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이웃이라는 말, 아파트에서도 가능해요”
수원사람들-광교 경남아너스빌 문화센터 회원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약 6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파트 공화국. 거대한 아파트 숲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소통의 부재와 단절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따라 붙었다. 그 그림자를 걷어 내고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작은 움직임이 있다. 광교 ‘경남아너스빌 문화센터’ 회원들의 자원봉사. 경남아너스빌뿐만 아니라 인근 광교주민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문화센터와 벼룩시장까지 운영하며 화합을 이뤄내고 있다.
<도서관자원봉사자>
■꿈누리도서관에서 시작된 인연, 마을 변화의 물꼬를 트다
경남아너스빌 내의 작은 도서관인 꿈누리도서관은 참 특별하다. 아이들이 책을 볼 수 있다는 것 외에 마을 화합의 단초를 제공하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에서 청소년까지 읽을 수 있는 신간 위주의 양서들로 가득 찬 꿈누리도서관이 탄생된 것은 올 3월. 입주민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고 현재 16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회원들은 주 1회, 요일별로 책임을 맡아 대출을 비롯한 도서관 관리를 한다. 금요일마다 방문하는 순회 사서가 선정해 주는 도서 구매도 이들의 몫이다. 정연진 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내의 광고·전단지 수익, 재활용 분리수거 수익 등을 흔쾌히 도서관에 투자해 준 것이 많은 힘이 됐다”고 도서관의 시작을 설명했다.
평일 오후3~10시까지 운영되는 꿈노리도서관은 그야말로 인기 ‘짱’이다. 인근 주민들도 이용 가능(대출불가)한데, 공간도 넓고 체계도 잡혀 있어 모두 부러워할 정도다. 송하심 회원은 “아이들이 멀리 가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학원을 오갈 때 생긴 자투리 시간이나 방학 때 활용도가 높다”고 만족해했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는 곳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조언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참다운 이웃이 되고 있었다. 책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는 최정임 회원이나, 남편 직장 때문에 이사 와 외로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김숙영 회원이나 결론은 하나다. 도서관을 통해 ‘소속감’과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는 것이다.
<걸이화분만들기>
■문화센터·벼룩시장, 온 광교가 들썩들썩
그래서일까? 회원들은 도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서로 간의 친화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경남아너스빌 문화센터’와 홀수 달 3째 토요일 ‘벼룩시장’을 열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게 된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거나, 책에 관심 있는 주민들만 이용하는 도서관을 더 활성화시키려는 마음에서였다.
문화센터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정하고 유아, 초등생, 성인 등으로 대상을 매주 바꿔 가며 참여도를 높였다. 4월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은 그동안 천연염색, 수제비누·토피어리·커피 만들기, 네일아트, 심폐소생술 교육, 영화상영 등 다양하게 진행됐다. 10월에는 아동요리와 어린이 영화상영 등이 준비돼 있다. 재료비(3천원)만의 수강료로 전문 강사들의 열정어린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주민들에게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이강숙 회원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문화센터는 우리 아파트의 자부심”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김명숙 회원은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벼룩시장은 함께 나누는 마을 잔치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은 참가비를 내고 부스를 지정받아 참여하고, 아나바다 형식으로 물품을 기부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체험 프로그램이나 먹거리 장터에 동참해 시끌벅적한 마을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변 상가에서도 협찬과 기부로 힘을 보태고 있다. 함께 나눠 생긴 벼룩시장 수익금은 또 다른 나눔을 낳았다. 5월 세월호 기부, 7월 상현동 독거어르신 쌀 200kg 전달, 9월 수원경동원(돌~7세 이하 유아 생활하는 보육시설)에 겨울나기 준비 등 어려운 곳에 조그마한 온정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벼룩시장>
■문을 열어젖힌 소통,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벼룩시장과 문화센터는 광교 경남아너스빌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교류까지 이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조성된 광교 지구는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은 지역.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다. “인근 마을과 광교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광교 아너스빌이 주축이 돼 지역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만남의 장을 만든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정 대표는 하나의 지역문화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각박한 세상에 타인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경남아너스빌 문화센터 회원들. “이사 와서 떡을 돌렸는데 그것마저 낯설어했다. 누가 사는지 관심을 갖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는 김명숙 회원은 “활동들을 통해 이제는 정이 들고 이웃과의 소통이 조금 자연스러워졌다”고 변화를 소개했다. “입주민들이 참여해 좋은 일에 기부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마을 전체가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것 같다”는 원선화 회원과 “엄마들이 모여 가벼운 수다로 끝나버릴 수 있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남윤숙 의원. 이들의 얘기 끝자락에는 기쁨이 묻어난다.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 문을 열어젖히고 소통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정다운 이웃을 만들어준 경남아너스빌 문화센터 회원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