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디지털 시대의 정보습득과 청소년 뇌인지 발달

2024-07-02 13:00:04 게재

2000년대 초반 이후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 보급으로 일상을 파고든 디지털 기기는 우리 생활방식을 바꾸어왔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연결상태를 유지하고, 새로운 것을 쉽게 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때로 의도치 않은 시간 소모와 불필요한 정보량으로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율이 코로나 이전 38%에서 코로나 이후 63.6%로 2배 이상 늘었다. 2022년 미디어 이용실태조사에서는 10대들이 하루 평균 8시간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보고됐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학습 소통 오락을 모두 포함한 시간으로 청소년들의 일상이 인터넷 연결과 뗄 수 없다는 것을 잘 나타낸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고, 책을 참고하면서 정제된 지식을 전달받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태어나면서 인터넷을 접한 청소년 청년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찾고자 하는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인터넷 환경에서 분사되는 지식을 스스로 걸러 활용한다. 최근에는 숏폼(short-form) 컨텐츠 소비가 유행하면서 하나의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은 짧아지고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정보습득의 변화는 성인의 인지처리뿐 아니라 청소년기 뇌인지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부정적 영향 보고돼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는 성장하면서 뇌에 많은 변화를 겪는다. 결정적 발달 시기는 유아기와 아동기에 걸쳐 있지만 전전두엽과 같이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감정을 관리하는 뇌 부위는 초기 성인기까지 발달한다. 사회인지 측면에서 조절과 인지적 효율성을 배우는 청소년 시기는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는 시기만큼이나 중요하다.

청소년기 뇌발달의 특징은 백질 부피의 증가와 회백질 부피의 감소, 그리고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에 있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초기 발달단계를 거치면서 무성해졌던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이 재정비되는 시기로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고 중요한 연결들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만드는 시기다. 추론과 의사결정 같은 복잡한 인지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시냅스를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과잉시냅스가 제거되는 과정에서 회백질의 밀도는 꾸준히 감소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스마트폰 사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청소년기 건강한 뇌발달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청소년기 디지털기기 사용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디지털 기기 사용과 뇌기능 양상의 상호작용은 특히 아동 및 청소년의 발달과 정신건강에 다양한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양상을 보이는 청소년은 정서적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와전두피질과 보상회로의 주요 영역인 측좌핵 사이의 뇌기능적 연결성이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용양상을 보이는 청소년에 비해 감소되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뇌영역 사이의 낮은 연결성은 코티솔 수치로 측정한 스트레스 정도,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금단증상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이는 스마트폰 상호작용에 대한 뇌의 보상 체계가 변화해 감정조절과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Chun 외, 2019).

스마트폰 사용과 인지전략에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쉬운 과제를 풀 때 전두정엽 영역에서 과잉활동 양상 등 비효율적인 뇌 사용양상을 보였으며, 방해자극으로 인해 주의가 분산되는 상황에서는 뇌의 복측 주의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저하되면서 수행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Choi 외, 2021).

청소년기 뇌발달 환경영향 함께 고민할 필요

청소년기는 환경자극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달초기단계의 가소성과는 다를 수 있다. 청소년기 뇌 발달은 상당한 개인차를 보일 수 있고 사회환경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들이 청소년의 뇌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잠재적으로 주의력 및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정서적 발달과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면밀히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건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성인의 뇌로 잘 발달하기 위해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하고 보호받아야 할 환경적 요소들은 무엇일지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야한다.

전지원 가톨릭대의대,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