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0여곳 검사·면담 ‘충당금 적립’ 확대

2025-01-31 13:00:03 게재

금감원, 결산검사 진행

작년 부실채권 증가, 위기 대비

금융당국이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저축은행 20여곳에 대한 검사·면담을 통해 충당금 적립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고금리가 장기화될 전망이며, 내수부진 등으로 건전성이 악화된 2금융권 금융회사들의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24년도 결산과 관련해 저축은행 20여곳에 대해 현장검사와 경영진 면담 등을 최근 마무리했다. 결산검사는 매년 초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감원이 자본건전성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정례적으로 이뤄진다. 은행과 증권 등 다른 금융권에 대해서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는 2금융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늘면서 충당금 추가 적립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최상목 권한대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참석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저축은행 20여곳 중 4곳은 현장검사, 다른 곳은 경영진 면담을 통해 금감원이 충당금 적립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은 반면에 충당금 적립비율이 낮은 중소형사들이 대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발생한 부실채권를 결산 과정에서 추가로 정리할 수는 없고, 충당금을 더 정립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도 현장 검사를 진행했으며 부실채권과 충당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30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미 연준의 금리동결과 관련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2024년도 결산시 금융회사가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해 내수부진, 부동산 침체에도 자금공급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미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암시하며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함에 따라 현재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며 “향후 발표되는 물가·고용 등 경제지표와 트럼프 정책 영향을 반영해 미 연준의 금리 경로가 결정됨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의 금리 동결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점진적인 금리 인하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부실 부동산PF 정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브릿지론 성격의 토지담보대출(토담대)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토담대 부실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공매를 통해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 경공매에 관심을 보이던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 정리가 늦어질 경우 위험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의 부실채권비율은 11.16%로 나타났다. 79개 저축은행 중 부실채권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42개, 20%가 넘는 곳은 4개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경공매·재구조화 대상 PF 20조9000억원 중 이행을 완료한 규모는 4조5000억원(21.4%)으로 당초 계획한 3조8000억원 보다 높은 완료율(118.4%)을 달성했지만, 11월과 12월 들어서는 완료율이 목표에 미달했다.

금감원은 다시 부동산PF 정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 23일 금융권 전체 부동산PF 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를 열었으며 매각 추진 중인 PF 사업장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공개 플랫폼’도 구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위험 여신들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제대로 충당금을 쌓고 있는지 결산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다른 금융회사 검사에서도 그 부분을 집중 점검하는 등 이번 결산검사에 그치지 않고 연중 지속적으로 충당금 적립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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