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현역 불패’ 공천, 그 배경이 궁금하다
국민의힘 공천의 열쇠말은 단연코 ‘현역 불패’다. 역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의 현역교체율은 30~40%대였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자 이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 온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공천에서 현역을 바꾸는데 인색한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현역교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그동안 해왔던 ‘최소한의 성의 표시’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낮은 현역 교체율이 논란이 되자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현역에게) 감산해도 이게 벽은 있구나, 현역 메리트는 있구나 했다” “신인 후보자들이 득표율이 낮더라. 공을 들여서 1, 2년 정도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득력 없는 해명을 했다.
공관위가 △현역 하위 10% 컷오프 △영남 등은 당원 50%+국민 50%로 경선한다고 밝혔을 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공관위가 물갈이 의사가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일단 컷오프 규모가 너무 적었다. 내신 8등급에게도 국회에 입성할 기회를 준다면 변별력 있는 잣대라고 보기 어렵다. 십수년 동안 당원을 관리해 온 현역을 경선에서 겨우 감점 몇 %로 교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무려 35% 감점을 받고도 이긴 현역 중진이 잇따른다.
지금껏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이 모두 초선인 게 무얼 의미할까. ‘공천 룰’이 현역 교체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지 또는 고의로 이런 ‘룰’을 만들어 ‘현역 불패’를 초래한 공관위가 정치불신이 팽배한 유권자들에게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지난 4년 간 여당 의원들은 민망한 수준의 의정활동으로 불신을 자초했다. 중진들은 권력 줄서기로 ‘대표 꿈’ ‘장관 꿈’만 좇았다. 재선·3선은 ‘핵관놀이’에 취해 으스대기에 바빴다.
압권은 초선이었다. 역대 초선은 민본21 같은 모임을 만들어 ‘혁신’의 깃발을 들었고 하다못해 개혁적인 시늉이라도 했다. 하지만 21대 여당 초선들은 조폭처럼 몰려다니며 권력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했다. 대통령에게 미운털 박힌 당 대표를 쫓아내는데 앞장섰고, 대통령이 원하는 대표를 만들기 위해 선배 정치인을 윽박지르는 연판장을 돌렸다. 쓴소리 하는 중진들을 향해 “자살 특공대” “퇴출 대상자”라고 공격했다.
여당 공관위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현역 불패’ 공천을 택한 이유는 뭘까. ‘현역이 의정활동을 잘해서’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잡음이 나는 게 싫어서?”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가 나올까봐?” “찐윤 공천을 막으려고?”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 그리고 ‘자격미달 현역’에게 금배지를 다시 달아준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도 궁금하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