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8
2025
식품은 유기물이다. 따라서 시간이라는 독립변수에 여러 종속변수들이 존재한다. 화학 물리 생물학적 변화들이다. 공장에서 갓 태어난 모습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이 변화가 품질의 저하로 이어져 상품으로 가치가 없거나 건강에 위해한 식품으로 변질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에는 제품명·제조자·원재료·날짜표시 등 주요 사항들이 표시된다. 이중 식품의 날짜표시는 해당 제품의 특성에 따라 판매와 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식품의 유통기한 표시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로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통기한은 소비기한 표시제도로 2023년 계도기간으로 운영되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보통 시중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기간 섭취가 가능하다. 품질 변화시점을 기준으로 안전을 위해 60~70% 정도 빠른 기한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를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면서 불필요한 식품의 낭비가 발생하자 새로운 개념의 소비기한을 만들었다.
02.11
설연휴 직후 강추위로 전국이 꽁꽁 얼었다. 한파에 동반된 강풍은 체감온도를 영하 20℃로 떨어뜨렸다. 제주 산지에선 초속 28m의 강풍도 불었는데 이는 시속 100km에 달한다. 세계기상기구가 공식 인정한 최고 풍속은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부근의 사이클론에서 측정된 시속 408km란 엄청난 속도다. 이 정도면 대기 상층부를 지나는 제트기류 속도와 맞먹는다. 태양계에서 가장 빠른 바람이 부는 곳은 어디일까?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뺏긴 후 가장 먼 행성이 된 해왕성이다. 이곳의 상층부에선 시속 약 1800km의 바람이 분다. 이 정도면 서울 부산을 약 10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하지만 이 기록도 외계행성 WASP-127b의 적도 상공에 부는 바람에 비하면 산들바람일 듯싶다. 이 바람의 속도는 무려 시속 3만3000km라 한다. 지구 상공의 제트기류보다 75배나 빠르다. 유럽 중심의 국제연구팀은 최근 칠레의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
02.04
#1 떡국 만들려고 떡과 육수를 사러 마트에 왔다. 그런데 재료가 있는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떡국을 만들 수가 없다. #2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분자를 흡수해 ATP와 NADPH를 사용해 포도당을 만든다. #3 잎에 기공을 둘러싼 공변세포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부피를 조절해 기공을 여닫는다. #4 광합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은 빛의 세기, 이산화탄소 농도, 온도가 있다. 광합성량은 빛의 세기가 증가하면 많아지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빛의 세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광합성은 생명의 근원으로 공기가 빵으로 바뀌는 기적이라 불릴 만하며,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유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2 #3 #4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의 광합성 관련 내용이다. #2는 잎 속 엽록체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의 생화학 과정인 켈빈회로 설명이고, #3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물리적 기작을 나타낸다.
01.21
생김새가 들깨와 비슷한 ‘개박하(Nepeta cataria)’는 캐트닙 또는 캣민트라고 한다. 이름에서 우리는 이 식물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고 향기 나는 물질을 만들어 공기 중으로 내보낼 것이라 짐작한다. 개박하나 깻잎처럼 향을 내는 식물들은 대개 꿀풀과 소속이며 줄기가 네모나다. 순대 볶음의 냄새를 잡거나 향을 북돋울 목적으로 집어넣었던 깻대의 네모난 모양을 떠올려보자. 향이 나는 물질은 화학적으로 정유(essential oil) 화합물이다. 탄소의 수가 9개 또는 10개인 작은 분자들이다. 계피의 냄새물질인 신나믹산은 탄소가 9개다. 안면도 소나무 휴양림을 수놓는 향기는 피넨(pinene)으로 탄소의 수가 10개다. 작은 분자라서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날아다니다가 우리 후각 수용체에 잡히는 것이다. 인간은 두 눈 사이가 좁아서 후각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다. 시각에 더 중점을 둔 해부학적 구조를 지니지만 박하나 향신료의 다양한 냄새를 맡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01.14
올해 기필코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소셜네트워크에 포스팅했다면 여러분은 지극히 평범한 지구인이다. 혹시 그 다짐을 서서히 포기하고 있는가? 자책하지 말자. 건강과 관련된 다짐은 신년계획의 80%를 차지하며 이맘때 그 다짐을 포기하는 사람들 역시 과반수에 이른다는 설문조사가 여럿이다. 1월의 헬스장이 특히 북적이는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헬스장 회원권의 환불규정이 꽤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환불의 기회마저 새해 다짐과 함께 포기해버리는 이들도 적지 않아 의도치 않게 헬스장 기부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구인들이 새해 다짐을 모조리 완수할 확률은 어쩌면 동네 헬스장에서 외계인을 만날 확률보다 낮지 않을까. 오죽하면 2025년의 다짐이 2024년에 계획한 것을 완수하는 것이고, 그 계획은 2023년에 했어야 하는 일이며, 그 일은 다시 2022년에 계획했던 것이라는 무한반복의 자조적 농담이 공감을 얻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새해 다짐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매년 같은 목표를 세
01.07
