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해운 톤세제 폐지’ 거위 배 가를 수도
해운업계에 대해 5년 단위로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법인세 특례제도인 ‘톤세제’의 연장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는 이 제도가 연장되지 않고 중단되면 국내 선박들을 해외로 이전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톤세는 해운기업이 법인세를 낼 때 다른 기업이나 업종들처럼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선박의 톤수와 운항일수를 기반으로 부과되는 조세제도다.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법인세를 내게 되면 적자가 났을 때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톤세를 적용하면 적자여도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해운기업은 톤세제도를 선호한다. 법인세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과 달리 톤세는 세액이 적고 그 차액으로 재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에서 일찍 정착된 톤세제는 국내에는 2005년 5년 시한의 일몰제로 도입됐다. 그동안 2009년 2014년 2019년 세차례 연장됐고 올해 말 또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2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톤세제 유지는 필수’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톤세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국내 해운기업 91곳은 약 3500억원의 톤세를 납부했다. 그중 한곳인 HMM은 영업이익이 9조9455억원으로, 톤세가 아닌 법인세 기준이라면 2조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수출입화물을 운송하는 166개 외항운송업체(2022년 기준) 중 54.8%에 이르는 91개 업체가 톤세를 선택한 이유도 법인세를 절약해 투자여력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톤세제가 해운업계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재정지출에 비해 조세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최근 추세에 비춰 조세당국은 해운기업에게 법인세제를 적용하려는 유혹을 가질 수 있다. 해운업계가 해운 불황기엔 일반 법인세 과세방식을 따르다가 호황기에 톤세제를 선택적으로 활용해 세 부담을 줄이고 있다며 조세정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톤세를 폐지하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을 무시하기 어렵다. 기업의 편의에 따라 선박등록을 해외에 할 수 있는 ‘편의치적’ 제도가 발달한 해운시장은 해운기업 법인 이동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다. 선사들은 세금을 적게 내는 나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미국 등이 톤세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네덜란드 왕립선주협회 이사가 “톤세를 폐지하는 국가의 선주는 1년 안에 모두 그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한 말도 화제다. 지속적인 세수확보를 위해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은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정연근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