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균형발전 위한 초광역권 형성, 시작은 ‘도로’부터

2024-07-16 13:00:01 게재

흔히 도로를 포함한 교통망을 인체의 핏줄에 비유한다. 낙후된 지역이나 발전이 저조한 지역에 도로개설을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부고속도로가 경제부흥의 시발점이 되었고 아우토반도 독일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했다. 도로 건설이 지가상승에만 영향을 주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영향이 작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도로는 지역 산업유치에 필수조건으로 작용한다. 생산품을 소비지역이나 공항, 항만으로 신속하게 수송하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도로건설 늘지만 정체 오히려 가중 인구의 50.6%가 집중된 수도권은 도로건설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정체가 점점 가중되는 느낌이다. 서울의 통근인구가 점차 수도권 외곽으로 거주지를 이동하고 있고 통근거리가 점차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에 교통투자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한정된 교통SOC 재원을 감안할 때 지방대도시권이나 지방도시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방도시는 지역간 이동시 수도권에 비해 우회율이 높아 불필요하게 많은 경로를 우회하여 통행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지방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산업의 유치도 어렵거니와 정주여건도 저하되고 있다. 수도권의 도로율이 5.4%인 반면 지방권은 3.2%, 지역간 우회율이 높은 상위 20위권 지역이 모두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인구가 점차 감소하여 주요 산업 문화 의료 상업 시설 등이 고밀도로 입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근 도시의 인프라를 함께 공유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고 넓은 지역을 빠른 시간내에 연결시켜주는 교통 네트워크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최근 지방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광역권 메가시티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초광역권 개발은 세계적으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메가시티리전(Mega-city region) 등 다양한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트랜드이며, 우리나라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 위주 도로 우선 검토돼야

수도권에 비해 생활권이 좁은 지방의 메가시티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간 이동을 단축시켜 생활권을 넓혀줄 수 있는 도로망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인근의 항만 공항 철도역 고속도로IC 산업단지 등 교통물류거점시설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네트워크 구축 역시 중요하다.

지방의 경우 철도는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체수단으로 제안되는 것이 BRT 등 버스 교통인데 지방도로가 대부분 4차로 이하로 도로폭이 좁아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패스 교통카드 또한 전체 가입자의 80%가 수도권 주민이다. 결국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메가시티 전략이나 지역거점시설간 교통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철도에 비해 운영 리스크가 적으며 접근성이 좋은 도로시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위한 도로시설도 우선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만, 도로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에 지자체 예산이 필요하고 유지관리비도 지자체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각 지자체에서도 신중하게 관련계획을 수립하여 중앙정부와 협업해야 지역 스스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온전한 지역균형발전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