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인도 독립 과정에 큰 기여를 했고 인도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총리의 대외적 이미지와도 직결돼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인도가 지금과 같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저는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인도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부의 투자유치 정책이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눈을 돌려 인도를 향하고 있는 것은 인도가 가지고 있는 큰 잠재력을 평가하고 있는 데 기인하고 있지만, 이들을 인도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인도정부가 이들에게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신뢰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미국과 함께 세계의 문제를 생산적으로 논의하면서 발전적 기여를 할 수 있는 큰 나라가 몇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국력은 커졌으나 미국과의 대립이라는 함정에 빠져 긍정적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근 국력이 급격히 신장되고 있는 인도에게 박수를 보내며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저는 인도가 과거 냉전 시대부터 비동맹, 비가담의 외교정책을 꾸준히 추구해 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서도 중간적 태도를 취하면서 실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경제력이 세계 5위가 되었고, 곧 세계 3위가 될 인도로서는 중립적 태도를 취하면서 자신의 실리만 취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아울러 국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필요하면 책임도 지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이 국제무대에서도 인류를 위해 긍정적 방향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준규

인도포럼 회장

전 주인도·일본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