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금융권 곳곳에 켜진 위험 경고등
“증권업계는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증권사 부실이 더 크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언제 위험이 현실화될지 불안한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국내 부동산PF와 해외부동산 투자로 손실이 점차 늘고 있는 증권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뒤를 봐줄 큰 형님(금융지주)이 있는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형 증권사나 부동산PF 대출 비중이 큰 곳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계, 새마을금고 등도 부동산PF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사업 진행이 안되는 브릿지론 사업장의 부실은 갈수록 커지고 유사한 성격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1금융권에 비해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들을 상대로 한 고금리 대출은 경기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두고 돈잔치 비판을 받아온 은행들은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출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또 홍콩ELS 사태로 대규모 배상을 앞두고 있다. 배상과 별개로 불완전판매에 따른 조단위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업 부실이 커지면서 지난해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대출의 건전성 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올해 국내 은행권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보험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은행(44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43조원 규모로 비수도권 사업장에 대한 대출(12조9000억원) 규모가 전체 PF 중 30%에 달한다.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3명 중 1명이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동산PF와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은 보험사들에게도 건전성 악화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PF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4월을 앞두고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미 상업용 부동산 부실도 점차 국내 금융회사들의 숨통을 조인다.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한 속도감 있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금융당국이 신용위험평가기준과 PF사업장 평가기준을 보다 촘촘히 만들고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부실 정리의 기회로 만드는 게 재도약을 위한 희망이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