오늘(1월 7일)부터 대학입시 정시모집 전형이 시작된다. 정시는 수시모집과 달리 소위 수능이라 부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점수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사용된다. 수학(修學)능력이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전공학문을 학습하고, 정해진 교육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문제는 대학의 교육 내용과 목표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수학능력의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 지금 대학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인공지능이 일으키고 있는 교육혁명일 것이다. 추론 가능해진 AI 어떤 혁신이 있었나 2024년 9월 미국의 오픈AI사는 새로운 인공지능 o1을 내놓으면서, o1이 미국의 수학올림피아드 대표선수를 뽑기 위한 예비시험 성격을 가진 에이미(AIME)에서 80%가 넘는 답을 맞혔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고등학생 중 상위 500등 안에 드는, 올림피아드 대표선수로 선발될 수 있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언어는 잘해도
12.31
2024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관객 입장이라면 스릴을 느끼면서 지켜볼 수 있지만 그 상황에 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탈출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상황을 종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부하(Cognitive load)로 인해 적절한 인지자원을 사용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인지부하는 불안과 압도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불안과 무기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의사결정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서와 인지처리과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뇌손상 환자의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안와전두엽 피질에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따르는 정서적 결과에 대해 민감하지 못했으며(Berlin 외, 2004), 보상과 처벌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전략을 세우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가
12.24
“18세기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성장은 과거 몇천년 동안의 정체기를 깨는 혁명이었다.” (경제학자 앤거스 매디슨 Angus Maddison) 지난 몇세기 동안 인류는 눈부신 진보를 이뤄냈다. 약 1만년간의 농업시대 동안 전세계 GDP는 연평균 0.01% 남짓 성장했지만 18세기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석탄을 연료로 한 기계화와 대량 생산이 시작되면서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19세기에는 전 세계 GDP 성장률이 연평균 약 1%로 뛰어올랐고, 20세기에는 연평균 3%를 넘어서기도 하며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이는 과거 수천 년 동안의 정체기를 고려했을 때 거의 기적에 가까운 성과였다. 이 같은 변화는 경제적 지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8세기 이전의 인류는 평균 수명이 30~40세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세계 평균 수명은 73세를 넘어서며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전 세계 문맹률은 1800년대 88%에서 21세기 초 14%로 급격히 감소
12.17
일전에 어떤 지인이 “사과 하나는 금쪽”이라는 말은 사과가 귀한 시절에나 하던 말이지 사과뿐 아니라 대부분 과일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혈당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먹으면 안되고 차라리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강변을 했다. 그러나 사과의 혈당지수(GI)는 40 정도로 혈당지수가 낮은 과일에 속한다. 가까운 가족 중에도 달걀부침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있다. 이유인즉슨 기름이 너무 유해하다는 것이다. 기름이라는 것은 먹어선 해가 되는 식품으로 선을 긋는다. 지방은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에너지 공급, 단열, 장기의 보호, 비타민 흡수, 호르몬 합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비만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나 필수 지방이 부족하면 뇌 기능 저하, 면역력 감소,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식품에 대해 편협하고 왜곡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주위에 의외로 많이 있다. 연령 및 성별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1인 가구 구성원은
12.10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는 전자를 만나 수소를 만들고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수소경제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에겐 친밀한 원소다. 양성자를 직접 활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럼 중성자는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중성자는 양성자의 쌍둥이 형제와 같은 입자다. 중성자가 약간 더 무겁기는 하지만 이 둘은 질량이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성자는 전기를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하가 없으면 전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전기를 띈 전자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지도 않는다. 즉 중성자는 원자의 전자구름을 만나도 아무런 반응하지 않고 소 닭쳐다 보듯이 그냥 스쳐 갈 뿐이다. 이렇듯 중성자는 우리 몸 깊숙이까지 편안하게 헤집고 다닐 수 있는 방사선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성자가 물질을 100% 완전히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원자핵과 만나 원자핵을 들뜨게 할 수도 있고, 원자핵을 쪼개버릴
