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자체 재난대응역량 강화 필요하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략 10~20여명 안팎으로 구성된 ‘안전 부서’를 두고 있다. 민방위 관련 업무를 제외하면 실제 재난담당 인력은 10명 정도로 재난안전대책본부(안전상황실) 운영, 각종 시설물 점검, 지역축제·행사 관리, 안전 귀갓길 조성에서부터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난(호우 태풍 폭염 가뭄 한파 등) 대응 및 재해복구와 최근에는 중대재해 업무까지 추가로 수행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자치단체로 돌아간다.
최근의 대형 재난사고를 보면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4명의 공무원이 징계는 물론 유죄판결을 받았고, 2022년이태원참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구청장과 관련 공무원에게 징역형을 구형해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같은 해 양양군 산불헬기를 사적으로 사용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한 사망자 유족이 관련 시장, 군수 3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다투고 있다.
각종 재난사고에 대해 자치단체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여론의 비난을 피하려고 자치단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마무리되어서는 안된다. 국가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치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즉각 실행할 수 있는 매뉴얼의 수립·시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난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지자체에
전국 자치단체에서 재난 담당 직렬 공무원은 791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0.25%에 불과하다. 최근 정부의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 따라 전국에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하고 있지만, 재난 전문직은 단기간에 퇴직하고 일반직은 2년마다 재난부서를 떠난다. 매년 공무원 정원의 1%를 감축해 재난업무에 재배치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져 재난의 선제적 예측·대응이 어렵다.
확대된 중대재해법도 권한 없는 자치단체에게는 부담이다. 자치단체장은 ‘경영책임자 등’에 포함돼 1명이라도 사망자가 발생하면 처벌대상이 된다. 또한 공공시설 부실 설계나 관리 미흡에 대해서도 수사와 처벌받는다. 중대재해 예방안전교육부터 조직구성, 안전진단 컨설팅까지 자치단체의 몫이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치단체의 재난안전 대응역량을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키워야 한다. 먼저, 방재안전직 채용을 늘리고 재난상황실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인력동결 기조를 유연화하고 기준인건비제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둘째, 지역대학 유관기관 전문가 등 민관 공동으로 지역안전관리단을 구성해 위험요소를 집중 관리하는 방안이다. 현재 부산 남구를 비롯해 7개 자치구가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재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현재 시·도 단위 자치경찰제를 시·군·구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군·구에 자치경찰 사무와 권한을 일부 이양해 인파가 몰리는 등 위급한 상황에 시장·군수·구청장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난안전 대응역량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기후변화, 도시기반의 노후화, 초연결사회로 재난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자치단체의 재난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후약방문식 대응을 지양하고 지역·상황·유형별로 치밀하고 체계적인 대응계획의 수립과 실행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한 사회는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다. 책임에 걸맞은 권한의 지방이양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