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의사 증원과 함께 수련과정도 혁신을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18일째다. 병원을 떠난 데는 각자 이유와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 사정은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들을 대변하는 의사협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웠다. 한 전공의는 방송에서 “일하다가 그만 두는 것은 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면 맞는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거나 싫으면 그만 둘 자유는 모든 직장인에게 있다.
하지만 의료인에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도 있다. 의료인 면허증에 국가가 의료 독점권을 주는 조건이자 대가다. 때문에 의료법은 ‘모든 의료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을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증원과 의료개혁 정책 패키지를 원천 폐기할 것’을 주장한다. 환자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입원·외래 진료나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거나 연기 예고 안내를 받은 중증환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절망감,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환자가족의 당혹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라고 밝혔다.
걱정이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장기화되면 발생할 수련병원 의료진의 탈진과 환자들의 피해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1만3000여명 중 1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뜻을 같이하고 미래의 전공의들인 의대생들이 동참했다. 이들이 꿈꾸는 한국 의료미래상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실은 지역-필수의료의 붕괴에 대응함과 동시에 초고령화로 증가할 만성질환자 정신질환자 치매환자 장애인의 발생을 줄이고 건강한 노년을 위한 보건의료환경을 갖추라고 요구한다. 이를 수행할 의료인 양성은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갖춰야 할 부분이다.
지역사회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의 집과 시설로 찾아가 그들을 돌보는 통합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노쇠를 막고 일상 건강생활 실천을 관리하고 도와줄 건강관리서비스도 갖춰야 한다. 최중증이 아닌 정신질환을 앓거나 치매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데 도와줄 정신건강체계도 갖추고 강화해야 한다.
가정의학회 연구 결과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데만 2만명이 넘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는 환자의 아픔을 덜어줄 의사선생님을 더 많이 양성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성과가 수많은 제약-과학-간호-복지계 등의 도움 위에 빛나고 있다는 팀플레이·연대의식을 갖춘 의사선생님들이 필요하다. 의료개혁 정책 패키지 추진과 더불어 의과대학의 교육과 수련과정의 혁신도 병행해야 할 때다.
김규철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