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5
2025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등장하는 아트로포스(Atropos)는 운명의 실을 잘라 생명을 거둬들이는 여신이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아트로포스에게는 언니가 둘 있다. 첫째인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뽑아내고 둘째인 라케시스는 그 실을 감거나 짜는 소임을 맡는다. 사람들은 이들 여신을 동물에 빗대기도 했다. 클로토는 거미, 레케시스는 뱀이지만 아트로포스는 일시적인 삶을 뜻하는 나방이나 애벌레로 변신한다. 삶은 유한하고 유전자 대물림은 세대를 이어간다는 엄정한 생물학적 필연이 도저(到底)하다. 신화에 머무르는 대신 아트로포스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 아트로핀이 되었다. 가지과 식물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독성 물질인 아트로핀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이다. 화생방 훈련에서 독가스에 노출되면 눈물 콧물 범벅이 되는데 아트로핀이 그 해독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량의 아트로핀을 섭취하면 호흡근이 마비되면서 죽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아트로포스가 신화 속 주인공이 되었겠지만
03.18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교육자들이 최근 자주 듣는 질문이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각자 고유한 파이를 그려라. 자,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른 파이는 무엇인가? 원 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 파이(π) 인가, 아니면 달콤하거나 짭짜름한 밀가루 요리 파이(pie) 인가? 혹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태평양을 건넌 인도의 소년, 파이(Pi Patel)가 떠올랐는가? 우선 수학 기호 파이(π)에 집중해보자. 14일은 원주율라고도 불리는 파이의 의미를 되새기는 ‘파이 데이(Pi Day)’였다. 3.141592…로 무한히 이어지는 파이의 첫 숫자 3.14를 따서 매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파이의 효용이나 수학적 의미는 논외로 하자. 이 기호는 위에서 아래로 뻗은 두 개의 세로획과 이를 연결하는 가로 획으로 구성된다. 이 단순한 구조를 기억해 우리가 공부하고 탐구해야 할 방향을 정해보자. 두개의 세로 획은 끝없이
03.11
“항공우주공학과 갔더니 4년 내내 역학만 배웠다. 뭔가 더 멋진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역학을 이렇게 많이 배울지는 몰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필자 역시 박사과정까지의 수련과정 중 가장 많이 종류별로 배웠던 것이 역학이기 때문이다. 역학은 물체의 움직임과 힘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잘 만들어 내야하는 항공우주공학자 수련생이 ‘그것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를 배우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이 역학들 중에 유체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항공우주공학자가 만들어 띄우는 비행기 우주선 로켓 등 모든 인공물체는 반드시 지구의 대기와 만나게 돼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 띄우는 물체들이 빠르게 움직여 공기와 만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우리는 경험적으로 힘을 가하면 물체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러한 힘과 운동의 관계를 수백년 동안 선배학자들이
03.04
인간 유전체 내 암흑지대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판지놈(pangenome) 사업이 활발하다. 판지놈이란 수십명 이상으로 구성된 집단 수준의 고품질 유전체 정보를 한데 모은 것을 가리킨다. 이는 21세기 초 초안이 공개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확장판이다. 규모는 현저히 늘었다. 당시 단 한개의 인간 유전체 지도를 확보하는 데 전세계가 힘을 합쳤다면 이제는 지역별로 수십에서 수백개의 인간 유전체 지도를 대규모로 확보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대규모 유전체 연구 사업은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에 대한 유전자 수준의 답을 내놓기 위해 시작돼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왜 사람의 키가 서로 다른지, 왜 어떤 사람은 당뇨병에 더 잘 걸리는지, 왜 어떤 이는 희귀질환을 타고 나는지 등 사람의 차이를 그들의 유전자 차이 수준에서 해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체 해독에 사용된 기존 방식은 기술 자체에 내재된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유전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변이 중
02.25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 산업의 기초가 되는 반도체 기술은 미국과 중국, 우리나라와 대만 등 관련 국가의 명운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EUV 노광 장비다.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장비는 네델란드의 ASML이라는 기업이 독점 생산 공급한다. 차세대 반도체의 극미세패턴 제작에 필수적이며 중국과 반도체 산업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이 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는 사실도 꽤 알려져있다. 도대체 EUV 장비가 뭐길래 ASML은 이 장비를 독점하는 것이며 마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처럼 경쟁국에 수출을 금지할까? 그리고 다양한 첨단기술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이 장비를 왜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는 것일까? EUV는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의 약자로 반도체 산업에서는 파장이 13.5nm 인 빛을 말한다. 여기서 1nm는 10억분의
02.18
식품은 유기물이다. 따라서 시간이라는 독립변수에 여러 종속변수들이 존재한다. 화학 물리 생물학적 변화들이다. 공장에서 갓 태어난 모습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이 변화가 품질의 저하로 이어져 상품으로 가치가 없거나 건강에 위해한 식품으로 변질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에는 제품명·제조자·원재료·날짜표시 등 주요 사항들이 표시된다. 이중 식품의 날짜표시는 해당 제품의 특성에 따라 판매와 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로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통기한은 소비기한 표시제도로 2023년 계도기간으로 운영되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보통 시중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기간 섭취가 가능하다. 품질 변화시점을 기준으로 안전을 위해 60~70% 정도 빠른 기한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를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면서 불필요한 식품의 낭비가 발생하자 새로운 개념의 소비기한을 만들었다.
