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 최저주거기준 바뀐다
(반지하·옥탑방·고시원)
서울시 최저선 상향 추진
정부 앞서 기준개선 관심
서울시가 자체 규정인 최저주거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시는 용역을 통해 국내외 주거기준 관련 제도와 운용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상세항목을 만들 계획이다. 바뀐 항목을 기반으로 심층조사와 현장실측을 실시하고 서울시 주거기준 지침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도 수립한다. 오는 3월 용역이 마무리되면 세부 검토를 거쳐 실제 정책에 반영한다.
법 개정 이전에 시가 자체적으로 최저주거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현행 규정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기준을 바탕으로 시행하는 주거실태조사는 환경이나 안전 관련 사항은 고려하지 않아 취약거처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문제 발생 소지가 많았다. 가구원 수에 따른 면적, 침실, 시설 등 기준만 파악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지보수 등 주거취약층에 대한 외형적 지원 밖에 이뤄지지 않았고 건강·위생·안전 등 관점에서 장기적인 주거 여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낡고 모호한 주거 기준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문제 해결을 늦추는 원인이 됐다. 따라서 지나치게 작은 현행 면적 기준을 현실화하고, 화장실·부엌 등 필수확보시설을 별도 면적으로 산정할 방침이다. 또한 위생·안전시설 확보 여부 등을 기준에 포함해 주거 취약층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주거의 구조·성능·환경·안전 기준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제 취약거처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촘촘한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은 사항까지 반영한 상세한 주거기준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만들어진 지표들을 집수리 사업 등 관련 정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앞서 지난 2022년 7조5000억원을 투입해 침수나 화재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된 이른바 ‘지옥고’를 성능과 시설이 보완된 ‘안심주택’으로 바꿔가겠다고 발표했다.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비정상 거처에 사는 주거취약층의 공공주택 이주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시 주거안전기준이 만들어지면 정부의 최저주거기준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행 정부 기준은 인구 구조와 소득 수준 변화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최저주거 면적은 1인가구 기준과 동일한 14㎡다. 이는 화장실과 부엌을 포함한 면적으로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일본 25㎡·이탈리아 28㎡)의 절반 수준이다. 영국의 경우 해충 발생 여부 등 위생 상태까지 최저주거기준에 포함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