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머스크의 선택 - 배신인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가

2024-10-29 13:00:01 게재

“지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로 나아갈 것이며, 여러분의 생애 내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2023년 3월, 텍사스 오스틴의 한 무대에서 일론 머스크가 했다. 그의 무심한 얼굴과는 달리,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고 분명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청중은 머스크가 정말로 이 말을 진심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전기차 배터리 안에 들어있는 복잡한 화학 물질처럼 다층적인 전략의 일환인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머스크의 비전은 전기차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점이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당혹감 안겨

머스크가 테슬라에 합류한 것은 2004년이었다. 당시 전기차 시장은 아직 미미했으며, 전 세계는 전기차의 실효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는 이 회의적인 시선을 넘어서서 테슬라를 이끌고 전기차 산업의 변혁을 주도했다. 2008년부터는 테슬라의 CEO로서 배터리 기술의 잠재력을 확신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당시 테슬라는 재정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존속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머스크는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을 거친 테슬라는 이제 전기차 시장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실현하려는 상징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머스크의 이런 혁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가 보인 정치적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왜 트럼프를 지지한 것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무시하며, 이를 마치 부동산 사업처럼 다루었다. “더 많은 해안가 부동산이 생기면 그게 기후 변화의 위협이라는 거냐?”라는 그의 발언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비웃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이 화석연료 옹호자와 손을 잡았다. 단순히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선두에 서서 마치 광대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머스크의 진정성은 훼손됐다. 그러나 머스크의 선택을 단순히 정치적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그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면에는 생존을 위한 복잡한 전략이다. 머스크는 전기차와 청정 에너지를 추구하는 선구자이자, 동시에 자신이 쌓아 올린 제국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가다.

청정에너지 산업은 트럼프 정부 하에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머스크는 이를 알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기후변화 대응은 추진력을 상실하고 그의 사업 전반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이 쌓아올린 제국 지키기 위한 생존전략

또한, 머스크가 트럼프와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으려는 것이 단순히 정치적 이익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청정에너지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2017년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을 때, 머스크는 백악관 자문직을 사임하며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밝혔다. “기후변화는 실재하는 위협이며,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머스크가 여전히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머스크의 선택은 결국 기후변화 대응과 사업적 현실 사이에서의 균형 잡기다. 그는 트럼프가 기후변화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그와 일정 부분 협력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를 지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치적 보험은, 그의 기업들이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결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인물이다. 다만, 그가 선택한 전략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그가 꿈꾸는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타협책일 수 있다. 마치 바람이 불 때 나무는 흔들리지만, 그 뿌리는 깊이 뻗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머스크는 거센 정치적 바람 속에서도 자신의 비전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라는 말처럼, 머스크는 지금 자신이 펼쳐가는 거대한 쇼의 마지막 장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준비한 대본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머스크는 여전히 기후변화 대응의 선봉에 서 있으며, 그의 기업들은 이 변화를 이끌어갈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만들어가는 이 쇼의 결말이 전환에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기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