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천문 그림책 … 특화도서관 뜬다

2015-08-25 09:57:55 게재

양천구 붕어빵식 작은도서관 탈피

"자, 아래로 '드르릉~' 해봅시다. 드르릉~." '드르릉~' "손가락이 아파요." "그럼 잠깐 아픈 손가락을 눌러줍시다. 그런데 굳은살이 생겨야 어느 곡이든 연주할 수 있어요."

서울 양천구 신월4동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4층.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쯤 김종화(58·신월4동)씨와 초등학생 예닐곱명이 모인다. 김연옥(52·신월동) 강사에게 통기타를 배우는 시간이다. 음악 관련 책이 즐비한 서가와 독서용 탁자·의자는 그대로지만 방음용 칸막이를 치고 나니 열람실 풍경은 간데없고 강의실이 들어선다. 칸막이 건너편은 또다른 음악이 흐르는 열람실. 다만 책 대신 콤팩트디스크와 레코드 디브이디(DVD) 형태 음반이 주민들을 맞는다.

양천구가 작은도서관에 지역과 시설 이용자 특성을 반영해 특화도서관으로 꾸미고 있다. 신월4동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4층에는 서울시 첫 음악 특화 도서관을 개관, 통기타교실을 진행 중이다. 사진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가 작은도서관에 동네 특성을 담았다. 집에서 '5분 거리' '10분 거리'에 작은도서관이 줄을 잇고 있지만 엇비슷한 책만 꽂혀있는 '붕어빵 도서관'으로 전락하기 일쑤. 양천구는 음악 천문 그림책 등 서가를 다양화할 뿐 아니라 특화도서관에 맞는 체험과정과 연계, 책과 주민들 거리를 좁히고 있다. 김수영 구청장이 내세운 '1동 1도서관' 공약에 지역이나 시설 특성을 더해 주민 친화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특화도서관을 구상했다.

신월4동은 주택가와 학교가 밀집해있는데 문화시설이 적어 상대적으로 주민 소외감이 큰 지역. 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내부 개축작업을 시작해 음악 감상부터 연주, 문화 프로그램까지 가능한 특성화 도서관을 4월 말 개관했다. 열람실에는 장르별 음악과 추천음악 희귀음반 등 2200여점이, 서가에는 음악가와 악보 음악사 음악지도법 등 음악 관련 책 1800여권이 꽂혀있다.

특히 외국까지 물색해 구입한 희귀 음반자료는 음악도서관 자랑거리다. 여기에 더해 4개 음악방송을 볼 수 있는 텔레비전과 시청각 감상실, 컴퓨터와 연계해 자동 교습이 가능한 디지털 피아노도 구비돼있다. '한여름밤의 오페라'나 음악평론가를 초청한 '책 사람' 등 어지간한 문화시설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50~60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은 하루 평균 200~250명. 구는 한층 아래 어린이도서관까지 연계, 음악도서관이 주민들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문화교육 거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연옥 통기타교실 강사는 "시설이 생각보다 좋아 놀랐다"며 "주변 아이들이 음악도서관을 통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7동 갈산 자락에 자리잡은 갈산도서관은 자연환경이 뛰어난 주변 여건을 고려, 천문학도서관으로 특화했다. 700여권 가량 천문학 전문서적과 국내·외 정기간행물, 관련 기사 모음으로 서가를 조성했고 5층 옥상텃밭에서는 천문관측이 가능하다. 양정중학교 과학교사가 재능기부로 천체망원경을 활용한 '별과 행성', 청소년을 위한 '달콤한 우주여행' 과정을 진행 중이다. 구는 천문관측 교육·체험을 일상화하기 위해 인근에 천문대 부지를 물색 중이다.

신월5동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근처에는 다문화도서관이, 신월7동 노인공원 옆에는 그림책으로 특화한 지양마을도서관이 있다. 다문화여성을 위한 인문학 독서모임과 책과 공예를 연계한 체험활동, 60세 이상 주민을 위한 '그림책 속으로 떠나는 추억여행' 등 독후활동과 책놀이 등을 운영 중이다.

양천구는 여기에 더해 신월1동 작은도서관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진로로 특성화한 '진로탐색 도서관'으로, 신월2동과 신월3동은 중·고교생 관심이 높은 만화와 청소년 놀이문화를 주제로 꾸밀 예정이다. 세 도서관은 이르면 9월 중 선보인다. 다른 작은도서관 역시 주 이용자 특성을 파악하고 주민들 의견을 들어 특화할 방침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도서관이 주민들에게 보다 즐거운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변신 중"이라며 "도서관이 지역 문화 구심점 역할을 하고 문화로 마을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