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결국 검찰 수사 간다
금감원 “신용등급 강등 알고도 채권 판매 정황” … 증권사·투자자, 사기로 고소
지난달 4일 법원에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알고 기업 회생 신청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한 가운데 단기채권을 판매한 증권사들과 투자자들도 사기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홈플러스는 물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 김병주 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MBK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 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이전에 MBK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기 판매 가능성 의심 =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신용평가사·신영증권·MBK 검사와 관련,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기업회생 신청 경위 및 시점 등에서 그간 MBK와 홈플러스 해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MBK와 홈플러스는 단기신용등급 강등(A3→A3-)이 확정 공시된 지난 2월 28일부터 회생 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보다 더 이른 시점에 MBK가 강등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MBK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이전에 인지하고도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인 1518억원의 ASBTB를 팔았다. 특히 신용평가사 직원이 비공식적으로 홈플러스에 강등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2월 25일에 이 중 절반이 넘는 820억원을 판매했다.
금감원이 사기 판매 가능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함 부원장은 “적어도 MBK가 말해온 날짜 이전에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지하고도 전단채 등을 발행했는지 등을 확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런 사실이 최종 확인되지 않더라도 의심스런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미리 준비하면서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경우 동양·LIG 사태처럼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법적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홈플러스 모든 장부 확인 중 = 금감원은 홈플러스 회계심사와 관련해서도 회계처리기준 위반 가능성이 발견돼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감리는 회계 심사를 하다가 분식 회계 등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착수하는 강제성 있는 조치다. 거의 모든 장부를 샅샅이 조사하기 때문에 홈플러스의 각종 회계상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금감원은 홈플러스 채무 지급과 관련해서도 대주주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재차 요구했다.
함 부원장은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즉시 전액 변제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회생계획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으며 이는 시장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홈플러스는 스스로 약속한 전액 변제, 대주주 사재출연 등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변제규모 및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해 관계자와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복현 금감원장도 “시장에서는 (금융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변제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재원이나 변제시기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로 가는 수순 =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이 직접 홈플러스와 김 회장을 고소해 설령 금감원이 구체적인 위법 사항을 밝혀내지 못해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홈플러스의 채권을 발행하고 판매한 4개 증권사가 1일 검찰에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직전에 ABSTB를 발행했고, 나머지 3사는 이를 시중에 유통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ABSTB 발행을 묵인한 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상환 책임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 홈플러스 CP와 ABSTB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 5949억원 중 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원으로 파악된다.
◆김병주 회장도 수사 못 피할 듯 = 이 외에도 코스피 상장사인 A사가 지난달 28일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A사는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알고도 이를 숨긴 채 단기채권을 발행했다고 보고 있다.
A사는 고소장에서 “MBK측이 전자단기사채와 물품구매용 ABSTB를 정상적으로 결제할 것처럼 기망해 자금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병주 회장 지시에 따라 경영진은 증권사 담당자들에게 홈플러스 채무 상태가 양호하고 향후 부도 내지 회생·파산 신청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그러나 사실은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어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ABSTB의 지급이 정지되거나 부도가 날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긴급한 기업회생 신청으로 인해 피해를 입히고 걱정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금감원에서 실시하는 조사·검사에 성실히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풍·이경기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