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소야대 국회서 예산안 패전후 첫 상원 수정안 통과
오늘부터 시작하는 2025회계연도 1130조원 본예산 통과
방위비 작년보다 10% 이상 증액 … 미 추가 증액 압박 우려
일본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에서 현행 헌법체제 이후 처음으로 상원이 재수정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부족한 세수는 막대한 신규 국채발행을 통해 메꿔야하는 상황이어서 국가채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방위비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증액 압박에 재원마련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 국회는 지난 31일 참의원과 중의원 본회의에서 2025회계연도(2025년4월~2026년3월) 일반회계 예산안 총액 115조1978억엔(약 1130조원)을 통과시켰다. 일본 언론은 1일 이번 예산안 통과는 1947년 현행 헌법체제 이후 처음으로 참의원(상원)이 수정해 통과시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NHK는 “중의원(하원)을 통과한 예산안과 법안이 참의원에서 수정을 거쳐 다시 중의원의 동의를 얻어 성립된 것은 이번이 현재의 헌법 아래서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수정을 거쳐 통과한 것도 본예산으로는 1996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예산안 통과이후 기자단과 만나 “물가상승을 웃도는 임금인상을 통해 국민의 생활이 보다 안정될 수 있도록 4월 1일부터 예산안 집행에 힘을 기울이겠다”며 “(예산안이 수정된 것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예산안의 수정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선거에서 과세표준액을 상향해 젊은층의 세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약진한 국민민주당과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를 강조한 일본유신회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번에 최종 통과한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 따라 소득세 최저 과세표준은 기존 연 103만엔에서 160만엔(약 1550만원)으로 상향됐다. 정부가 수정해 제시한 연 123만엔에서 추가로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득세 과세표준 상향에 따라 올해 연간 세수 감소액은 6210억엔(약 6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세출 부문에서는 공립고등학교 무상화에 따른 예산으로 1064억엔(약 1조400억원)이 추가로 책정됐다. 방위비는 정부 예산안대로 8조6691억엔(약 85조원) 규모로 통과됐다. 일본의 방위비는 최근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7조7249억엔) 대비 10% 이상 증가하는 등 향후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야마시타 요시키 공산당 의원은 31일 참의원 본회의 발언을 통해 “군사비의 비정상적인 증가는 국민의 삶과 평화를 무너뜨리는 예산”이라며 “이대로라면 2027년에는 10조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기시다 내각 당시 방위비를 2027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GDP 총액이 600조엔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연간 12조엔(약 118조원) 수준까지 팽창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중국 포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더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30일 도쿄에서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양국간 군사동맹을 더 확대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회담이후 “미일동맹이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통합군사령부의 설립에 따라 일본의 작전능력은 더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측이 일본의 방위비에 대해서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대만해협을 포함해 서태평양에서 일본의 역할 강화와 확대를 주문해 안도와 우려가 교차했다”고 해석했다. 일부 언론은 향후 미국이 나토 가맹국을 대상으로 국방비를 GDP 대비 3%까지 올리라는 압박을 일본에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예산안 통과로 올해 28조6471억엔의 국채를 신규로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중앙정부의 누적 국채 규모만 올해 연말 1130조엔(약 1경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2025년을 목표로 국채 원리금 상환을 제외한 일반 사업비는 세수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올해 달성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일본언론은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