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총선 앞 대통령의 전국순회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0월 21대 총선을 반년 앞두고 충남 서산을 찾았다. 전국을 돌던 경제투어 일정이었다. 이날 서산 방문에는 이 지역에서 총선을 준비하던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함께 했다. 오전에는 아산을 들렀다. 이곳도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마채비를 하던 곳이었다. 당연히 ‘선거개입’ 논란이 일었다.
2024년 2월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서산을 방문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충남 북부권을 모빌리티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충남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방산업 서산공항 치의학연구원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물론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야당에선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4년 만에 정당만 뒤바뀐 모습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강하게 막고 있는 우리 선거법에 따른 고육지책일 수 있다.
사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지방자치단체에겐 기회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지역 민생토론회에서 “안된다”거나 “어렵다”는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한번 해보자”라거나 “속도감 있게 해보겠다”는 답이 많았다. 지역의 반응이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그동안 막혀있던 현안의 물꼬가 대통령의 결단으로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 반응은 폭발적으로 변한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철도 지하화, 고속도로 지하화, 산업단지 건설 등 굵직한 계획뿐 아니라 단체장들이 현장에서 요청한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을 장식한다.
지자체로선 나쁠 게 없다. 오히려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통령 발언을 주요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대통령이 다녀간 지자체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꼼꼼하게 소개하는 이유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윤 대통령 5년 임기에서 이제 2년이 지난다. 국민들은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하고 지켜볼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얼마나 약속을 지킬 것이냐다. 최소한 얼마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느냐다. 만약 대통령의 이후 움직임이 국민의 성에 차지 않는다면 2년 전 대선에서 했던 공약에 더해 이번 민생토론회 발언까지 한꺼번에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다. 자칫 남은 임기가 이를 해명하거나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발언이 갖는 무거움이다.
문 전 대통령이 2019년 말 방문했던 충남지역 선거구의 2020년 4월 총선결과는 어떠했을까. 당시 여당이 모두 패배했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대통령의 전국 순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윤여운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