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불확정성원리와 맞장 뜬 사람들

2024-07-23 13:00:32 게재

양자물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불확정성원리’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100년쯤 전에 도입한 개념으로 양자물리의 근본원리다.

어떤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물체의 위치 불확도와 속도 불확도를 곱한 값은 특정한 숫자(플랑크상수/4π)보다 항상 크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확도’는 어떤 측정값의 오차와 같이 불확실한 정도를 나타낸다. 물리학자들은 이 원리를 우주의 근본법칙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오차가 전혀 없이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위치-속도 측정장치가 있다고 하자. 이 장치로 물체의 위치나 속도를 각각 측정하면 오차가 없는 값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측정하면 필연적으로 아주 작은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이 불확정성원리다.

얼마나 작은 오차가 발생할까? 예를 들어 무게 150g의 야구공을 ‘위치’ 측정장치로 1마이크로미터(㎛)의 불확도로 측정하면서 동시에 ‘속도’를 측정하면 불확정성원리에 의해 이 야구공의 속도 불확도는 시속 1.3 x 10⁻²⁷㎞보다 커야 한다. 야구공의 위치를 ㎛ 단위로 측정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야구공 속도 불확도의 최저값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값이다. 이는 플랑크상수 자체가 아주 작은 값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측정가능한 위치와 속도는 이처럼 불확정성원리에 의해 정해지는 불확도 최저값이 실제 측정의 불확도보다 훨씬 작아서 느낄 수도 없고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위치 속도 동시에 측정하면 오차 발생

한편 속도-위치의 불확정성원리를 변형하면 시간-에너지 불확정성원리를 얻을 수 있다. 날아가는 야구공의 운동에너지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아주 긴시간 동안 측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거꾸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라면 야구공의 운동에너지 불확도는 매우 커진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이 많다. 시간 간격의 짧은 정도에는 이론적 한계가 없는 것 같아서 실험적 한계가 있는지 탐구심과 도전정신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 들어오는 60헤르츠 교류전기는 120분의 1초 동안 지속되는 전기펄스가 반복되는 것이다. 시간 폭이 1나노초(ns, 10억분의 1초)인 전기펄스를 만드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다. 이보다 1000배 더 짧은 1피코초(ps, 1조분의 1초) 전기펄스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빛으로는 10펨토초(fs, 100조분의 1초) 광펄스를 생성하는 레이저를 상업적으로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불확정성원리는 빛의 입자인 광자에도 적용된다. 가령 파장 580나노미터(㎚)인 노란색 레이저로 시간폭이 1펨토초인 광펄스를 만든다고 해보자. 시간 불확도가 1펨토초인 빛은 에너지 불확도가 크게 늘어나서 0.329전자볼트(eV)보다 커야한다. 이런 빛은 녹색에서 적색에 걸친 가시광선의 거의 모든 파장에 걸친 색깔을 가져야하므로 태양광과 비슷하게 흰색이 된다. 다시 말해 노란색으로 1펨토초 광펄스를 만드는 것은 불확정성원리 때문에 불가능하다. 매주 짧은 시간을 다루면 불확정성원리가 그어 놓은 한계에 갇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90년대에 짧은 레이저 광펄스를 다루던 물리학자들은 1펨토초보다 더 짧은 아토초(as, 100경분의 1초) 영역의 광펄스를 만드는 경쟁에 돌입한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안 륄리에, 페렌츠 크라우스는 펨토초의 한계를 넘어서 수십 아토초 길이의 광펄스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예를 들어 10 아토초 길이의 광펄스는 광자 에너지의 불확도가 약 33전자볼트다. 가시광선에서부터 극자외선인 40㎚에 걸친 실로 넓은 범위의 파장을 가진 광펄스를 생성해야만 10아토초 광펄스가 가능한 것이다. 불확정성원리 때문에 다른 방법은 있을 수가 없다.

100경분의 1초 영역의 광펄스에 도전

이들은 매우 강력한 짧은 가시광 레이저 펄스를 특별한 종류의 가스에 비추면 가스 분자의 전자들이 레이저 펄스의 강력한 전기장 때문에 요동치면서 고차 조화파 발생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극자외선 영역에 걸친 펄스를 생성한 후 아토초 광펄스를 구현했다. 또한 어떤 측정 장치로도 측정이 불가능할 것 같은 아토초 펄스의 폭을 측정하는 방법을 확립했으며 이론적 토대도 마련했다.

이들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우주의 기본 원리인 불확정성원리의 한계를 깰 수는 없었으나 아득히 멀다고 생각했던 그 한계에 다가가서 직접 부딪혀 본 사람들인 것이다.

박용섭 경희대 교수, 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