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트럼프 당선 이후 전쟁 전망과 한반도 안보
트럼프는 당초 초방빅 선거라는 예상과 달리 경합주에서 승리하며 개표 하루 만에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의 국내 뿐 아니라 대외정책의 큰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이 될 전망이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는 유세 때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내 우크라이나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했고 “승패 관점이 아니라 문제해결 관점에서 종전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가 내세워온 미국 우선주의 비전과 거래주의 방식 하에서 세계분쟁에 대한 개입과 부담을 축소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그러나 종전을 단시일 내 성사시키기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푸틴과 젤렌스키 간에 영토나 우크라이나 지위 등에 관해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어서 트럼프는 단순히 무기지원 압박을 넘어서 합의가능한 종전 조건과 시기 제시 등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트럼프가 성급히 군사지원 중단이나 전쟁 재발을 막는 안전보장 없이 키이우를 포기한다면 러시아나 중국에게 미국의 안보의지 약화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며 유럽과 국제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병력의 쿠르스크 투입 이후 트럼프의 당선은 우크라이나전쟁의 향배와 한반도 안보에 대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젤렌스키가 결단 내려야 할 시간 다가와
우선 전선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으로 계속 악화되면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게 된다. 우크라이나군이 10월에 잃은 영토는 지난 2022년 9월 이래 월간 최대 규모이며 돈바스 주요전선이 무너지면 추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키이우가 8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1000km 전선을 더 확장한데다 사용가능한 전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지난 9, 10월 키이우 ‘승리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지지를 얻고자 했다. 이 계획은 나토 가입 추진과 함께 러시아 본토 내 군사시설 타격을 위한 장거리 미사일 허용 등 공격과 방어용 무기지원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이 계획의 중심은 서방의 군사지원 확대였지만 미 대선정국 하에서 서방으로부터 미온적인 반응을 받았다. 최근 젤렌스키는 미 의회가 승인한 610억달러 중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규모가 10%에 그친다며 관료주의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선 현실에 비춰볼 때 시급한 현안은 탄약 외에도 병력 충원과 국내 전선 안정화 방안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나토 회원국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공하는 군사훈련마저 우크라이나 신병들의 낮은 적응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주장대로 바이든행정부가 의회와 논쟁을 거쳐 어렵게 확보한 지원 예산 중 90%를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중동분쟁 격화로 안보부담이 커진 상황이어서, 젤렌스키정부가 확전보다는 제대로 된 전선 유지 전략에 주력해야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재임기간 동안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며 “정의로운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함께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젤렌스키에게는 어려운 전장상황에 더해 트럼프 취임 시 예상되는 종전추진과 미국원조 축소 가능성으로 더 큰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관계격상을 통해 정권 생존을 도모하면서 북한병사들까지 우크라이나전쟁의 희생양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이러한 전략구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 직면할 기회와 도전 다각도 검토 필요
트럼프가 공약한 우크라이나전쟁 종식 추진은 유럽과 국제 안보, 한반도에 대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키이우와 유럽 지도자들의 역할 조정, 그리고 트럼프 1기를 경험한 푸틴과의 대화를 통해 중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특히 서방국가들과의 조율 및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전선 안정화와 함께 북한군 개입 대응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우리는 한반도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반영한 실용적 외교안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미국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 하에서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요인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제대로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박노벽 전 러시아·우크라이나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