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용맹과 신용의 나라, 스위스는 지금도 비상 중
자동차가 비쌀까 시계가 비쌀까.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차는 롤스로이스로 420억원이다. 가장 비싼 시계는 파텍 필립이 만든 480억원짜리 시계다. 파텍 필립은 스위스로 망명한 폴란드인들이 창립한 회사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 경제가 그 끝을 모르고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스위스프랑은 유로화 대비 63%, 미국 달러화 대비 32% 상승했다. 스위스의 GDP는 지난 20년간 120% 성장했다. 1인당 GDP도 현재 10만달러를 넘었다.
역사 자연환경 등 우리와 유사점 많아
빠른 성장가도를 달려온 우리나라 입장에서 스위스가 보여주는 행로는 의미있는 시사점을 준다.
첫째,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 역사가 애잔하다. 합스부르크 왕가로 대표되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강대국들의 침략에 시달렸다. 스위스 여인들은 가정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남편과 아들을 용병으로 또는 전쟁터로 보내야 했다. 스위스 용병 786명이 후손들의 일자리가 끊어지지 않기 위해 프랑스 루이 16세를 끝까지 지키다가 전멸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루체른에 건립된 ‘빈사(瀕死)의 사자상’에는 “신의와 용기, 믿음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스위스은행이 표방하는 ‘안전과 신용’의 전통으로 남았다.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스위스는 밖으로의 팽창을 포기하고 중립국으로의 길을 걷는다. 그들이 표방하는 중립은 무장한 중립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중립국이었던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독일의 침공을 받았지만 스위스는 엄청난 국방비 증액과 알프스 요새화 전략으로 전쟁을 피했다. 스위스의 용맹한 국가안보와 경제적 신용은 그들의 사회를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었다.
둘째, 스위스 국민들은 꼼꼼하고 섬세한 성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과 유사하다. 스위스는 꼼꼼함(precision)으로 유명하다. 스위스인의 꼼꼼함은 시계 제약 금융산업에 체화되었다. 로쉬 노바티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약회사를 창업했고, 세계 이동 자산의 25%를 스위스은행들이 관리하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와 스위스는 다양한 자연환경을 소유하고 있다. 국토환경의 다양성은 혁신과 창조의 원천이다. 두 국가 모두 4계절이 명확하고,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역이며, 지역별로 상이한 문화자산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가 산과 호수로 구성된 내륙국가라면 우리나라는 산과 바다로 구성된 해양 국가다. 스위스는 독어 불어 이탈리아어 등 3개를 공용언어로 사용하고 있고, 분산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점 극복한 스위스에서 배워야 할 것들
국가나 개인의 장점을 강화하면 그 사회의 역동성이 증가하고 단점을 보완하면 그 사회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스위스는 실질 산업 육성을 통해서 그 단점을 보완했다. 산악지역으로 좋은 식재료가 없지만 세계 1위의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있다. 내륙국가이지만 세계 1위의 해운회사인 MSC가 스위스에 터를 잡고 있다. 광물자원이 부족하지만 세계 4위 자원개발회사인 글렌코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회사들은 코로나19 시기 스위스 시민의 일상생활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었고 스위스 경제가 재도약하는데 디딤돌이 되었다.
용맹스런 국가안보, 혁신과 신용의 국가경제, 그리고 끊임없이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노력, 이는 스위스 발전의 동력이다. 스위스와 유사한 역사와 전통, 국민성을 지닌 우리가 다시 한번 스위스를 바라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