12.03
물고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자원이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소장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고기 뼈는 수천년 전 고대에 피라미드를 짓던 건설현장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국내에서도 오이도나 연평도의 조개무덤에 쌓여있던 물고기 뼈가 드러나기도 했으며 내륙 한복판인 원주 법천리 무덤에서 바다에 사는 물고기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신석기 시절부터 인류는 물고기를 잡았으며 이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톡톡히 활용했던 셈이다. 현대에도 물고기는 여전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특히 양식이 가능해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육종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양식어업은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어류양식은 중요한 산업이다. 2023년 통계청 어류양식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는 연간 약 1조1000억원, 약 8000톤 분량이 양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주요 양식어종인 세가지 물고기가 이러한 생산량의 3/4을 차지한다. 흔히 광어로 불리는 넙치가 생산량 1위로 약 4만톤을
11.26
1969년 크리스마스, 일본의 시계회사 세이코는 쿼츠 크리스탈을 사용해 정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손목시계를 발매한다. 당시 사용되던 기계식 시계 대비 10배 이상 정밀한 이 시계는 한달에 5초 이내의 오차로 기계식 시계시장에 ‘쿼츠위기(quartz crisis)’를 불러왔다. 유럽의 고급 기계식 시계는 고가의 장신구라고 개념을 바꾸면서 살아남았지만 이후 거의 모든 시계는 쿼츠시계가 된다. 쿼츠시계는 얇은 수정(quartz)조각에 전기장을 가하면 강유전체 특성을 지닌 이 물질에 기계적 변형이 일어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수정조각의 고유 진동수에 해당하는 전기장을 가해주면 기계적 진동과 공명현상으로 특정 진동수를 매우 정확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8.192kHz에 공명하는 것을 사용했고 요즘은 32.768kHz에 공명하는 RTC(real-time clock)를 거의 모든 시계에 사용한다. 사실 무엇이든 안정된 주파수 진동을 발생할 수 있으면 시계가 될 수 있다. 네비
11.19
2024년 노벨화학상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이루어낸 혁신적 성과를 인정하며 과학과 기술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노벨화학상은 알파폴드 (AlphaFold)로 대표되는 AI 기술에 수여되었다. 알파폴드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이 기술은 수십년 동안 풀리지 않던 단백질 구조 문제를 단 몇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알파폴드는 2018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인 CASP13에서 첫 선을 보이며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회는 단백질 구조를 수학적으로 예측한 후 이를 실험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파폴드는 기존의 예측 방법과는 차원이 다른, 아미노산 간 거리 예측 기법을 도입해 대부분의 목표에서 실험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생명현상의 비밀을 퍼즐처럼 풀어내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편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도 알파폴드의 대항마 ESM폴드(ESMF
11.12
한석규 배우가 프로파일러 역할로 나오는 TV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이다. 복잡하게 꼬이고 얽힌 사건의 진실을 함께 추측해 보기도 하고, 제시된 여러 사실을 나열하며 나름의 결론을 내면서 몰입을 하게 되었다. 이번주 마지막회 결말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최근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여겨지는 ‘프로파일러’는 범죄행동을 과학적 증거기반으로 분석하는 수사관을 의미한다. 프로파일러는 사건의 증거나 용의자의 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건의 전말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월리엄 스미스와 아서 홈즈의 업적 주목 지구의 과거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중에도 이런 프로파일링 방법으로 큰 업적을 이룬 연구자가 여러명 있었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태어난 윌리엄 스미스는 일생의 대부분을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총명하고 관찰력이 좋아 열여덟살에 측량조수로 일을 시작하자마자 곧 야외 측량업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스미스는 여러 탄광을 조사해 다양한 지층
11.05
2024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야흐로 인공지능(AI)시대의 전성기임을 실감했다. 전통적인 물리 화학 분야에서 AI연구에 큰 기여를 한 연구자들의 수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AI시대를 이끈 연구자들은 자신의 주요 연구분야 뿐 아니라 인접학문을 포함한 타연구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연구했다. 특히 이들은 인간의 정보처리 양상을 닮은 AI를 구현하기 위해 뇌의 인지처리방식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과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의 사례를 통해 학제간 연구 사례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학제간 연구협력 통한 인공지능 연구 2024년 노벨상위원회는 제프리 힌턴이 인공지능에 기여한 공로를 높게 평가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제프리 힌턴(1947~)은 뇌의 신경기제에 대한 관심으로 생
10.29
