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생토론회’ 총선 후가 더 중요하다
새해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물 만난 고기 같다. 며칠 후면 어느덧 20회다.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 자기 스타일에 최적화시킨 대국민소통 방식이다. 임기 초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은 돌발적인 질문과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자주 뉴스꺼리를 만들더니 포기했다. 대신 지난해 초 신년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시도하고, 여름부터는 민생현안 주제별로 일반국민 ‘패널’을 도입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이들을 섞은 민생토론회는 실시간 소통의 형식을 빌되 ‘하고 싶은 말만 해도 되는’ 행사가 됐다는 점이 윤 대통령 마음에 가장 들었을 것 같다.
‘관권선거’ 비판이 거세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토론회 때마다 여러 지표로 사후모니터를 꼼꼼히 한다”며 “특히 지역매체들의 보도를 눈여겨보는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토론회를 준비하는 부처들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거꾸로 보면 민생토론회를 고리삼아 윤 대통령이 일선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7일 “(민생토론회가) 선거와 관계없이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싶다. 실제로 선거 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나면 몇 달 후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적어도 약 2년여 간은 큰 선거가 없다.
남은 할 일은 총선 기간 전국에 뿌려둔 공약들을 지키는 것 뿐이다. 이미 △GTX-D·E 노선 법적 절차 마무리, F노선 임기 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충청 CTX 사업 착수 및 대전 경부선철도 지하화 기본계획 수립 착수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사 착공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5월 내) 제정 등 “임기 내에 하겠다”고 한 약속이 적지 않다.
문제는 22대 국회의 정치환경이다. 먼저 국민의힘이 원내 제1당이 될 것이냐다. 윤 대통령은 임기 전반부 여소야대 속에서도 야당을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협력을 사실상 거부했다. 여당이 총선에서 과반의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상 같은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새로 구성될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뒷받침할지 관심이다.
물론 4월에 여당이 승리하고 친윤여당이 실현되더라도 여전히 대화와 타협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총선 후의 민생토론회는 ‘성과보고회’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 보따리에 기대감을 품었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재걸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