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8
2024
2023년 통계결과에 의하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1년을 365일로 계산한다면 하루에 1.11 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전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배 이상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치킨 전문점을 추월했다. 2023년 국내 커피·음료점업 점포수는 10만개에 육박했으나 1만2000여개의 카페가 폐업했다. 그런데도 거리에는 몇 발자국만 걸어도 카페를 수없이 마주한다. 치솟는 물가에 저가의 프랜차이즈 커피는 소비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업장의 월세가 200만원 이상이면 어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사업장을 내주지 않는다. 곧바로 폐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조건 몇백 잔 이상을 팔아야 이것저것 떼고 본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가 커피의 살얼음판 위를 카페 사장이 걸으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저가 커피에 행복하기에 미안할 일이다. 이젠 수요량이 생산량을
06.11
누구든 한살이라도 더 젊게 보이길 원한다. 사실 동안인지 노안인지를 결정짓는 건 간단한 차이에서 나온다. 바로 피부다. 청년들의 희고 젊은 피부는 그 자체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물론 화장으로 주름을 감추거나, 엄청나게 비싼 영양크림으로 피부노화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사실 그 어떤 화장품보다 더 뛰어난 방법이 있다. 바로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이다. 레이저를 써서 점이나 기미를 제거하는 것은 기본이다. 피부를 깎아내거나 색소를 파괴해 피부를 더 희게 만들고 피부의 탄력을 재생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비싼 가격에도 피부과에는 수요가 몰려드니 가히 레이저 전성시대라 할 수 있겠다. 레이저는 특정한 파장의 빛을 증폭해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레이저라는 말은 일상에서 고유명사처럼 쓰이지만 사실 영문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앞 글자를 딴 두문자어다. 우
06.04
단백질이 다양한 생체분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예측하는 방법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5월 초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구조예측 프로그램인 알파폴드3이 가장 대표적이다. 각 단백질이 지닌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혁신을 넘어 신약개발에 한발 다가서는 혁신을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예측 프로그램은 생체 내에서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분자 중 하나인 단백질이 작동하는 방식을 매우 빠른 속도로 제법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단백질이 다른 생체 분자와 결합하는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단백질을 조절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암 또는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분자를 빠르게 예측함으로써 질병 및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단백질이 다른 생체 분자와 서로 결합할 수 있는 방식을 예측하는 일은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
05.28
현대 문명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도 반도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깨어있는 거의 항상 손에 든 스마트폰,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컴퓨터, 여유시간의 상당 부분을 잡아먹는 TV 뿐만 아니라 밤에도 스마트워치와 함께 잠을 잔다. 사실 ‘반도체’라는 용어는 특정한 물질을 지칭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전자소자를 의미할 때도 있으며, 산업의 한 섹터를 나타내기도 한다. 정보혁명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를 가능하게 해 주는 모든 것이 반도체 소자에서 나오므로 현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잇는 반도체 시대라고 해야 할 정도다. 반도체는 뭐가 특별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일까? 물질이 전기를 얼마나 잘 흘리는가의 척도를 ‘전기 전도도’라 한다. 구리나 은과 같은 물질은 전기 전도도 값이 매우 크다. 구리보다는 수십배 작지만 여전히 좋은 전도체인 스텐레스 스틸이 있다. 부도체 중에도 절대로 전기를 흘리지 않는 석영같은 물질이 있는가하면 아주 약간은 전기를
05.21
제2차세계대전 마지막 겨울, 나치는 네덜란드에 공급되던 연료와 식량을 모두 봉쇄했다. 1944년 11월부터 1945년 5월까지 이어진 이 봉쇄는 2만명 이상의 아사자를 발생시켰고, 임산부를 포함한 거의 모든 생존자들을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뜨렸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 대기근'으로 불린다. 네덜란드인들은 이 기간 동안의 사망 출생 질병 장애와 관련된 인구통계를 꼼꼼히 기록했다. 이 기록들은 ‘네덜란드 기근 코호트 연구(Dutch Famine Cohort Study)’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수십년에 걸쳐 이 그룹을 연구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대기근 기간 임신 중이었던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일반인보다 높은 비만율에 당뇨병 등 대사질환이나 정신질환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심각한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많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영향이 이 아이들의 자녀들, 즉 영양실조를 겪은 여성들의 손자에게도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대기근은 태아에만 영향을 준