02.11
설연휴 직후 강추위로 전국이 꽁꽁 얼었다. 한파에 동반된 강풍은 체감온도를 영하 20℃로 떨어뜨렸다. 제주 산지에선 초속 28m의 강풍도 불었는데 이는 시속 100km에 달한다. 세계기상기구가 공식 인정한 최고 풍속은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부근의 사이클론에서 측정된 시속 408km란 엄청난 속도다. 이 정도면 대기 상층부를 지나는 제트기류 속도와 맞먹는다. 태양계에서 가장 빠른 바람이 부는 곳은 어디일까?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뺏긴 후 가장 먼 행성이 된 해왕성이다. 이곳의 상층부에선 시속 약 1800km의 바람이 분다. 이 정도면 서울 부산을 약 10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하지만 이 기록도 외계행성 WASP-127b의 적도 상공에 부는 바람에 비하면 산들바람일 듯싶다. 이 바람의 속도는 무려 시속 3만3000km라 한다. 지구 상공의 제트기류보다 75배나 빠르다. 유럽 중심의 국제연구팀은 최근 칠레의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
02.04
#1 떡국 만들려고 떡과 육수를 사러 마트에 왔다. 그런데 재료가 있는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떡국을 만들 수가 없다. #2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분자를 흡수해 ATP와 NADPH를 사용해 포도당을 만든다. #3 잎에 기공을 둘러싼 공변세포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부피를 조절해 기공을 여닫는다. #4 광합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은 빛의 세기,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가 있다. 광합성량은 빛의 세기가 증가하면 많아지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빛의 세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광합성은 생명의 근원으로 공기가 빵으로 바뀌는 기적이라 불릴 만하며,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유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2 #3 #4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의 광합성 관련 내용이다. #2는 잎 속 엽록체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의 생화학 과정인 켈빈회로 설명이고, #3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물리적 기작을 나타낸다.
01.21
생김새가 들깨와 비슷한 ‘개박하(Nepeta cataria)’는 캐트닙 또는 캣민트라고 한다. 이름에서 우리는 이 식물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고 향기 나는 물질을 만들어 공기 중으로 내보낼 것이라 짐작한다. 개박하나 깻잎처럼 향을 내는 식물들은 대개 꿀풀과 소속이며 줄기가 네모나다. 순대 볶음의 냄새를 잡거나 향을 북돋울 목적으로 집어넣었던 깻대의 네모난 모양을 떠올려보자. 향이 나는 물질은 화학적으로 정유(essential oil) 화합물이다. 탄소의 수가 9개 또는 10개인 작은 분자들이다. 계피의 냄새물질인 신나믹산은 탄소가 9개다. 안면도 소나무 휴양림을 수놓는 향기는 피넨(pinene)으로 탄소의 수가 10개다. 작은 분자라서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날아다니다가 우리 후각 수용체에 잡히는 것이다. 인간은 두 눈 사이가 좁아서 후각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다. 시각에 더 중점을 둔 해부학적 구조를 지니지만 박하나 향신료의 다양한 냄새를 맡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01.14
올해 기필코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소셜네트워크에 포스팅했다면 여러분은 지극히 평범한 지구인이다. 혹시 그 다짐을 서서히 포기하고 있는가? 자책하지 말자. 건강과 관련된 다짐은 신년계획의 80%를 차지하며 이맘때 그 다짐을 포기하는 사람들 역시 과반수에 이른다는 설문조사가 여럿이다. 1월의 헬스장이 특히 북적이는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헬스장 회원권의 환불규정이 꽤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환불의 기회마저 새해 다짐과 함께 포기해버리는 이들도 적지 않아 의도치 않게 헬스장 기부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구인들이 새해 다짐을 모조리 완수할 확률은 어쩌면 동네 헬스장에서 외계인을 만날 확률보다 낮지 않을까. 오죽하면 2025년의 다짐이 2024년에 계획한 것을 완수하는 것이고, 그 계획은 2023년에 했어야 하는 일이며, 그 일은 다시 2022년에 계획했던 것이라는 무한반복의 자조적 농담이 공감을 얻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새해 다짐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매년 같은 목표를 세
01.07
오늘(1월 7일)부터 대학입시 정시모집 전형이 시작된다. 정시는 수시모집과 달리 소위 수능이라 부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점수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사용된다. 수학(修學)능력이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전공학문을 학습하고, 정해진 교육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문제는 대학의 교육 내용과 목표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수학능력의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 지금 대학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인공지능이 일으키고 있는 교육혁명일 것이다. 추론 가능해진 AI 어떤 혁신이 있었나 2024년 9월 미국의 오픈AI사는 새로운 인공지능 o1을 내놓으면서, o1이 미국의 수학올림피아드 대표선수를 뽑기 위한 예비시험 성격을 가진 에이미(AIME)에서 80%가 넘는 답을 맞혔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고등학생 중 상위 500등 안에 드는, 올림피아드 대표선수로 선발될 수 있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언어는 잘해도
