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과 사회적 대화

2024-08-06 13:00:01 게재

개혁은 저항이 따른다. 변화는 불편하고 불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에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 1세기 대한민국은 세계 유례없는 변화를 경험했다. 독립과 전쟁, 성장과 민주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숨쉴 틈 없이 일어났다. 최근엔 기술혁명이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그 결과로 데이비드 와일(David Weil)의 말을 빌리자면 기존의 노동법제로 현재의 고용관계를 규율하기 어려워졌다.

이중구조와 양극화가 개혁 어렵게 해

특히 우리나라는 연령대별로 직면했던 도전과 경험이 달랐고 현재 처해 있는 상황도 다르다. 기업 간, 노동자 간에도 다층적이고 다중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구조와 양극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너무 크다. 노동자의 격차에 불공정한 면도 많다. 대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경영계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 경직적인 노동법제가 채용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노동계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고용불안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가. 기본적으로 노사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절된 우리 노동시장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노동법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잘 갖춰져 있고 노조조직률이 높은 대기업에서는 이것이 잘 지켜지는 편이다. 강한 해고제한 규정이 있고 연공제적 임금체계를 가진 대기업의 사업주 입장에선 노동시장이 경직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이것이 고용안정의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이직을 하게 되면 열악한 2차 노동시장으로 빠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고 그 과정에서 노사관계는 투쟁적이고 대립적이 된다.

반면 중소영세업체는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하여 이직이 잦고 사업주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이직의 33%는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에 의해 발생한다. 노조조직률도 낮아 근로자 고충이 생겨도 보호막이 없다. 노동법제가 준수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제한 근로시간 가산수당 등 근로기준법 대부분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체 근로자의 85%인 1900만명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30%인 800만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공정한 고용규칙 원하는 미래세대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청년들은 대기업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취업이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도 갈수록 많아진다. 중장년층의 근속연수도 해고제한이 없고 직무급 임금제를 가진 미국보다 한참 짧다. 정년인 60세 이후는 은퇴시기의 높은 임금으로 인해 같은 직장에서 재직하기가 미국에 비해 훨씬 어렵다.

현재 경사노위에서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세대를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노사 대표로 참여하는 단체는 모든 근로자와 사업주를 대변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를 해서도 안된다. 다층적이고 다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를 통해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일부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미래세대는 공정한 고용규칙을 원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고 끈질기게 논의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