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려면
“다친 것도 힘들었지만 간병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고 막막했습니다. 이제는 부담없이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든든합니다.” 교통사고 처리 중 후진하던 차량에 부딪혀 중상을 입고 입원 치료 중인 한 경찰관의 말이다.
범인체포 교통단속 사고처리 등 이른바 위험한 직무수행 중 경찰관이 중증 부상을 당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경찰관처럼 부족한 지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청이 나서 자체 예산과 기금을 활용해 별도로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빠듯한 경찰청 지원만으로 부족해 동료들이 모금을 하거나 경찰관 스스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그런데 정부가 ‘공상공무원 간병비·진료비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비 치료’는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덕분에 30년 이상 장기 재직한 경찰관도 사후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게 됐다. 기존 법에 따르면 20년 이상 군인으로 복무하고 전역 후 사망한 사람은 현충원, 10년 이상 복무한 사람은 호국원 안장 대상자로 인정했지만 경찰관은 안장 대상자가 아니었다. 그동안 경찰은 국립묘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헌신한 사람을 기리고 선양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경찰관도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경찰 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오랜 숙원이 잇달아 해결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복 영웅’에 대한 예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문제는 이런 국민 공감대를 위협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료들의 희생정신 위에 쌓아 올린 존경과 신뢰를 경찰 스스로 깎아내리는 사건들은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해부터 광주·전남 관가를 뒤흔든 일명 ‘사건 브로커’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인사·수사청탁 과정에서 ‘검은 돈’을 주고받은 전·현직 경찰관 15명이 기소됐다. 또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간부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음주운전 같은 경찰관 개인비위는 너무 흔해 별로 놀랍지도 않다.
수사권 독립 등 시대변화로 경찰을 향한 국민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민중의 지팡이’ 경찰은 오랜 세월 외면당하는 경험도 했다. 내부 사기진작을 위한 숙원사업 해결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존경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경찰 스스로 물어야 할 시간이다.
장세풍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