12.31
2024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관객 입장이라면 스릴을 느끼면서 지켜볼 수 있지만 그 상황에 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탈출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부하(Cognitive load)로 인해 적절한 인지자원을 사용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인지부하는 불안과 압도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불안과 무기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의사결정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서와 인지처리과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뇌손상 환자의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안와전두엽 피질에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따르는 정서적 결과에 대해 민감하지 못했으며(Berlin 외, 2004), 보상과 처벌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전략을 세우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가
12.24
“18세기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성장은 과거 몇천년 동안의 정체기를 깨는 혁명이었다.” (경제학자 앤거스 매디슨 Angus Maddison) 지난 몇세기 동안 인류는 눈부신 진보를 이뤄냈다. 약 1만년간의 농업시대 동안 전세계 GDP는 연평균 0.01% 남짓 성장했지만 18세기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석탄을 연료로 한 기계화와 대량 생산이 시작되면서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19세기에는 전 세계 GDP 성장률이 연평균 약 1%로 뛰어올랐고, 20세기에는 연평균 3%를 넘어서기도 하며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이는 과거 수천 년 동안의 정체기를 고려했을 때 거의 기적에 가까운 성과였다. 이 같은 변화는 경제적 지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8세기 이전의 인류는 평균 수명이 30~40세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세계 평균 수명은 73세를 넘어서며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전 세계 문맹률은 1800년대 88%에서 21세기 초 14%로 급격히 감소
12.17
일전에 어떤 지인이 “사과 하나는 금쪽”이라는 말은 사과가 귀한 시절에나 하던 말이지 사과뿐 아니라 대부분 과일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혈당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먹으면 안되고 차라리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강변을 했다. 그러나 사과의 혈당지수(GI)는 40 정도로 혈당지수가 낮은 과일에 속한다. 가까운 가족 중에도 달걀부침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있다. 이유인즉슨 기름이 너무 유해하다는 것이다. 기름이라는 것은 먹어선 해가 되는 식품으로 선을 긋는다. 지방은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에너지 공급, 단열, 장기의 보호, 비타민 흡수, 호르몬 합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비만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나 필수 지방이 부족하면 뇌 기능 저하, 면역력 감소,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식품에 대해 편협하고 왜곡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주위에 의외로 많이 있다. 연령 및 성별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1인 가구 구성원은
12.10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는 전자를 만나 수소를 만들고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수소경제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에겐 친밀한 원소다. 양성자를 직접 활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럼 중성자는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중성자는 양성자의 쌍둥이 형제와 같은 입자다. 중성자가 약간 더 무겁기는 하지만 이 둘은 질량이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성자는 전기를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하가 없으면 전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전기를 띈 전자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지도 않는다. 즉 중성자는 원자의 전자구름을 만나도 아무런 반응하지 않고 소 닭쳐다 보듯이 그냥 스쳐 갈 뿐이다. 이렇듯 중성자는 우리 몸 깊숙이까지 편안하게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방사선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성자가 물질을 100% 완전히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원자핵과 만나 원자핵을 들뜨게 할 수도 있고, 원자핵을 쪼개버릴
12.03
