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이란 대선과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가능성

2024-07-05 13:00:00 게재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중동지역의 새로운 두가지 이슈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나는 이란의 대통령 보궐선거이고 또 하나는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가능성이다. 이 두가지 이슈는 향후 중동정세에 미칠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다.

지난 5월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가 6월 28일 치러졌다. 보수파 후보 3명 가운데 한명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42.5%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음에 따라 페제시키안 후보와 38.6% 득표로 2위를 차지한 강경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대상으로 7월 5일 결선투표가 이뤄진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슬람 혁명 노선에서 벗어난 친서방 성향의 후보와 연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인 40.3%를 기록한 데다, 핵 협정 부활을 통한 국제사회 복귀를 공약한 페제시키안 후보가 1위를 차지함에 따라 향후 정권의 정당성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수파 조직과 개혁파 바람의 대결

결선투표는 보수파 조직과 개혁파 바람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잘릴리 후보는 보수파 정부에서 2007년과 2013년 핵 협상 대표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이다.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혁명수비대 입대 후 전투에서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살아있는 순교자’로 불리고 있으며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정권 주류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아제르바이잔계 부친과 쿠르드계 모친을 둔 외과의사로서 개혁파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역임한 5선 국회의원이다. 개혁파의 두 전직 대통령 모하마드 카타미와 하산 로하니, 그리고 2015년 이란 핵 합의 타결의 주역인 자리프 전 외무장관 등 중도개혁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

페제시키안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난과 히잡 시위사태를 통해 경제적 좌절과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든 개혁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몰고 오는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3명의 후보에게 분산되었던 보수파 조직이 결집한다면 잘릴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란의 독특한 이슬람공화국 헌법은 형식상 3권분립 원칙을 따르고 있으나 종신직인 최고지도자가 국정 전반에 관한 통치권을 행사한다. 대통령은 2인자로서 권한이 제한적이다. 그런 만큼 결선투표 결과가 향후 이란 국내 정치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다.

이란의 대선 결과가 국내 정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어서 우려를 더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에도 무력충돌이 지속돼 왔다. 그런데 6월 11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탈레브 압둘라의 사망을 계기로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압둘라 추모 자리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스라엘 전역을 대상으로 규칙과 한계가 없는 싸움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완전하고 영구적인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을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할 것이며 헤즈볼라와도 전면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언했다. 또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돌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전면 공격하면 말살전쟁(obliterating war)이 일어날 것이며 친이란 저항 전선의 개입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5차 중동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역량 시험대

2006년 제2차 레바논전쟁 당시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릴라 전술로 이스라엘에 사실상 패배를 안겼던 헤즈볼라는 당시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이 발발하면 레바논뿐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예멘 그리고 이란도 전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와의 확전을 통해 정권연장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또한 결선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자 할 것이다.

바야흐로 제5차 중동전쟁을 막기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송웅엽 조선대 객원교수 전 이란·이라크·아프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