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사의표명’

2025-04-02 13:00:07 게재

“금융위원장에 입장 말씀 드렸다”

시장 상황 어려워 일단 만류, 업무 수행

내일 F4 회의 참석, 현안 대응 주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은 어려운 시장 상황 등을 언급하면서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 통과에 직을 걸겠다’고 했는데 이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금융위원장에게 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말해 사실상 사의표명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이후에도 주주보호를 위한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이 원장은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과는 하루에도 여러 번 통화를 하는데, 금융위원장께 말씀드렸더니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께서도 연락을 주셔서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자꾸 말리셨다”며 “내일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참석하는데, 그래도 뱉은 말이 있고 4일 (헌재 결정에 따라) 대통령이 오실지, 안 오실지 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제일 현명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일 새벽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과 관련해 당장 금감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상호관세 이슈가 한 번에 끝날 이슈가 아니고 EU 등 주요국들의 입장이 나올 것이고, 홈플러스 사태의 경우 검사·조사가 진행 중인데, 수사기관을 동권하기에는 유통업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행정적 단계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며 “윗분(부총리 등)들과 나눈 말씀을 다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해 사의표명에 대한 만류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현안 대응에 집중하면서 임기 마지막 날인 6월 5일까지 근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주가치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는 이번 정부의 주요 정책”이라며 “대통령 있었으면 거부권 행사를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작년 하반기 만에 하나라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거부권 행사하기 힘들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었다”며 “재의 요구권은 예외적으로 헌법가치 위반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는데, 대상과 범위를 제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주주보호 원칙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상황에서 조금 다른 모양(상법 개정안)이라도 해서 어떻게 거부권을 행사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재계가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지만 '순한 맛'인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동일한 상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하면 자본시장법 개정도 안할 명분을 주는 것이지만 야당도 물러나기 어려운 현실적인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시행령에 범위와 대상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과 비슷한 구조를 상법에 마련하면 더 이상 거부권 행사가 어려울 것”이라며 “절제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은 단순히 하나의 조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과제”라며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여당, 재계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중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서둘러서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무팀의 작업 상황을 봐야하는데, 최근 관심을 갖고 봤는데 지금 진행 상황이면 이번 달에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혐의 있는 부분은 증선위와 검찰 등을 거쳐야 해서 보안유지가 필요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한 질문에 이 원장은 “어쨌든 절차에 따라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려고 한다”며 “공직자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업무처리의 적정성이 드러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고, 저희 생존의 문제”라고 말해 투명한 조사가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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