05.14
우리나라의 과학관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5월 10일은 1927년 서울 남산 자락(현 서울특별시 중구 예장동 기억의 터)에 ‘은사기념과학관(恩賜記念科學館)’이 개관한 지 97주년이 된 날이었다. 일제강점기이던 1925년 다이쇼 천황은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17만원을 조선총독부에 사회교육장려금으로 하사했다. 조선총독부는 과학이 가져온 근대 문명의 혜택과 달라질 조선의 미래를 선전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관을 짓기로 했다. 마침 총독부가 경복궁 안으로 이전하면서 비워진 건물에 천황의 결혼기념일인 5월 10일에 맞춰 과학관을 개관했다. 은사과학관은 ‘조선 내외의 교화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 현대문화를 종합하여 일목요연하게 전시하여 문명의 은혜를 보여주고, 민중의 과학적 상식을 고취시키며, 이용후생을 이해시켜 장차 산업을 진흥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했다.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의 개선과 진보를 촉진할 지식 보급을 목적으로 생활과 과학이 많은
05.07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에 이르며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 1인가구는 2023년 36.3%에서 2050년에는 41.1%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신이 여생을 어디서 보내고 싶어 할까.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건강할 때 희망하는 거주 형태는 현재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 응답이 83.8%로 가장 높았고,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역시 56.5%의 노인이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간다는 응답은 31.3%, 가족과 함께 살거나 근거리로 이사해 살고자 하는 비율은 12.1%에 그쳤다. 이처럼 많은 노인들은 건강을 유지하며 자신의 현재 삶의 터전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노년기를 지낼 수 있으려면 신체적 기능과 인지, 정서적
04.30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왔다. 태양광 기술의 역사는 기원전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3세기에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종교적 목적으로 태양 빛을 집중시켜 횃불을 밝히는 데 사용했다. 특히 기원전 212년에는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로마제국의 배를 불태우기 위해 청동 방패의 반사 특성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로마 시대에는 대형 남향 창문을 통해 태양의 따뜻함을 받아들이는 로마 목욕탕이 유명했다. 이는 초기의 수동 태양 에너지 활용 예로 볼 수 있다. 중세에 들어서는 북미의 아나사지 인디언들이 겨울 태양을 포착하기 위해 남향 절벽 주거지에 거주했다. 산업혁명 이후 태양광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1767년 스위스의 호레이스 드 소서는 세계 최초의 태양열 수집기를 만들었고, 이는 후에 음식을 조리하는 데 사용되었다. 태양을 본격적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태양광’은 2024년 5월 현재 꽤 보편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태양
04.16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를 찍어봐야 한대요.” “MRI의 원래 이름이 핵자기공명이라는데 방사선 피폭 우려는 없나요?” “값싼 엑스레이로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을 텐데 병원이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는 건 아닌가요?” 의사가 MRI 검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엑스레이가 뼈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장치라면 MRI는 연골이나 인대 근육 신경 등을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음파는 해상도가 떨어지고 CT(컴퓨터 단층촬영)는 근본적으로 엑스레이와 다를 바 없으므로 이런 연한 조직을 살피는 데는 MRI가 최선의 선택이다. 그래서 보통은 1차로 엑스레이로 뼈의 이상을 들여다보고, 아니다 싶으면 MRI를 찍어 보는 것이다. 그런데 MRI가 핵자기공명 기술을 쓴다고 하는데 그럼 정말 안전한 것일까? ‘핵’이란 글자가 들어가 있으니 방사선이 걱정되고, 무지무지하게 센 ‘자기장’ 속에 들어간다니 몸속
04.09
희귀질환은 떼어놓고 보면 희귀하지만 합쳐서 보면 흔하다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개별 희귀질환은 분명 앓는 환자가 적은 질환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는 그 기준을 보통 2만명 이하로 잡는다. 그러나 이러한 희귀질환은 종류가 워낙 많아 희귀질환을 통째로 합쳐놓고 보면 전세계에서 3억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 1248개 희귀질환이 지정돼 있고 발생자수는 2021년 기준 약 5만5000여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7000여개 희귀질환이 지정돼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수는 3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제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와 비슷한 숫자로 저마다 서로 다르긴 하지만 희귀질환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높은 다양성과 차이점을 보이긴 하지만 희귀질환의 80% 가량은 유전적인 특징 때문에 발생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바꿔 말하면, 희귀질환의 상당수는 DNA가 바뀌
