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기대에 답하지 못한 중국공산당 3중전회

2024-07-26 13:00:05 게재

국제사회의 흐름을 주도하는 매체들에서는 중국 상황을 비관적으로 진단하는 논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반론할 근거도 많다. 중국이 사회주의현대화강국 건설이라는 국가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동시에 그 과정을 갑자기 중단시킬 수 있는 여러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일 것이다.

최근 경제상황도 이를 확인시켜준다. 중국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7월 16일 발표한 2024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월과 4월의 4.6%에서 5%로 상향되었다. 그런데 중국 통계국이 7월 15일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은 4.7%로 하락했다. 상반기 전체로 5% 성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성장세는 뚜렷이 약화되었다. 어느 측면을 주요하게 보는가에 따라 비관과 낙관이 모두 가능하다.

이러한 미묘한 시점(7월 14~18일)에 공산당 20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가 진행되었다. 3중전회는 1980년대부터 10년 단위(권력교체 사이클)로 체제개혁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해왔다는 점에서 다른 중전회보다 의미가 큰 회의다. 이 회의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2023년 10월 전후에서 1년 가까이 연기되어 소집된 것도 더 관심을 끄는 요인이었다.

3중전회 소집이 지체된 이유

그 이유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첫째, 내부적으로 시진핑 3연임이라는 관례를 무너뜨린 정치적 결정을 소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둘째, 과거와 같이 3중전회가 인민의 적극적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개혁조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셋째, 국내외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 중장기 개혁방안을 확정하기 어려웠다.

앞의 두 요인은 3중전회의 의미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사정과 관련이 있다. 지금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기본적 경제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다. 필요한 개혁조치는 시진핑이 주임을 맡고 있는 공산당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에서 결정되고 있다. 2023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6차례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체제개혁과 관련한 결정을 위한 중전회를 당대회에 이어 소집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2023년에는 시진핑의 3연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당과 국가 기구를 개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례를 따라 소집할 수 있는 3중전회를 굳이 연기한 데에는 셋째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거치며 미중관계 관리를 위한 노력이 시작된 이후에야 이 회의의 개최가 결정되었다는 점이 이 추론에 무게가 실린다.

공산당의 설명에 따르면 2023년 11월 중앙정치국이 20기 3중전회의 결정문 작성을 위한 조직구성을 결정했고 12월 8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중앙정치국은 3중전회의 7월 개최를 확정했다. 이때 공산당은 올해 상황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했고 그러한 분위기 아래 3중전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2분기 들어 출현한 중국 경제에 대해 우려할 만한 상황들이 3중전회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공산당이 준비한 3중전회 기조와 3중전회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인민의 기대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

3중전회에 대한 불만들

공산당은 3중전회 결정문에서 300여개의 개혁조치를 제시했다. 이 조치들은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목표로 제시한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 건설과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건국 70주년인 2029년까지 개혁조치를 완수할 것이라는 일정표도 제시했는데 이는 2027~2028년의 권력교체기에 시진핑이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4연임에 나설 가능성을 높였다.

그런데 중국 내외에서 결정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첫째 불만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중공중앙의 전면심화개혁을 진일보시킬 것과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할 것에 관한 결정”이라는 제목이 결정문의 기조를 잘 압축한다. 새로운 방향의 제시가 아니라 기존 방침인 ‘전면심화개혁’을 ‘진일보’시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 결정된 ‘전면심화개혁’은 정치 국방 사회 생태 등의 영역으로 개혁의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공산당 영도를 중심으로 이 개혁을 추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개혁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사용하지만 당과 국가의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증가했고 경제체제 개혁보다 정치적·사회적 관리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 상황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면 이 기조를 계승하는 결정에 대한 불만이 있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 중전회의 결정문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공산당의 정책기조가 이러한 평가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정문에 열거된 개혁조치들은 대부분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체제의 핵심적 부분인 생산요소(자본 토지 노동, 중국은 최근 데이터를 추가) 시장에 대해 “시장의 수요공급이 요소 가격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정부의 가격형성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방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시장화라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은 모호하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간섭과 정당한 개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인데 그 기준은 당과 정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정부 세원의 확대, 퇴직정년 연장, 민간기업의 기초시설이나 국가 프로젝트 참여 확대, 지방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율성 확대 등은 주목할 만한 내용이나,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수준으로 진행될지가 제시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관찰할 필요가 있지만 개혁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국 인민의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공산당은 부동산 경기 부양 등 인위적 경기부양이 부작용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고이자율과 달러강세가 중국 금융에 미칠 영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과감한 경기부양에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는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중전회의 속성 때문에 불가피한 문제이지만, 유일한 집권당인 공산당이 현재 상황에서 중전회가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해주어야 했다는 목소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중전회가 끝난 직후인 7월 22일 중국 인민은행이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0.1% 하향한 것도 그러한 고려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산당과 중국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관측이 여전히 많다.

신질(新質) 생산력 발전이 해결책인가

대신 공산당은 시진핑이 새로 제출한 신질 생산력 발전을 현재 경제상황을 타개하는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다. 신질 생산력은 ‘첨단기술 고효율 고품질의 특성을 갖는 생산력’이다. 성장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미국과의 기술전쟁 등의 요인에 의해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중국이 태양광 패널, 전기차, 2차전지 등에서 매우 강한 국제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신질 생산력 발전이 장밋빛 구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경제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적 활력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증가된 생산력은 해외에서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사회의 중국 상품에 대한 경계심을 더 증가시키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국제관계에 부담을 주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국내에서 빈부 격차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국가 지원이 신질 생산력에 해당되는 분야에 집중될 경우, 거기에서 소외된 전통 산업이나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내수도 더 위축시킬 것이다. 조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국가 지원을 받기 위해 신질 생산력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증가할 수 있는데, 이는 투자 실패에 따른 자원 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의 국가 주도 투자체제에서 반복해 출현한 문제다.

현재 중국에 더 필요한 것은 생산이나 소비에서 민간의 활력을 높이고 민간 부분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래야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동력을 폭넓게 형성할 수 있다.

중국의 현 정치체제나 경제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진핑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 체제에서도 권력집중과 분권의 균형을 맞춰가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다. 중국은 분권이 통치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를 증가시킬 경우 권력집중을 통해 대응하고, 통제 강화가 사회적 활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적절한 분권으로 대응하며 문제를 해결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3중전회라는 상징성은 중국 인민들에게 이러한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을 것이지만 당과 국가 주도 개혁의 정당성을 강조한 결정문의 기조는 그 기대와 거리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상황이 공산당이 이러한 유연성을 발휘하게 어렵게 만드는 이유일 수 있고, 또 발휘하지 않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권력집중을 정당화한 상황적 논리의 효과는 점차 약화될 것이다. 공산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더 분명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당과 사회, 민간의 관계를 더 유연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 공산당에게 중요한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 비평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