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과거 보수색이 짙었던 수원시가 달라진 건 염태영 시장이 집권하고 나서다. 그가 3선을 하던 지난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수원은 5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모두 민주당이 휩쓸었다.”
최근 경기도 내 국민의힘 소속 모 기초단체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그는 “당을 떠나 같은 단체장 입장에서 봤을 때 시정운영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초단체장 업무는 대부분 현장에서 주민들이 바로바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체장이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일들을 직접 결정해 집행할 권한이 있고 이를 통해 도시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보다) 기초단체장이 체질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국회의원 출신들이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그만큼 자치단체장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을 1부 리그, 자치단체장(광역·기초)을 2부 리그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런 인식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실제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8명이 기초단체장에 당선됐다. 경기도에선 주광덕 남양주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이상일 용인시장, 이현재 하남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5명이 국회의원 출신이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3명도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장선(더불어민주당·재선) 평택시장과 김종훈(무소속) 울산 동구청장을 뺀 6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경기지역 한 기초단체장은 “지방자치가 성숙하면서 자치단체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100만 특례시 출범’ 등으로 기초단체장의 권한과 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후보가 된 것이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번 총선에서 현직 단체장이 사퇴하고 출마한 곳은 경남 밀양뿐이다. 박일호 시장이 사퇴하고 총선에 도전하자 도의원 시의원이 ‘연쇄 사퇴’했다. ‘더 높은 자리’로 옮겨가기 위해서다. 때문에 밀양에선 이번 총선 때 시장과 도의원 1명, 시의원 1명을 다시 뽑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이번 총선과 함께 기초단체장 2곳(경남 밀양, 대전 중구)을 포함해 45곳에서 지방의원 재·보선을 치른다. 재보선 선거비용으로 혈세 80억여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최근 재보선 귀책사유가 있는 박 전 시장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했다.
국회의원이 시장되기를 꺼리지 않는 시대에 혈세를 낭비하면서 시장직까지 던지고 국회의원이 꼭 돼야 하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곽태영 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