04.02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차원이 줄어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수학적으로 2차원은 두께가 없는 면이고, 물질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0차원은 크기가 없는 점이다. 양자점 같은 것이 물질세계에서 0차원에 근접하는 경우다. 물리학적으로 2차원에 가장 근접한 것은 원자 한층이다. 이보다 얇은 물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 한층으로 이루어진 ‘2차원 물질’의 성질이 3차원 물질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 연구가 많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도 원자 한층을 실제로 분리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다. 원자 한층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차원이 줄어든 효과가 전기 전도에 영향을 줄 때까지 얇게 만들어보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는데, 전자가 거의 2차원 평면에 가까운 얇은 층에만 존재하는 2차원 전자기체(2DEG)를 반도체 물질 내부에서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강한 자기장을 걸 때 양자홀 효과 등
03.26
미세플라스틱이 생수에서 발견됐다. 소금에서 발견됐다. 세탁을 하면 많이 나온다. 뇌까지 간다…. 지난 몇년 동안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미세플라스틱 뉴스들. 이런 뉴스를 접하는 날이면 불편하고 걱정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에 기대하지만 나오는 얘기는 미세플라스틱 규제 기준이 없다고 한다.기준을 마련하려고 보니 얼마까지 섭취해야 안전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독성정보가 부족해서 아직 더 많이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몇년째 이런 뉴스를 접하다 보니 나부터 플라스틱을 덜 써야지 다짐하지만 이내 다시 편리하고 익숙한 예전 습관으로 돌아간다. 한때 플라스틱은 마법 같은 존재였다. 1869년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태어난 이 신소재는 세상을 바꿀 약속을 품고 있었다. 20세기 중반 패스트푸드의 부상과 함께 일회용 문화를 활짝 열며 우리의 삶을 편리함으로 가득 채웠다. 1955년 ‘라이프’ 잡지에 실린 행복한 가족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하늘 높이 던지는 이미지는 새로운 시대의
03.19
우리 속담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오래된 속담이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요즘 세상에 오히려 더 유효한 말인 것 같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에 사용자로서 따라가기도 바쁘니 나도 모르는 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기 십상이다. OTT 서비스를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TV를 보고 간단한 핸드폰 앱 조작으로 집이나 차 안의 온도를 미리 맞춰둔다. PC 핸드폰 태블릿 속 데이터들을 클라우드에 동기화해 필요할 때 장비를 바꿔가며 작업한다. 지난해 혜성같이 나타난 생성형AI들은 훌륭한 업무 파트너로 질문을 던지면 원하는 결과물을 척척 만들어낸다. 내 주변 기계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서버와 소통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이런 편리한 생활은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 등이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 덕이라 할 수 있다. 24시간 끊김이 없이 운영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연속적인 전력공급과 냉각이다. 서버와 스토
03.12
2023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청소년(9~24세) 인구는 15.3%로 40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으로, 2022년 유엔에서 발표한 인구통계연감에 따르면 15세 미안 인구수에서 일본(11.5%)과 함께 우리나라가 11.6%로 최저로 나타났다. 미래 우리사회를 이끌 세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더욱 세심한 기성세대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들 청소년·청년세대는 태어나면서 디지털 기기를 접해 왔다는 점에서 현재 30대 중반 이후의 성인들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고 책을 참고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환경에서 찾고자 하는 정보를 손쉽게 접한다. 이러한 정보습득의 차이는 청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쳐 성인에 이르는 발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청소년기 뇌 발달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03.05
