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포용과 혐오의 뇌과학

2024-08-27 13:00:02 게재

유래없는 폭염 속에 어느덧 여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2024 파리올림픽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으로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순간이었다. 올림픽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와 더불어 국제적 유대감과 인류애가 강조되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이 축제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접하고 자신이 속해있는 울타리 너머의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진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하는 장애물이 있는데 바로 편견과 혐오다. 편견은 한쪽으로 치우쳐진 견해로 대상에 대해 타당한 근거없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을 통해 장착된 편견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데 유용할 수 있지만 그 판단은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범위에 머문다.

이러한 편견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아가면 혐오로 발전할 수 있다. 혐오감은 공포나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와 맞닿아 있다. 별다른 인지적인 노력없이 편견에 기대 세상을 바라보면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혐오와 차별을 갖기 쉽다. 이러한 근원적 감정들을 잘 풀어내고 보다 나은 사고와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느낀 정서를 조절하는 인지적 능력(capacity)이 중요하다.

편견과 혐오 조절하는 신경회로 존재 확인

우리는 새로운 자극에 대해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이질성이 크게 느껴지면 혐오감을 느끼곤 한다. 2015년 인간뇌매핑(Human Brain Mapping)지에 소개된 인종편견에 대한 혐오감의 뇌과학적 근거에서 연구자들은 인종편견이 얼굴표정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인종편견과 혐오감에 대한 인지신경기제를 조사했다(Liu 외, 2015).

연구자들은 먼저 참가자들 개인의 혐오 민감도가 강할수록 암묵적 편견 점수가 높음을 확인했다. 참가자의 뇌기능 영상이 촬영되는 동안 동일인종과 타인종 얼굴 사진이 제시되었으며 얼굴표정은 무표정과 혐오표정 두가지였다. 혐오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혐오반응과 관련되었다고 알려진 뇌섬엽(Insula)의 활성화가 관찰되었으며, 그와 함께 정서 반응에 중심역할을 하는 편도체(Amygdala)와의 뇌기능적 연결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혐오 자극에 대해 인지적 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은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뇌섬엽 간의 연결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전대상피질은 갈등을 조절하고 주의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의 활성화가 높을수록 혐오자극에 대한 반응이 덜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혐오관련 자극을 처리할 때 인지적 조절에 필수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작동하는 사람들은 혐오감이 낮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혐오와 편견을 조절하는 신경회로가 존재하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편견이 있을 때 이를 조절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인지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혐오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혐오는 내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혐오를 기반으로 한 결속력은 오히려 더 큰 분쟁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50여편의 뇌영상 논문결과를 토대로 내집단과 외집단의 사회인지에 대한 뇌과학적 차이를 조사한 연구에서 집단 내 구성원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신화(Mentalizing)와 관련된 등쪽 전전두피질(dorsomedical 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가 관찰되었으며, 집단 외 구성원에 대해서는 외부요인에 대한 주의 및 현저성, 그리고 혐오민감성과 관련된 뇌섬엽의 활성화가 신뢰성있게 관찰되었다(Merritt 외, 2021).

이 연구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내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외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경계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일 수 있지만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혐오는 결국 그 혐오를 가진 집단 전체로 돌아오며 이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이 가진 편견을 인식해야

따라서 우리는 타 집단에 대한 경계와 회피의 반응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나와 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견을 줄이고 혐오 대신 포용을 선택하는 태도를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전지원 가톨릭대의대,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