“지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로 나아갈 것이며, 여러분의 생애 내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2023년 3월, 텍사스 오스틴의 한 무대에서 일론 머스크가 했다. 그의 무심한 얼굴과는 달리,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고 분명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청중은 머스크가 정말로 이 말을 진심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전기차 배터리 안에 들어있는 복잡한 화학 물질처럼 다층적인 전략의 일환인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머스크의 비전은 전기차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점이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당혹감 안겨 머스크가 테슬라에 합류한 것은 2004년이었다. 당시 전기차 시장은 아직 미미했으며, 전 세계는 전기차의 실효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이 회의적인 시선을 넘어서서 테슬라를 이끌고 전기차 산업의 변혁을 주도했다. 2008년부터는 테슬라의 CEO로서 배터리 기술의 잠재력을 확신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당시 테슬라는 재정적으
10.22
넷플릭스의 요리경연 프로그램으로 방영이 끝난 후에도 화제를 낳고 있는 ‘흑백요리사’. 훌륭한 요리사 100명이 요리사의 계급을 나누고 서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필자는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나 조리사 자격증이 없다. 만일 필자가 도마 위에서 일어나는 마술과도 같은 맛의 향연을 근육으로 익혔더라면 식품 분야 연구를 더욱 잘했을 것이며 다양한 연구를 했었을 것이다. 언제나 가지는 아쉬움이다. 흥미롭게 진행되는 흑백요리사는 결선 진출자를 뽑는 1:1 대결에서 심사위원들의 눈을 가리는 장면이 나왔다. 눈 가리고 시식이라고? 맛으로만 대결하겠다는 심사위원의 평가기준을 들으면서 이해는 하면서도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식품 연구에서 마무리는 관능검사(sensory evaluation)를 하는 경우가 많다. 관능검사를 맛이나 보고 순위를 매겨 ‘좋다’ ‘나쁘다’로 결론짓기 위한 요식행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관능검사는 오감(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이라는 주관적 요소들을
10.15
수술이나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는 마지막으로 기대볼 수 있는 희망이다. 그런데 막상 방사선 치료를 추천받았을 땐 무엇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사선을 활용한 종양치료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방사선 치료로는 감마나이프와 사이버나이프를 사용한 시술이 있다. 감마나이프는 이름 그대로 감마선을 사용하고 사이버나이프는 엑스선을 사용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에너지의 차이만 있을 뿐 감마선이나 엑스선이나 둘 다 빛인 건 마찬가지다. 빛의 에너지가 높아 가시광선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알고 보면 이들은 모두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는 요동치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전자를 움직이게 한다. 가정용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낮은 에너지의 전자기파는 전자를 진동시켜 열을 일으키지만 엑스선과 감마선과 같이 큰 에너지를 가진 전자기파는 전자를 원자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우리 몸은 모두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사실상 전
10.08
단백질이라는 핵심 생체분자의 정체를 정밀하게 해독할 수 있는 단백질 서열 해독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백질은 세포라는 공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생체분자다. 서로 다른 세포는 저마다 다르게 구성된 단백질 조합을 활용하며, 이에 따라 세포 내 화학반응이 달라지고 기능이 바뀌게 된다. 그 기능에 따라 어떤 세포는 근육세포로, 또 어떤 세포는 면역세포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중요한 생체분자인 단백질을 연구해 세포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단백질에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희귀유전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환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거꾸로 유추할 수 있다. 단백질이라는 이 작은 생체분자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단백질은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다. 유전자 및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켜고 끌지에 대한 정보는 DNA에 상당 부분 담겨 있다. 이 DNA에 담긴 정보를 기반
09.24
물리학자들은 전자를 크기가 없는 입자라고 간주한다. 이론적으로는 수학적인 점으로 취급하고, 실험적으로도 전자가 크기가 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크기가 없는 전자가 ‘자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지구나 팽이처럼 물체가 도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어떻게 크기가 없는 점이 자전을 할 수 있다는 걸까? 실제로 전자가 스스로 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전하는 물체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표현한다.야구공의 예를 들어보자. 야구공이 직선으로 날아갈 때 속도와 질량을 곱한 값을 ‘운동량’이라고 한다. 만약 야구공이 제자리에서 자전하면 이와 유사한 ‘각운동량’이라는 크기와 방향을 가진 양을 얻을 수 있다. 전자도 이와 비슷한 고유의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스핀(spin)’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spin이 ‘회전’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전자가 마치 자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는 전자의 고유한 양자역학적 성질을 나타내는 용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