2024년 3월 초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에 우리는 변덕스러운 꽃샘추위와 봄의 온기 사이에서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반복되는 작은 혼돈 속에서도 ‘결국 봄은 오리라’는 희망을 품으며 2024년이 지난해보다 나아지길 기대한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경험하는 이 비슷한 상황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마음의 너그러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요즘 거의 모든 이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4월 10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다. 선거 기간 동안 느껴지는 감정은 꽃샘추위 속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세월이 흐르고 선거에 참여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커져가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냉소다. 대부분의 후보가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나, 그 약속은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솜사탕이 물에 닿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국민에게 실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공약(公約)인데, 구멍의 뜻인 혈(穴)과 발음요소인 공(工
02.27
정부 차원에서 혼분식을 권장하던, 쌀이 한참 모자란 시절이 있었다. 1965년 1인당 연간 11.5kg이었던 밀가루 소비량이 1970년 28.8kg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밀가루는 이렇게 밥상에 조연급으로 자리하면서 2022년 1인당 소비량이 35.7kg까지 증가했다. 쌀 소비량은 56.7kg로 밀가루는 쌀 소비량의 63%까지 근접했다. 이제 한국인의 식생활에 밀가루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급률은 1% 수준이란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급률을 포함한 식량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번엔 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밀가루는 ‘도정’이 아니라 ‘제분’이라고 한다. 밀의 배젖은 겨와 분리가 쉽지 않아 쌀 같이 깎아내면서 배젖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통밀을 눌러 부셔서 겨 안의 배젖을 가루를 내어 먹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백색 밀가루는 19세기에 개발된 다중 철제 롤러 덕이다. 개발 이전에는 당연히 혼입된 겨와 눈 때문에 누런 밀
02.20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안 찍어 본 사람이 있을까? 엑스레이는 내과뿐 아니라 정형외과 치과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병원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물리학 장비다. 19세기 말은 인류를 새로운 문명의 세계로 이끌 여러 대발견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엑스선과 전자, 방사능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발견됐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선은 처음부터 세상의 관심을 빨아들였다. 1912년 폰 라우에는 결정에 엑스선을 쪼이면 아름다운 패턴이 스크린에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엑스선도 빛과 같이 회절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이내 엑스선은 다양한 물질의 결정구조를 밝혀내는 데 활용되기 시작했다. 엑스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이란 학문이 크게 발전했고 이 기술의 최고 전문가였던 로잘린드 플랭클린(Rosalind Franklin)은 인류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사진인 ‘사진 51(Photo 51)’을 남겼다. 왓슨과 클릭이 DNA의 이
02.13
생물의 기반이 되는 DNA RNA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에 담긴 정보를 해독하는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분자들은 세포라는 화학공장이 저마다 적합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복잡하게 작동한다. 이들의 정보를 해독해내, 맛과 향이 더 좋은 과일을 맺는 식물, 감염병에 더 잘 저항하는 동물, 또는 유전병을 앓는 사람 같이 차별점을 띠는 생물이 지닌 특징을 규명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작디 작은 생체분자에 담긴 정보를 더 명료하게 해독하는 현대판 현미경을 활용해 생물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생체분자가 지닌 주된 특징은 비유하자면 마치 실에 꿰인 구슬처럼 한 줄로 이어져있다는 것이다. 구슬의 색과 종류는 저마다 다르다. DNA와 RNA에는 네 가지 색을 띠는 구슬이 꿰여져 있고, 단백질에는 스무 가지 색을 띠는 구슬이 꿰여있는 식이다. 색과 순서가 바뀌면 분자의 기능도 바뀐다. 그러니 이 실에 꿰인 서로 다른 색의 구슬이 어떤 색을 띠는지
02.06
2023년 노벨 화학상은 양자점(quantum dot)을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진 국내 회사 TV 이름에도 양자점이 있다. 양자역학과 양자점은 무슨 관계이며, TV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지구를 도는 원형궤도의 인공위성을 생각해보자. 궤도의 크기는 목적에 따라 정할 수 있다. 궤도를 정하면 속력이 산출되고 질량을 알면 운동에너지가 정해진다. 거꾸로 어떤 질량을 가진 인공위성의 운동에너지를 정하면 궤도 크기도 정해진다. 인공위성의 운동에너지는 궤도와 질량 사이의 관계식을 만족하면 어떤 값이든 가능하다. 물론 궤도가 우주공간에 있을 정도로 커야 하겠지만. 이제 전자가 양성자 주위를 돌고 있는 수소원자를 생각해보자. 지구가 인공위성을 끄는 힘은 중력이고, 양성자가 전자를 끄는 힘은 전기력이라는 것만 서로 다르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알려주는 것은 여기서 전자는 특별히 정해진 에너지 값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원자와 같은 미시세계에서만
01.30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며 마트에서 파는 제품을 사 표시된 방법대로 사용했을 뿐인데 숨을 못 쉴 정도로 폐가 딱딱해져 평생 산소통을 달고 살아야 사람들이 생겼다. 죽는 사람들도 나왔다. 1994년부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