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인공지능과 전기
2016년 3월 13일은 인류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인류의 마지막 승리를 거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5번에 걸친 경기 중 유일한 승리였고, 최종적으로는 4 대 1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알파고는 계속 발전하며 수많은 바둑기사를 압도했다. 이세돌 9단은 “벽에다 테니스 공을 치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라고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인공지능은 세간의 기대를 뛰어넘어 발전했고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오늘 뭐 볼까?”를 고민할 때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AI 덕분에 더 이상 선택의 고통을 겪지 않게 되었다.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행경로를 결정하는 자율주행차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마치 IT 기기처럼 업데이트되며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우리의 일상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가능해졌다. 특정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을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며, 영상을 만드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제 사람처럼 다양한 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출현은 시간 문제일 뿐 다가올 미래가 되고 있다. AGI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을 의미하며 이는 현재의 특화된 AI를 넘어서는 기술이다. AGI가 실현되면 AI는 복잡한 문제 해결, 창의적인 작업, 의사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탈탄소 역할 기대했지만 아직 전력 수요 커
하지만 모든 발전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창출해주지만 전기사용의 부담도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에는 0.3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챗GPT 쿼리 하나에는 2.9와트시의 전력이 소모된다.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는 더 많은 메모리와 저장공간을 필요로 한다. 수천개의 고성능 GPU와 신경망이 이를 지원한다. 2022년 기준으로 인공지능과 인터넷 활용에 따른 전기사용량은 전체의 2%를 차지했지만, 2026년이 되면 그 수요가 두배로 증가해 현재 일본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해질 전망이다.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데이터센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2년에서 2030년 사이 두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현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력 공급 부족과 탈탄소화 목표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이 시행되고 있다. 이미 아일랜드 전력의 약 1/5이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가정에서는 전력소비를 줄이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의 전력 요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인공지능의 활용은 전력산업에도 혁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전력 저장 시스템과 전기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탈탄소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예를 들어 AI는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태양광 패널의 일조량이나 풍력 터빈의 바람세기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에너지 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줄이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배터리 저장 시스템의 충전 및 방전을 최적화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다양한 분산에너지원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며, 전력망의 과부하를 방지하고 전력소비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큰 장애물로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 효율적인 AI는 새로운 과제로
물론 비관보다 낙관과 도전이 필요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용량이 2400% 증가했지만 전기 사용량은 6% 증가에 그쳤다. 에너지 효율적인 인공지능은 중요한 연구 주제이자 산업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미래로 가는 길은 비단길이 아닌 가시밭길일 수 있지만, 인공지능과 전기의 활용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이 낭비하는 전기가 더 효율적이고 가치지향적으로 사용되는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