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산복도로협의체, 지역소멸에 공동대응 나서다

2024-07-22 13:00:01 게재

부산 원도심은 옛 중심지였던 동구와 중구 서구 영도구 부산진구를 통틀어 부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부산만이 가진 장소성과 역사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부산역에서 영도다리,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영화의 거리, 송도해수욕장 등을 돌아보면 부산의 이런 옛 흔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전쟁과 산업화로 인해 부산으로 유입된 주민들이 사는 산동네를 연결하는 ‘산복도로’는 원도심의 대표적 상징이다.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산 중턱을 깎아 길게 연결한 산복도로는 부산항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에다 단순한 도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부산 원도심만의 장소성과 역사성에 가치의 무게를 둔 결과는 무엇인가. 1960년대 서부산권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고 공단과 원도심을 잇는 중심지로 서면이 급부상하고 해운대신도시가 생기면서 교육·문화·상업시설의 개발은 동부산권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주거 가치 또한 편중됐다. 주민들이 원도심을 떠나면서 인구는 줄어들었고 개발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08년부터 진행된 북항재개발 사업은 동구의 획기적인 변화로 여겨졌지만 초고층 건물로 인한 조망권 훼손으로 원도심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구 줄고 개발소외 악순환

이에 동구의 제안으로 부산의 원도심 5개구가 공동대응에 뜻을 모았다. 2023년 7월 ‘원도심 상생발전’과 ‘산복도로 가치회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5개 구로 결성된 산복도로협의체가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산복도로협의체는 2023년 11월 원도심 일원의 최고 고도지구 해제 건의서를 부산시에 제출해 지난 5월 도시계획 전면 재검토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또 원도심이 제외된 세컨드 홈 특례지역 선정 문제와 지방재정의 주요 재원인 종합부동산세 폐지 움직임 등 지역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들에 즉각적인 성명서를 내며 공동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원도심의 공동 현안인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용역에도 함께 나섰다. 빈집 문제는 전국적인 사안이지만 원도심의 경우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이를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방법 모색에 나선 것이다. 용역에서는 빈집 관련된 불합리한 제도와 법률 개정을 위한 타당성 확보와 함께 부산형 빈집 대안도 도출해 낼 계획이다.

부산 원도심은 지역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 앞에 선 원도심 5개구는 산복도로협의체를 통해 원도심만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동시에 부산의 대표적인 경관인 산복도로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때마침 북항재개발 사업으로 친수공간과 랜드마크가 조성되고 철도지하화 특별법 국회 통과, 금융기회발전특구 지정 등 새로운 기회와 변화의 바람이 동구와 원도심에 불고 있다. 자치단체 단독으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5개구가 공동으로 나선다면 문제해결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고 더 나아가 부산시 전체에도 변화의 바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5개구 뭉치면 문제해결 가능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원도심의 문제를 단번에 풀 수는 없겠지만 미래세대에게 살고 싶고, 찾아오고 싶은 도시를 물려주기 위해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는 지역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