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기대하며

2024-07-11 13:00:01 게재

2013년 7월 1일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로 첫 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는 “변호사님은 왜 아는 것이 없어요? 수사기관에 다 물어봐야 한다고 하고”라는 불만이었다.

실제로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업무를 함에 있어 가장 부족한 것은 정보였다. 조사 초기에 피해자 조사에 동석하지 못하면 범죄사실을 피해자에게 다시 물어봐야 했고,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해자의 특정여부나 성명, 사건번호나 송치여부, 죄명 등 당연히 업무를 처리하고자 할 때 알아야 할 대부분의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신고 초기에 파악된 가해자보다 훨씬 많은 가해자가 추가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통지해주지 않는 이상 기소 후에야 알게 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이의신청이나 항고하기 위해서 기록열람등사를 신청하게 되면 수사기록을 정확히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런데 형사전자소송 도입과 함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큰 변화 예고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법무부가 2024년 6월 20일 입법예고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에서는 전자문서를 제출할 수 있는 자로 피의자 및 그의 대리인뿐만 아니라 피해자, 고소인의 대리인(피해자 등이 선임한 변호사 또는 법률에 따라 검사가 지정한 국선변호사 포함)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해당 시스템을 통해 전자로 문서 및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제출하거나 전자적 송달·통지 등을 받을 수 있다. 사건기록에 대한 열람 역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그간 수사기관의 근무시간에 맞춰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유선으로 확인하거나 정보공개 등 시일이 소요되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수사진행상황을 확인하던 형태에서 변화해 수사상황을 필요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법률조력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지원되는 분야와 사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서울 등 대도시지역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의 참여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간 업무에 대한 입증방식 및 제출의 번거로움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등재하고 업무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보수 신청조차 포기했던 문제를 생각해 볼 때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및 진행절차 전반, 비용청구 등에 대한 시스템도 함께 반영되길 간곡히 바란다.

이는 검찰에서 선정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물론 법원에서 선정하는 국선변호사(논스톱 국선변호사 포함) 및 각종 보조인 제도 등에도 모두 반영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사각 없는 법률서비스 제공에 아울러 도움이 될 것이다.

만반의 준비로 피해자에 진정한 도움돼야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알권리는 피해자의 기본적인 인권보호 바탕으로 그간 어려웠던 형사사건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국가의 피해자 보호의 책무에도 부합한다. 이는 피해자가 진정으로 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대한 만반의 준비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조현주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