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험사 ‘절판·과당경쟁’ 부메랑 던지기
보험사의 ‘절판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절판을 앞세워 최종 판매시점까지 판매고를 최대한 올리는 게 일견 보험사의 영업방식이 된 것도 같다.
지난 2013년 새로운 세제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생명보험업계는 대대적인 저축성보험 절판마케팅을 벌인 바 있다. ‘세제 개편 전에 저축성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기존처럼 보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며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한 것이다.
당시 생보사들이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금리는 5%가 넘었는데, 당시 은행 예금금리가 3%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금리였다.
일반 제조상품처럼 판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되면 계약자에게 상당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당장은 매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많은 부채를 쌓아두는 셈인 것이다.
10여년 전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최근 1~2년 동안 대거 도래하면서 생보사들은 수십조원 규모의 만기해약환급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절판마케팅의 부메랑이 되돌아온 것이다.
짧은 기간 대규모 보험금 지급으로 유동성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은 이를 메꾸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이며 5%대의 저축성보험을 내놓았다. 이것이 지난 2022년 하반기 고금리 저축보험이 반짝 출시된 배경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이라는 새로운 부메랑을 던졌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은 20년 이상 동안 납부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상품은 납부기간을 5년이나 7년 정도로 줄였다. 대신 10년 동안 해약하지 않고 유지하면 냈던 보험료의 130% 수준까지 돌려주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상품도 10년 뒤 부메랑이 돌아올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도 단기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손보사들은 독감보험 보장금액을 10만~20만원에서 50만원, 심하게는 100만원까지 올리며 경쟁적으로 판매한 바 있다. 보험료는 한달에 1만원 수준에 불과한데 독감에 걸리면 100만원을 준다고 하니 과잉진료 등 계약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병원과 환자의 모럴 해저드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진 보험사들이 또다시 그런 상품을 내놓는다는 게 의아하다. 부메랑이 돌아와도 반성없이 또다른 부메랑을 날리는 듯하다.
자기부담금 없이 설계된 1세대 실손보험은 두고두고 손보업계를 괴롭히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손보사들은 최근에는 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 보장금액을 경쟁적으로 올리며 새 부메랑을 날리고 있다.
박소원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