물고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자원이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고기 뼈는 수천년 전 고대에 피라미드를 짓던 건설현장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국내에서도 오이도나 연평도의 조개무덤에 쌓여있던 물고기 뼈가 드러나기도 했으며 내륙 한복판인 원주 법천리 무덤에서 바다에 사는 물고기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신석기 시절부터 인류는 물고기를 잡았으며 이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톡톡히 활용했던 셈이다. 현대에도 물고기는 여전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특히 양식이 가능해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육종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양식어업은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어류양식은 중요한 산업이다. 2023년 통계청 어류양식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는 연간 약 1조1000억원, 약 8000톤 분량이 양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주요 양식어종인 세가지 물고기가 이러한 생산량의 3/4을 차지한다. 흔히 광어로 불리는 넙치가 생산량 1위로 약 4만톤을
11.26
1969년 크리스마스, 일본의 시계회사 세이코는 쿼츠 크리스탈을 사용해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손목시계를 발매한다. 당시 사용되던 기계식 시계 대비 10배 이상 정밀한 이 시계는 한달에 5초 이내의 오차로 기계식 시계시장에 ‘쿼츠위기(quartz crisis)’를 불러왔다. 유럽의 고급 기계식 시계는 고가의 장신구라고 개념을 바꾸면서 살아남았지만 이후 거의 모든 시계는 쿼츠시계가 된다. 쿼츠시계는 얇은 수정(quartz)조각에 전기장을 가하면 강유전체 특성을 지닌 이 물질에 기계적 변형이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수정조각의 고유 진동수에 해당하는 전기장을 가해주면 기계적 진동과 공명현상으로 특정 진동수를 매우 정확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8.192kHz에 공명하는 것을 사용했고 요즘은 32.768kHz에 공명하는 RTC(real-time clock)를 거의 모든 시계에 사용한다. 사실 무엇이든 안정된 주파수 진동을 발생할 수 있으면 시계가 될 수 있다. 네비
11.19
2024년 노벨화학상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이루어낸 혁신적 성과를 인정하며 과학과 기술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노벨화학상은 알파폴드 (AlphaFold)로 대표되는 AI 기술에 수여되었다. 알파폴드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이 기술은 수십년 동안 풀리지 않던 단백질 구조 문제를 단 몇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알파폴드는 2018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인 CASP13에서 첫 선을 보이며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회는 단백질 구조를 수학적으로 예측한 후 이를 실험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파폴드는 기존의 예측 방법과는 차원이 다른, 아미노산 간 거리 예측 기법을 도입해 대부분의 목표에서 실험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생명현상의 비밀을 퍼즐처럼 풀어내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편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도 알파폴드의 대항마 ESM폴드(ESMF
11.12
한석규 배우가 프로파일러 역할로 나오는 TV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이다. 복잡하게 꼬이고 얽힌 사건의 진실을 함께 추측해 보기도 하고, 제시된 여러 사실을 나열하며 나름의 결론을 내면서 몰입을 하게 되었다. 이번주 마지막회 결말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최근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여겨지는 ‘프로파일러’는 범죄행동을 과학적 증거기반으로 분석하는 수사관을 의미한다. 프로파일러는 사건의 증거나 용의자의 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건의 전말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월리엄 스미스와 아서 홈즈의 업적 주목 지구의 과거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중에도 이런 프로파일링 방법으로 큰 업적을 이룬 연구자가 여러명 있었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태어난 윌리엄 스미스는 일생의 대부분을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총명하고 관찰력이 좋아 열여덟살에 측량조수로 일을 시작하자마자 곧 야외 측량업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스미스는 여러 탄광을 조사해 다양한 지층
11.05
2024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야흐로 인공지능(AI)시대의 전성기임을 실감했다. 전통적인 물리 화학 분야에서 AI연구에 큰 기여를 한 연구자들의 수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AI시대를 이끈 연구자들은 자신의 주요 연구분야 뿐 아니라 인접학문을 포함한 타연구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연구했다. 특히 이들은 인간의 정보처리 양상을 닮은 AI를 구현하기 위해 뇌의 인지처리방식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과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의 사례를 통해 학제간 연구 사례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학제간 연구협력 통한 인공지능 연구 2024년 노벨상위원회는 제프리 힌턴이 인공지능에 기여한 공로를 높게 평가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제프리 힌턴(1947~)은 뇌의 신경기제에 대한 관심으로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